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작년 9월부터 한국 반도체 레버리지 상품에 투자하기 시작했는데 수익률이 두 배를 훌쩍 넘었습니다. 한국 주식은 여전히 믿을 수 없을 만큼(unbelievably) 싸다고 생각합니다.” (홍콩 패밀리오피스 관계자)
지난 4일 서울 여의도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파크원타워 22층에 홍콩 슈퍼리치 고객 30여 명이 모였다. 성공한 기업가부터 조 단위 자산을 굴리는 패밀리오피스 매니저, 글로벌 운용사의 파트너 등으로 구성된 이들 ‘큰손’은 홍콩 푸투증권 내 고액 자산가 전담 조직인 프라이빗웰스매니지먼트(PWM) 부문과 CSOP자산운용이 주선한 투자 탐방단의 일원이다.
이들의 자금은 한국 관련 상품으로 대거 유입됐다. 지난해 홍콩거래소에 상장한 ‘CSOP SK하이닉스 데일리(2X) 레버리지’의 순자산은 출시한 지 4개월도 안 돼 94억6000만홍콩달러(약 1조7746억원)로 불어났다. 상장 후 수익률이 163.58%에 달했다. 같은 해 5월 나온 ‘CSOP 삼성전자 데일리(2X) 레버리지’는 상장 이후 500% 넘게 올랐고 순자산은 22억7000만홍콩달러(약 4259억원) 규모로 커졌다. 이제충 CSOP운용 상무는 “한국에 관심을 보이는 중국권 초고액 자산가는 많지만 한국 주식에 직접 투자할 수 있는 통로는 제한적”이라며 “홍콩에 상장된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우회적으로 투자하려는 수요가 급증했다”고 설명했다.

이번에 한국을 찾은 슈퍼리치 사이에서는 한국 증시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상당했다. 반도체뿐 아니라 방위산업, 밸류업 수혜주 등에 투자를 늘리겠다는 큰손도 있었다. 리서치 회사 설립자이자 200만 팔로어를 보유한 유명 핀플루언서 선옌귀안은 “개인적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레버리지 ETF에 총 200만홍콩달러(약 3억6000만원)를 투자했는데, 이는 내 해외 자산 가운데 상당한 비중”이라며 “그만큼 한국 증시에 확신을 가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인공지능(AI) 실적 개선, 밸류업, 지정학적 요인 등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 한국 투자를 늘릴 계획”이라며 “귀국해서 구독자와 친구들에게도 이를 공유하고 투자를 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스마트 머니’로 불리는 글로벌 연기금과 국부펀드의 투자 러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위원회(ADIC)가 약 3000억원의 투자를 집행했고, 글로벌 대형 헤지펀드인 밀레니엄매니지먼트도 빌리언폴드자산운용에 37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위탁했다. 미국 하버드대, 매사추세츠공과대(MIT) 등의 대학기금도 국내 복수의 운용사와 접촉하며 투자를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배구조 개선, 배당소득 분리과세 등 주주 친화적 정책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글로벌 자금의 국내 증시 유입은 더욱 빨라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상승세를 탄 국내 증시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기 위해서는 외국인 개인투자자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해외 자금을 운용하는 한 운용사 대표는 “해외 개인투자자 유치를 위해 외국인 통합계좌 등이 도입됐지만 여전히 접근성이 부족하다”며 “서학개미가 테슬라를 쉽게 사고파는 것처럼 해외 개인투자자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을 클릭 한 번으로 매매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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