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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지보다 중요한 건 ‘내게 맞는 장소’"…도시의 품격 높여야 [강영연의 건축 그리고 건축가]

입력 2026-02-14 11:00   수정 2026-02-14 11:08



"공공건축은 도시에 ‘미적 레퍼런스(참고자료)’가 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 도시의 품격을 끌어올려야 하죠."

김세진 스키마 소장은 "좋은 공공건축을 경험한 시민은 미래에 더 좋은 공간을 요구할 줄 아는 ‘질 높은 사용자’가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공공건축은 크게 두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행정청사, 소방서, 경찰서 등과 같이 공공의 업무를 수행하는 시설과 모든 시민에게 제공되는 공원, 도서관, 박물관 등의 시설이다. 김 소장은 "두 번째 공공건축은 개인의 능력이나 경제력과 무관하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는 공간적 권리를 보장하기 때문에 중요하다"며 "우리가 사는 도시의 최소한의 품격을 만드는 장치"라고 강조했다.

영국 AA 스쿨에서 디플로마 과정을 졸업한 김 소장은 런던의 '노먼 포스터 Foster+Partners 건축사무소'에서 8년간 근무하며 세계 여러 지역의 다양한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2014년 귀국 후 스키마(skimA)를 설립했다. 고려대 건축학과의 겸임교수로 2014년 이후 구조디자인과 건축설계를 강의하고 있다. 2022년부터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건축설계 스튜디오를 맡고 있다. 영국왕립건축사이며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구조와 건축의 통합적 사고를 다룬 저서 『구조, 보이지 않는 건축』을 출간했다.



그는 좋은 집은 '그 집을 떠났을 때, ‘그리워하는 집’"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어떤 집이든 시간과 기억이 쌓이겠지만, 아파트를 그리워하지는 않는 것 같다"며 "마음 한편에 간직될 수 있는 집이라면 좋은 집이라 할 수 있겠다"고 설명했다.



집을 사려고 할 때 가장 고민해야 하는 건 ’장소’라고 강조했다. 사는 집의 모습보다 집 주변의 동네, 자연환경, 마주치는 주민들, 근거리의 시설들이 삶에 더 많은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Location, Location, Location’이라는 영국의 유명한 부동산 TV 프로그램의 제목처럼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입지’라는 말도 있지만, ‘집값 오르는 동네’ 말고 나와 잘 어울리고 편안한 장소를 고민해보면 좋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그가 주택을 지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아파트에서 가질 수 없는 요소들이다. 예를 들어 대부분의 아파트는 2면만을 가지고 있지만 주택은 4면 이상을 가질 수 있다. 또 아파트는 위아래가 평평해야 윗집과 아랫집을 쌓아 만들지만, 주택은 바닥이 평평할 필요도 없고 위로는 하늘을 마주할 수 있다. 김 소장은 "통일된 2.3m 천장고를 벗어난 높은 천장, 다락, 외부공간 등도 아파트에서는 갖기 어려운 것"이라며 "이러한 아파트와 대비되는 요소들을 주택 설계의 주안점으로 삼는다"고 말했다.



그는 건축가를 꿈꾸는 학생들에게 꼭 필요한 자질은 '자기만의 서사(narrative)를 갖는 것'이라고 했다. 오늘날은 건축의 담론이나 보편적인 가치의 추구보다 다원화된 개별적 관점이 더 주목받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다. 김 소장은 "자기 서사가 있는 건축가는 작은 프로젝트라도 ‘자기만의 언어’가 생기고, 그때부터 흔들리지 않는 디자인을 만들어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가 지은 건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JEJE게스트하우스 프로젝트'라고 했다. 단독주택 규모의 작고 지방 도시 영주의 프로젝트였지만, 건축을 시작하고 오랜 시간 꿈꾸던 처음으로 이름을 걸고 지은 건축물이어서다. 그는 "소장으로는 처음이라 일의 범위와 한계를 몰랐던 것도 흥미진진했다"며 "귀국한 지 얼마 안 돼 한국의 상황을 잘 모르던 상황과 작은 규모에서도 벽돌 마감, 외단열 마감, 박공지붕, 평지붕, 다락, 천창 등을 적용해보며 많은 공부도 됐다"고 회상했다.



김 소장은 아파트에 부정적이지 않다고 했다. 아파트는 보편적인 주거기준 이상의 쾌적성과 편의성 및 안전을 보장해 주며, 특히 단지로 구성된 아파트는 무엇보다 아이들에게 안전하고 풍부한 외부공간을 제공해주기 때문이다. 그는 "우리나라 인구의 60% 이상이 아파트에 살고 그보다 많은 인구가 더 좋은 아파트에 살기를 원한다"며 "아파트의 물리적 환경(배타적인 폐쇄성)에 대한 비판에 앞서, 무엇이 사람들을 아파트로 몰리게 하는지 고민해보면 좋겠다"고 말했다.

한국 건축이 프리츠커상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혁신적인 건축'을 찾기 어렵다는 점에서 찾았다. 훌륭한 건축물과 건축가가 많지만, 혁신적인 건축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그는 " ‘혁신적’이라는 것은 결과물, 생각, 과정 등에서 점진적인 혹은 급진적인 변화가 있다는 뜻으로 이전의 상태보다 확연히 다른 것이어야만 하고 긍정적인 변화가 수반돼야 한다"며 "지금까지 대부분의 프리츠커 수상자들은 사회적 이슈를 포함한 이러한 혁신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강영연 기자 yyk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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