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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팩토리' 표준화 경쟁…엔비디아·다쏘시스템, OS 선점 나섰다

입력 2026-02-09 15:56   수정 2026-02-09 15:57

‘버추얼 트윈’ 개념을 산업 현장에 정착시킨 다쏘시스템이 엔비디아와 손잡고 인공지능(AI) 팩토리에 적용될 산업용 ‘월드 모델’을 구축하겠다고 선언했다. 엔비디아의 최신 그래픽처리장치(GPU)를 활용한 AI 가속 컴퓨팅 위에 다쏘시스템의 디지털 트윈 플랫폼을 결합해 공장과 설비를 통합 운영하는 산업용 운영체제(OS)를 개발하겠다는 구상이다. 로봇과 사람이 함께 일하는 하이브리드 제조공장이 대세가 될 것으로 보고, 차세대 공장의 ‘두뇌’를 선점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된다.
◇ “AI는 물과 전기, 인터넷과 같아”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휴스턴에서 열린 다쏘시스템의 연례 행사에는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연사로 나섰다. 그는 “전 세계가 재산업화 국면에 들어섰다”며 “AI와 버추얼 트윈의 결합으로 이 흐름이 증폭될 것”이라고 말했다. GPU 수요처의 중심이 오픈AI 등 AI 모델 기업에서 제조·산업 현장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다. 황 CEO는 “AI는 물과 전기, 인터넷처럼 모든 산업의 기반 인프라가 될 것”이라며 “AI 칩을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 이를 조립하는 컴퓨터 공장, 그리고 AI를 실제로 가동하는 AI 팩토리가 동시에 확장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 세 가지 산업이 동시에 커지는 것은 인류 역사상 처음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엔비디아가 다쏘시스템을 핵심 파트너로 낙점한 배경에는 이 회사가 축적해온 산업용 디지털 트윈 역량이 있다. 항공기 설계를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에서 출발한 다쏘시스템은 자동차·중공업·플랜트·조선 등으로 영역을 넓히며 3차원(3D) 디지털 모델을 산업 표준으로 끌어올렸다. 최근에는 디지털 트윈을 단순한 시뮬레이션 도구가 아닌, AI가 학습하고 검증하는 ‘훈련장’으로 확장하며 물리 시뮬레이션과 AI를 결합한 산업용 월드 모델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 AI팩토리로 중국 견제 효과
파스칼 달로즈 다쏘시스템 CEO는 이번 협업을 “산업용 월드 모델로 가는 자연스러운 진화”라고 설명했다. 월드 모델은 현실 세계의 물리 법칙과 인과관계, 제조·운영 조건을 디지털 공간에 정밀하게 구현해 AI가 실제 결과를 예측하고 검증할 수 있도록 하는 모델이다. 그는 “항공기나 위성처럼 보수적인 과학적 검증과 인증이 필요한 영역에선 텍스트 기반 대규모언어모델(LLM)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관성·마찰·중력 같은 물리 법칙은 언어 데이터만으로 학습시키기 어렵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어 “버추얼 트윈 공간에서 AI가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먼저 거치게 하면 현실 세계의 시험 횟수와 위험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른바 ‘AI 팩토리’ 경쟁에는 다쏘시스템과 지멘스 같은 산업 소프트웨어 강자뿐 아니라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클라우드 빅테크도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 설계(CAD), 해석(CAE), 생산관리(MES)가 각각 분절된 소프트웨어 위에서 작동했다면, 엔비디아는 이를 고성능 GPU로 구성된 ‘옴니버스’ 기반의 실시간 통합 플랫폼으로 묶겠다는 구상이다. 디지털 트윈과 AI를 결합해 ‘현장 데이터를 직접 보유하지 않아도 학습이 가능한 제조 환경’을 표준화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는 한국 제조업에 기회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보유한 글로벌 기업이 반도체·자동차·배터리·조선 등 다양한 제조 포트폴리오를 갖춘 한국 기업과의 협업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LG그룹은 스마트팩토리 고도화를 위해 지멘스의 디지털 트윈·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를 활용해 생산라인 설계와 운영을 최적화한다.
◇ 韓 제조업에 기회 될 수도
AI 팩토리 공정이 미국을 중심으로 표준화될 수 있다는 점은 위협 요인이다. 차석원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는 “제조 경쟁력의 축이 설비에서 이를 해석·통제하는 소프트웨어와 모델로 이동하면서, 공장은 국내에 있어도 ‘제조 지능’은 해외 플랫폼에 종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기업은 산업용 운영체제를 자체 통제하는 전략에 힘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컴퓨팅 파워의 경우 엔비디아의 고성능 칩을 활용하되, 그 위에서 돌아가는 ‘제조 레시피’와 공정 모델은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구조를 구축 중이다. AI업계 한 관계자는 “엔비디아와의 협업이 확대될수록 AI 팩토리 시대의 경쟁은 누가 공장을 보유하느냐가 아니라 누가 산업용 월드 모델과 운영체제를 쥐느냐로 옮겨가는 추세”라고 말했다.

휴스턴=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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