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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는 비만약 나온다는데…"주사제와 병용요법 고려할 만"

입력 2026-02-10 15:25   수정 2026-02-10 15:26

먹는 비만약 출시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주사제와 먹는 약 중 어떤 걸 선택할지 고민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먹는 약은 주사제보다 투약이 편리하지만, 투약 주기가 비교적 짧다는 게 단점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투약 주기, 약효, 안전성 등의 측면에서 두 유형에 각각 장단점이 있다”며 “본인에게 맞는 약을 잘 골라야 한다”고 조언했다.
◇ 먹는 비만약 美 승인…국내 출시 임박
10일 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덴마크 노보노디스크가 먹는 비만약 ‘경구용 위고비’를 최근 미국에서 출시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도 연내 경구용 위고비 처방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노보노디스크가 이 약으로 한국 임상시험을 하지는 않지만, 별도의 국내 임상 없이 일정 요건을 갖춰 시판 허가를 받는 간소화 절차를 이용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른 기업의 먹는 비만약 임상 시험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미국 일라이릴리는 먹는 비만약 ‘오포글리프론’으로 한국을 포함해 글로벌 3상 시험을 하고 있다. 노보노디스크는 이중 작용제를 이용해 경구용 위고비보다 감량 효과를 높인 ‘아미크레틴’으로 글로벌 3상 시험을 곧 시작한다. 오포글리프론은 이르면 올 하반기에, 아미크레틴은 이르면 2029년께 국내 출시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미크레틴의 임상이 끝나 시판되면 먹는 비만약 중 이중 기전 약이 처음 나오는 게 된다. 아미크레틴은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GLP)-1’과 ‘아밀린 유사체’ 기전을 동시에 활용한다. 노보노디스크의 경구용 위고비는 GLP-1 단일 기전이다. 주사제는 마운자로가 GLP-1과 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촉진 폴리펩티드(GIP) 이중 기전이다. 먹는 약은 지금까지 GLP-1 단일 기전만 있었다. 아미크레틴은 먹는 비만약의 새로운 지평을 열 것으로 기대된다.
◇ 주사제도 장점 많아
비만약 수요자들은 경구용 위고비의 투약 편의성을 높게 평가한다. 다수의 연구에 따르면 성인 약 20%가 주삿바늘에 대한 공포심이 있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위생 등을 이유로 먹는 약을 주사제보다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먹는 약이 수요를 모두 싹쓸이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골드만삭스 등 전문 기관은 “먹는 비만약이 2030년께 전체 비만약 시장의 25~30%를 차지하는 데 그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투약 방식에서 먹는 약의 편의성이 훨씬 높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전망이 나오는 건 투약 주기, 약효, 부작용 등에서 주사제에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출시됐거나 개발 중인 주사제의 투약 주기는 대부분 주 1회다. 한국에서 2018년 출시된 노보노디스크의 삭센다는 주사제임에도 하루 1회 투약이 필요하지만, 이후 나온 주사제는 주 1회가 대세다. 현재 개발 중이거나 개발이 끝난 먹는 약은 모두 투약 주기가 하루 1회인데, 이보다 주사제의 투약 주기가 훨씬 길다.

투약 순응도(환자가 투약 원칙을 준수하는 정도) 측면에서 “주 1회 주사제가 하루 1회 먹는 약보다 낫다”는 연구 결과도 여럿 있다. 최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승인을 받은 경구용 위고비는 공복 투약 필수, 투약 뒤 30분 동안 다른 음식·약 금지, 물 섭취량 제한 등 조건이 까다롭다는 것도 아킬레스건이다. 주사제 위고비 투약 경험자는 “주사제의 바늘이 피부에 깊이 들어가는 게 아니어서 통증이나 거부감이 크지 않다”고 했다.
◇ 병용요법 검토해 볼 수도
약효 측면에서도 주사제가 더 좋은 경우가 많다. 노보노디스크의 약 중에서는 글로벌 임상 3상 중인 차세대 주사제 카그리세마가 68주 투약에서 평균 20%대 감량 효과를 보였다. 같은 회사의 경구용 위고비가 64주 또는 68주 투약에서 보인 감량 효과(13~16%)보다 좋다. 일라이릴리의 약도 주사제는 20% 이상 감량 효과를 보이지만, 먹는 약은 15% 이하의 효과를 보인다.

먹는 약은 개인별 약효차가 생기기 쉽다는 점도 변수다. 소화기관의 특성에 따라 누구는 약물의 흡수가 잘 되고 누구는 잘 안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먹는 약의 임상 데이터를 보면 어떤 이는 15% 이상 감량했고 어떤 이는 5% 미만으로 감량하는 등 피험자별 편차가 크다. 약효의 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면 의사 입장에서도 약을 처방하는 게 마뜩잖을 수 있다.

안전성 문제도 있다. 먹는 약은 구토, 설사 등 소화기관 관련 부작용이 생기기 쉽다. 보다 심각한 부작용이 생긴 사례도 있다. 화이자는 지난해 4월 먹는 비만약 ‘다누글리프론’의 개발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는데, 이는 임상 과정에서 약물로 인한 간 손상 사례가 나왔기 때문이다.

김선아 하나증권 연구원은 “먹는 비만약은 효과와 내약성(복용 시 느끼는 불편함을 견딜 수 있는 정도)이 좋아야 매일 복용해야 하는 불편함을 극복할 수 있다”며 “이를 기대하기 어렵다면 병용 요법 등 다른 방법으로 시장에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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