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가 이끄는 집권 자민당이 8일 총선에서 중의원(하원·465석) 과반인 233석을 뛰어넘는 의석을 확보하며 압승을 거뒀다. 다카이치 총리가 장기 집권 체제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일본 공영방송 NHK는 이날 오후 8시 투표 종료 직후 출구조사 결과 자민당이 274~328석을 얻을 것으로 예측됐다고 보도했다. 종전 198석에서 최소 76석, 최대 130석 늘어나는 것이다. 9일 최종 집계 결과 자민당이 ‘절대 안정 다수’ 의석인 261석 이상을 얻는다면 중의원 17개 상임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독점하고 모든 상임위에서 과반을 차지할 수 있다. 중의원 3분의 2인 310석을 넘으면 ‘전쟁 가능 국가’로 나아가는 헌법 개정안을 발의할 수 있다.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는 28~38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를 합친 여권은 총 302~366석을 확보할 것으로 예측됐다. 확장 재정과 안보 강화를 바탕으로 ‘강한 일본’을 만들겠다는 다카이치 총리의 정책이 힘을 받을 전망이다.
조기총선 승부수 통했다
후루야 게이지 일본 자민당 선거대책위원장은 8일 치러진 중의원(하원·465석) 선거에서 자민당이 대승을 거둘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취재진과 만나 “이 기대를 정책으로 연결해 나가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선거로 일본에서 ‘다카이치 1강’ 시대가 열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연립 여당인 일본유신회는 28~38석을 얻을 것으로 전망됐다. 자민당과 일본유신회를 합치면 302~366석을 확보할 것이란 계산이 나온다. 선거 전 다카이치 총리가 승패 기준으로 꼽은 ‘과반’을 훌쩍 넘는 대승이다. 중의원 과반은 총리 연임에 필요한 최소 의석이다.
이번 선거 직전 제1야당이던 입헌민주당과 공명당이 함께 만든 신당 중도개혁연합은 힘도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중도개혁연합은 37~91석에 그칠 것으로 예상됐다. 종전 167석에서 절반 이하로 쪼그라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다카이치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결정한 배경에는 중국의 대일 강경 대응도 있다. 다카이치 총리의 ‘대만 유사시 개입’ 시사 발언으로 중·일 관계는 급속히 냉각됐고, 중국은 희토류 등 ‘이중용도 물자’의 대일 수출을 금지했다. 다카이치 총리가 선거에서 승리해 장기 집권 발판을 마련하면 중국이 자세를 낮출 가능성이 있다는 계산도 깔려 있다.
‘강한 일본’을 내건 다카이치 총리가 자민당을 떠난 보수층 표심을 되돌렸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전임 이시바 시게루 정권에서 자민당을 떠난 보수층이 돌아온 것으로 보인다”며 “다카이치 총리가 작년 10월 자민당 총재 선거에서 승리한 요인 중 하나는 보수층 탈환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었다”고 전했다.
재정 악화 우려에 일본 채권시장에서 지난달 20일 한때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2.380%를 기록하며 27년 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재정 리스크에 더욱 민감한 40년 만기 국채 금리는 연 4.215%까지 상승하며 처음으로 연 4%대로 올랐다. 미국 당국의 ‘레이트 체크’(환율 개입 전 단계) 관측으로 달러당 152엔대까지 떨어졌던 엔·달러 환율은 지난 6일 다시 달러당 157엔을 넘어섰다. 엔·달러 환율이 달러당 160엔에 육박하면 일본 당국이 환율 개입으로 내몰릴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보수 성향 여당이 개헌 발의선인 310석을 넘으면 개헌 논의도 본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전쟁 포기 조항인 헌법 9조를 고치려는 것이다. 일본 자위대는 공격받았을 때만 자위력을 행사하는 ‘전수 방위’ 목적의 조직이지만, 실질적인 군대여서 헌법에 위배된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다카이치 총리는 선거 유세에서 “헌법에 왜 자위대를 적으면 안 되는가”라며 “그들의 긍지를 지키고 (자위대를) 확실한 실력 조직으로 만들기 위해서라도 당연히 헌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만 개헌안을 발의하려면 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이상이 찬성해야 한다. 현재 참의원은 여소야대이며, 다음 선거는 2028년 치러질 예정이다.
도쿄=김일규 특파원/최만수 기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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