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풍력과 전기차, 배터리, AI 데이터센터 등에서 생산되거나 소비되는 전기는 대부분 직류(DC)와 교류(AC)를 오가며 변환된다. 이때 발생하는 손실이 전체 에너지 효율을 좌우한다. 규소(Si·실리콘) 기반 전력반도체는 효율 자체는 높은 수준에 도달했지만, 고전압·고온 환경에서는 물성 한계가 뚜렷하다. 반면 SiC와 GaN은 더 높은 전압과 온도를 견디며 변환 과정에서의 손실과 냉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그 덕분에 동일한 전력을 처리하면서도 장비 크기를 줄이고, 시스템 전체의 에너지 손실을 낮출 수 있다. 테슬라가 2018년 전기차에 들어가는 반도체로 SiC 전력반도체를 채택한 이유다. 이후 화합물 전력반도체는 전기차를 넘어 태양광 인버터, 에너지저장장치(ESS), 데이터센터 전원장치 등으로 적용 범위를 빠르게 넓히고 있다.
산업부 차세대전력반도체추진단장인 구상모 광운대 전자재료공학과 교수는 “전력반도체 효율을 1% 향상하는 게 최신 원자력 발전소 1기를 더 짓는 것과 맞먹는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정부 집계 기준으로 국내 화합물 전력반도체 밸류체인에 참여하는 기업은 총 20여 곳이다. QY리서치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화합물 전력반도체 시장 규모는 1억9000만달러(약 2773억원)로 추정된다. 이 가운데 국내 기업의 SiC 소자 매출은 약 215억원으로, 전체 시장의 10% 수준에 그친다.
업계에서는 소자 기술 개발만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를 구축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력반도체의 기술 진입 장벽은 개별 칩의 성능이 아니라 장기간 고신뢰 운전을 보장하는 시스템 설계 능력에 있다는 것이다. 전력반도체업계 관계자는 “AI 데이터센터와 전기차, 로봇 제조사 등 고객이 원하는 것은 검증된 시스템”이라며 “구동회로와 보호회로, 방열 구조까지 통합된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어야 시장에 진입할 수 있고, 그런 패키징 기술과 모듈화가 화합물 전력반도체 밸류체인에서 부가가치의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대량 생산 구조에 익숙한 만큼 다품종·고신뢰가 요구되는 전력반도체산업에서는 접근 방식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화합물 전력반도체를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고 있는 정부도 단순 연구개발(R&D) 지원을 넘어 실증과 수요 연계를 통해 초기 시장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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