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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베이징 순이구에 있는 베이징자동차그룹(BAIC) 연구개발(R&D) 센터. 지난 4일 찾은 이곳은 BAIC와 중국 대표 빅테크 화웨이가 공동 개발한 전기차 스텔라토S9T의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에 한창이었다.
뒷좌석에서 영화나 숏폼 등을 편하게 시청할 수 있도록 설계한 스마트 프로젝션 스크린 시스템을 개선하고 음성만으로 운전석·조수석 문을 여닫는 스마트 도어의 속도도 점검 중이었다. 뒷좌석의 통화나 대화가 운전석에 들리지 않도록 한 멀티존 음성 인식 기능도 강화 단계였다.
새 판 짜는 전통 제조 강자
스텔라토S9T는 지붕이 트렁크까지 수평으로 이어져 적재공간을 늘린 중국 시장에서 보기 드문 왜건 차량이다. 형태적으로도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고 있을 뿐 아니라 디지털 콕핏(운전석에 설치된 디지털 인포테인먼트)에도 새로운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때문에 최근 중국 전기차 업계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기업이기도 하다. 중국 자동차 업계에서 BAIC는 "가장 공격적으로 경영 노선을 바꾼 플레이어"로 부른다.
'내연차 시대를 주름잡던 국유차' '합작 글로벌 브랜드의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기지'라는 꼬리표를 떼고 스마트카 실험에 선제적으로 뛰어들고 있어서다.
BAIC R&D 센터 관계자는 "전기차를 적극적인 단순한 교통 수단이 아닌 지능형 이동 장치로 탈바꿈하는 데 전사적인 집중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중국 전기차 시장의 경쟁 축은 배터리·원가에서 소프트웨어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계기판, 중앙 인포테인먼트 화면, 음성·제스처 인식, 연결성, 센서 연동 기능 등 디지털 기반 운전·탑승자 경험 통합 시스템과 운전자 보조 기술 개발에 각 기업이 '올인'하고 있다.

BAIC는 비야디(BYD)와 테슬라 등이 장악한 전기차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남다른 협업 방식을 택했다. 상대는 중국 '기술 굴기'의 상징인 화웨이. 합작 초기엔 일부 소프트웨어, 솔루션 탑재 수준의 협업을 진행했다.
하지만 2023년 이후 화웨이가 상품 기획과 설계, 마케팅, 판매 채널, 서비스까지 깊게 관여하는 구조로 사업 방향을 틀었다. 전환의 결과물이 스텔라토 브랜드다. BAIC의 차체, 공정, 품질 등 제조 역량을 유지하되 화웨이의 소프트웨어, 채널, 서비스 운영을 결합해 스마트카 전환에 속도를 내겠다는 전략이다.
속도내는 전기차 판매량
이런 노력 덕분에 BAIC는 지난해 신에너지 차량을 20만9576대 판매했다. 처음으로 20만대를 돌파했을 뿐 아니라 전년 대비로도 84% 급증했다. 지난해 12월 판매는 3만5205대로 전년 동기 대비 115% 뛰었다. 3개월 연속 3만대 이상의 판매량을 보여줬다. 스텔라토도 올 들어 빠르게 판매량이 늘고 있다.
BAIC는 전통 완성차로서 전기차 전환이 느리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게다가 메르세데스-벤츠와 합작사인 베이징벤츠, 현대차와 합작사인 베이징현대 등을 통해 중국 차량 생산·판매 축을 담당하면서 합작 OEM 이미지가 강했다.
그만큼 BAIC는 최근 공격적인 투자로 자체 브랜드와 기술 주도권 확보에 달려들고 있다. BAIC 관계자는 "합작 사업 역시 중요한 축이지만 이와 동시에 앞으로는 자체 전기차 브랜드 확대와 스마트카 역량 확보에도 무게 중심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BAIC는 기술 구조, 수익 구조, 브랜드 전략까지 통째로 바꾸는 체질 전환을 진행하면서 업계 주목을 받고 있다"며 "앞으로 합작, 단독 브랜드, 국내, 해외를 같이 겨냥하는 경영 전략을 이끌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김은정 특파원 ke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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