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서울 아파트 신규 임대차 계약 중 반전세 거래는 4956건으로 집계됐다. 월세와 높은 보증금을 동시에 내는 반전세는 통상 보증금이 월세의 20배가 넘는 임대차 계약이다. 전셋값 급등으로 신규 대출을 받기 어려운 임차인이 주로 높아진 보증금을 월세로 치환해 지불한다.
보증금이 월세의 20배를 넘지 않는 준전세 등을 모두 합친 반전세·월세 계약은 5822건에 달했다. 같은 기간 월세를 내지 않는 전세 계약(5231건)을 넘어선 규모다. 반전세·월세 계약 건수는 지난해 8월(4924건) 이후 증가세를 이어가 11월에는 5442건까지 늘었다. 또다시 한 달 새 400건이 증가하며 전세 계약을 처음으로 제쳤다.
새로 입주한 강남권 단지에서는 전세보다 반전세 거래를 찾는 것이 더 쉽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 원베일리’에서 전용면적 46㎡는 지난해 10월 9억9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같은 면적에서 이뤄진 유일한 전세 계약이다. 지난해 11월 같은 크기에서 반전세 계약은 8건이었다. 보증금 2억6002만원에 월세 40만원 등 다양했다. ‘국민 평형’으로 불리는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보증금 15억원에 월세 300만원으로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인근 ‘반포 르엘’ 역시 전용 84㎡가 같은 달 보증금 12억원, 월세 240만원에 계약돼 단지에서 보증금이 가장 높은 반전세 거래로 기록됐다. 전세 매물은 거의 없고 반전세 호가만 계속 오르고 있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반포 르엘은 전세 물건은 4건인 반면 반전세 물건은 50여 건”이라며 “대부분 추가 전세대출을 받지 못한 세입자가 전세대출 이자에 월세를 내가며 거주하는 형태”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서울 주거지에서 반전세 계약이 크게 늘어 청년 수요자의 주거비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한다. 전세대출 이자에 더해 월세를 꼬박 내야 해 한정된 가계소득에서 주거비 지출 비중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반전세 계약이 늘어난 것은 지난해 정부가 부동산 대출 규제를 강화한 영향이라는 분석도 있다. 지난해 ‘6·27 가계부채 관리 방안’과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에 따라 전세대출 문턱이 높아지고 한도가 축소되자 월세로 전환하는 대신 기존 전세 보증금을 유지한 채 추가 상승분만 월세로 바꾸는 세입자가 대폭 늘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대출 규제를 더 풀지 않으면 올해도 반전세 계약 비중은 계속 높아질 것”이라며 “대출금리도 상승하는 추세여서 서민층 주거 부담이 가중될 수 있다”고 했다.
유오상 기자 osy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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