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카카오가 포털 ‘다음’을 매각한다. 인공지능(AI) 스타트업 업스테이지가 주식 교환 방식을 통해 카카오의 다음 지분을 넘겨받기로 했다. 카카오는 비주력 사업인 포털을 정리하고 인공지능(AI) 등 전략 사업에 투자를 집중한다. 업스테이지는 다음의 콘텐츠 데이터와 이용자 기반을 기반으로 차세대 AI 플랫폼을 출시할 예정이다. 기업공개(IPO)도 준비하고 있다.
다음 운영사인 AXZ는 지난달 29일 “AXZ 모회사 카카오와 업스테이지가 이날 각각 이사회를 열고 주식 교환 거래 등을 위한 양해각서(MOU) 체결을 승인했다”고 밝혔다. 카카오가 보유한 AXZ 지분을 업스테이지에 넘기고 업스테이지는 일정 지분을 카카오에 이전하는 방식이다. AXZ는 카카오의 100% 자회사다. 두 회사는 구체적인 기업가치와 지분율 등 세부 계약 사항은 이날 공개하지 않았다.다음을 인수하는 업스테이지는 네이버에서 AI 개발 업무를 맡았던 김성훈 대표가 2020년 설립한 AI 모델 개발 스타트업이다. 업스테이지는 다음이 보유한 콘텐츠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기술력을 고도화하고 자체 대규모언어모델(LLM) 솔라를 다음 서비스와 결합해 차세대 AI 플랫폼을 구축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AI 기술과 다음의 사용자 기반이 결합하면 더 많은 이용자가 AI를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활용하는 환경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매출 300억원(지난해 추정치) 규모의 스타트업인 업스테이지가 매출 3000~4000억원대의 다음을 인수하는 현실적인 배경엔 IPO 전략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스테이지가 상장할 때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기 위해선 실제 매출이 커야하기 때문이다. 기술력이 좋다는 업스테이지에 대한 기존 평가에 다음의 매출을 비롯해 트래픽과 데이터라는 근거가 더해지면 국가대표 AI 기업으로 발돋움할 계기가 될 수 있다.현재 대규모언어모델(LLM) 솔라를 활용하고 있는 업스테이지의 기업간거래(B2B) 비즈니스 모델도 다음이 있으면 기업소비자간거래(B2C)까지 확대할 수 있다. 다음은 검색, 뉴스, 콘텐츠, 커뮤니티로 쌓은 데이터와 트래픽이 있어 일반 이용자 대상으로 AI 고도화와 수익화가 가능하다. 참여 중인 정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를 할 때도 다음이 실험장 역할을 하면서 AI 상용화 속도를 높일 수도 있다.
업스테이지가 차세대 AI 포털 구상을 어떻게 현실화시킬지에 대한 업계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검색뿐 아니라 뉴스 브리핑, 커뮤니티 보조, 메일·문서 기능 등에 AI를 적용해 ‘한국형 퍼플렉시티’로 거듭날 수 있을지 여부다. 다음에 쌓인 한국어 콘텐츠가 모델 고도화의 자산이 될 것이란 기대가 크다. 다만 실제 학습에 활용 가능한 데이터의 품질과 개인정보·저작권 문제를 해결하는 게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다음은 1995년 이재웅 창업자가 설립한 국내 최초 포털 사이트다. 1997년 무료 웹메일인 ‘한메일’을 통해 국내에 메일을 도입했고 1999년 ‘다음 카페’를 선보이며 온라인 커뮤니티 문화를 선도했다. 이어 뉴스, 검색 등으로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국내 포털 시장의 공룡으로 자리잡았다. 이용자 참여형 서비스와 커뮤니티 중심 전략은 이후 국내 포털 서비스 전반에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모바일 중심 환경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서 다음의 검색 점유율은 꾸준히 하락했다. 네이버가 검색 기술과 광고 모델 고도화로 앞서나갔다. 2014년 카카오와 합병해 메신저 기반 트래픽과 검색, 콘텐츠를 결합시켜 시너지를 내겠다는 전략을 펼쳤지만 효과는 제한적이었다. 카카오톡을 통한 검색 연동 실험을 벌였지만 메신저가 독립 플랫폼으로 진화하면서 다음이 유입 창구 역할을 하던 구조 자체가 약해졌다.카카오 노동조합은 이번 매각 추진 배경을 투명하게 공개하라고 촉구하면서 AXZ 직원의 고용 승계와 처우 유지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해 3월 콘텐츠CIC 분사 소식이 전해지자 매각 중심의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총파업을 선언하고 단식투쟁을 했다. 당시 카카오는 노조에 매각을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약속과 함께 고용안정을 위한 상생협약을 체결했다. 이후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등 다른 계열사 인력을 추가로 AXZ에 배치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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