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달 30일 찾은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 아부다비 곳곳에서는 건축물 주변을 돌아다니며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사람들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장 누벨, 프랭크 게리 등 건축 거장들이 길거리에 만들어낸 ‘작품’들을 담아 가려는 관광객들이었다.
1960년대 앞바다에서 유전이 터지기 전까지 이렇다할 역사가 없었던 이곳은 오일 머니로 막대한 부를 쌓은 뒤 ‘금융·관광 허브’로의 변신을 꿈꿨다. 주 전략은 ‘콘텐츠 수입’. 이를 위해 아부다비는 전시장 격인 인공 섬 ‘사디야트 문화지구’를 만들었다. 아부다비 정부가 2006년 프로젝트 시작 이후 이 섬에 들인 돈은 수십 조원. 섬을 매립하고, ‘건축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상 수상 거장들에게 의뢰해 세계에서 가장 독특한 건축물을 세우고, 최고의 미술관·박물관 브랜드 및 소장품을 명품 쇼핑하듯 채워 넣는 데 쓴 비용이다.

박물관 내부 유물들은 아부다비의 국가 브랜드와 가치를 강조할 수 있도록 정교하게 큐레이션돼 있다. 전시의 핵심 키워드는 인류의 보편성과 교역의 중요성. 프랑스·콩고·이집트의 ‘어머니 조각상’, 터키·이탈리아·중국에서 각각 제작된 푸른 접시, 소크라테스·부처·공자 관련 유물 등 서로 다른 문화권에서 나온 비슷한 주제의 유물이 반복적으로 강조된다. 세계 각국의 고(古)지도와 지구본 등도 큰 비중으로 다뤄진다. 그 중심에서 이슬람 문명권의 유물이 단골로 등장한다. 이를 통해 아부다비는 ‘중동이 과거 동서양 문명의 가교였듯, 아부다비가 21세기 세계 교류의 중심지가 되겠다’는 메시지를 은근히 전달한다.



이를 위해 지불한 비용은 천문학적이다. 루브르 브랜드 사용료와 작품 대여료 등으로만 프랑스 측에 약 1조 9000억원을 지불했다. 건립비와 유물 구입비까지 합치면 총투자비는 수조 원대로 불어난다. 하지만 성과는 확실하다. 관람객 수가 매년 최대치를 갱신 중이다. 지난해 이곳을 찾은 방문객 수는 전년(140만명) 대비 7% 이상 늘어난 150만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다양한 문명의 유물을 모아놓은 덕분에 관광객 국적도 다양하다. 전시장 곳곳에서는 영어와 프랑스어, 중국어 등 다양한 언어를 들을 수 있었다.
루브르 옆에는 초대형 미디어아트 전시장 ‘팀랩 페노미나’가 지난해 문을 열었다. 거장 프랭크 게리의 유작인 ‘구겐하임 아부다비’도 올해 개관을 앞두고 있다. 아부다비 관광청 관계자는 “사디야트 지구가 완성되면 관광객 유입은 지금보다 훨씬 더 늘어날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처럼 아부다비는 철저한 실용주의를 견지한다. 아부다비를 상징하는 종교 시설인 ‘셰이크 자이드 그랜드 모스크’가 단적인 예다. 2007년 건립된 이 사원은 거대한 규모와 아름다움 덕분에 관광객들이 찾는 ‘필수 코스’다. 그런데 이곳으로 진입하려면 반드시 지하 쇼핑 센터를 거쳐가야 한다. 종교 시설조차 자본 논리와 결합시킨 것이다.
이런 전략은 실제 성과로 이어지고 있다. 아부다비 경제에서 비(非)석유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3년 50%를 돌파한 뒤 연달아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지난해 2분기 기준으로 이 숫자는 56.8%에 달했다. 아부다비 관광청 관계자는 “예술 및 여가 부문의 생산도 전년 동기 대비 12% 급증하며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며 “예술 부문 투자가 실제 산업으로 작동하기 시작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부다비=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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