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행법상 다운계약서는 명백한 불법이다. 그러나 토허제 등으로 거래가 꽉 막힌 지난해부터 현장에선 사실상 관행으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단속을 피하는 수법도 첩보전을 방불케 한다. 핵심은 ‘현금 거래’와 ‘자금 추적 회피’다.
거래 당사자들은 실제 거래가액과 계약서상 매매가액 간 차액을 현금으로 주고받는다. 이때 매수자는 본인이 직접 은행에서 돈을 찾지 않는다. 금융정보분석원(FIU)과 국세청 단속망을 피하려는 의도다. 3~4명의 지인을 낀 이른바 ‘쪼개기 인출’이 동원된다. 1억원을 찾는다면 4명이 나서서 2000만~3000만원씩 나눠 뽑는다. 한 사람이 고액을 인출할 때 발생하는 의심거래 보고를 차단하기 위한 수법이다.
적발에 대비한 ‘소명 시나리오’도 치밀하게 설계한다. 우선 거래용 통장과 현금 인출용 통장을 철저히 분리한다. 정상적인 계약금과 잔금이 오가는 거래용 통장에는 현금 인출 흔적을 남기지 않는다. 거래용 통장 하나만 기준으로 삼아 2주치 내역을 준비해 당국에 제출하면 된다는 설명이다. 국세청이 자금 출처 소명을 요구할 때 계약금과 잔금 지급 시점 전후 2주치 내역만 들여다본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행정기관 간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계약서상 금액 확인은 지자체, 계좌 밖 현금 거래는 국세청 소관이다. 제보자가 다운계약서 의심 사례를 신고하려고 관할 구청에 문의하면 담당자는 “일부 대금을 현금으로 주고받은 건 구청에서 확인이 어렵다”는 답이 돌아온다.
성남 분당구의 한 오피스텔 거래에서 매도인 A는 2억5000만원에 매매했다고 신고했으나 금융거래 내역을 대조한 결과 실제 거래대금은 2억6500만원으로 나타났다. 용인 처인구에서도 아파트 매도인 A가 4억8950만원에 팔았다고 신고했지만 실제 오간 금액은 5억1000만원이었다.
경기도에 따르면 2020년 단속 건수(과태료)는 32건(7억100만원), 2021년 29건(6억8000만원) 등으로 비슷한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2년 121건(28억5500만원)으로 급증했다. 이후 2023년 41건(11억7700만원), 2024년 29건(7억3100만원)으로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그러다 지난해 양상이 또 달라졌다. 적발 건수는 33건으로 전년 대비 13.8% 증가하는 데 그쳤지만 과태료는 28억5700만원으로 290% 급증해 2022년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이어지고 있는 부동산 거래 규제 강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대출이 막히고 세 부담이 늘면서 매수자와 매도자 모두 거래액수를 낮출 유인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변병설 인하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매도인은 양도세를, 매수인은 취득세를 절감할 수 있어 다운계약서가 근절되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집값 급등과 부동산 거래 규제 강화로 탈법의 유혹은 그만큼 강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수원=정진욱/권용훈 기자 crocu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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