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5,846.09
(37.56
0.65%)
코스닥
1,151.99
(2.01
0.17%)
버튼
가상화폐 시세 관련기사 보기
정보제공 : 빗썸 닫기

명품백 지고 하이 주얼리 뜬다…'찐부자'들이 보석으로 향하는 이유[안재광의 대기만성's]

입력 2026-02-23 07:43   수정 2026-02-23 07:44



해외 주요 명품 브랜드의 판매 부진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세계 최대 명품 그룹 LVMH의 작년 매출은 808억700만 유로(약 139조 원)로 전년 대비 4.5% 감소했습니다. 그 전년에도 매출이 1.7% 줄었는데 매출 감소율이 더 가팔라졌습니다. 지난해 당기순이익 또한 112억2200만 유로로 13.3%나 급감했죠. 매출의 47%를 차지하는 패션·가죽 제품 부문 매출이 기존 약 410억 유로에서 377억 유로로 8%나 떨어진 게 뼈아팠습니다. 쉽게 말해 루이비통, 디올 핸드백을 요즘 사람들이 잘 안 산다는 의미입니다.

구찌, 입생로랑, 보테가베네타 등을 보유한 케링그룹도 비슷한데요. 가장 최근 실적인 작년 3분기 기준 매출이 약 34억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0%나 줄었습니다. 특히 주력 브랜드인 구찌의 부진이 두드러졌는데요. 3분기 매출이 18%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실 명품 브랜드의 위기는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습니다. 가격을 끊임없이 올리면서 사실상 소비자를 기만한다는 인상을 심어줬거든요. 대표적인 게 샤넬입니다. 대표 모델 중 하나인 ‘클래식 맥시 핸드백’은 현재 국내에서 2033만원에 팔리고 있는데 이 백의 2020년 말 가격은 1014만원이었습니다. 5년 새 두 배나 올린 겁니다. 샤넬 실적은 가장 최근 공개된 게 2024년인데 이 해 매출이 약 186억 유로로 전년 대비 5.3% 감소했습니다. 영업이익은 30.1%나 급감한 44억 유로였고요.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모든 명품이 다 위기를 겪고 있는 건 아닙니다. 잘 팔리는 명품도 있는데요. 리치몬트가 대표적입니다. 이 회사의 작년 3분기(10~12월) 매출은 64억 유로로 전년 동기 대비 11% 늘었습니다. 이 회사의 대표 브랜드는 까르띠에, 반클리프아펠 같은 ‘하이 주얼리’입니다. 실제 이 회사의 3분기 주얼리 부문 매출은 14%나 늘었어요.

국내 주요 백화점에서도 하이 주얼리 매출이 올 들어 폭증하고 있습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작년 국내 백화점의 해외 명품 매출이 10.2%나 증가한 것으로 나오는데 이는 샤넬이나 루이비통 백이 잘 팔려서가 아니라 하이 주얼리 매출이 늘었기 때문입니다. 실제 백화점에 확인한 결과 올 1월 기준 신세계백화점의 하이 주얼리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나 증가했습니다. 롯데백화점과 현대백화점의 증가율도 50%를 넘었죠. 대체 하이 주얼리가 뭐길래 사람들의 소비가 몰리고 있는지 알아봤습니다.

◆“사두면 돈 된다”…투자 목적 수요 몰려

우선 하이 주얼리에 익숙하지 않은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드릴게요. 하이 주얼리는 쉽게 말해 ‘값비싼 보석’인데요. 주얼리에도 등급이 있습니다. 은이나 도금 소재, 디자인 중심의 액세서리가 있고 14K·18K·24K 같은 금과 천연 보석 위주의 대중적 보석 라인인 ‘파인 주얼리’가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희귀한 원석과 장인 정신으로 제조한 ‘하이 주얼리’가 있어요. 주얼리의 끝판왕으로 보면 될 듯합니다.

하이 주얼리는 프랑스어로 ‘오트 주아유리(Haute Joaillerie)’라고도 하는데요. 최고급 보석과 장인 정신이 결합된 ‘하이엔드 주얼리 마스터피스’를 의미합니다. 때론 원석 하나 구하는 데 몇 년이 걸리고 제작에도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세계 단 한 점뿐인 ‘유니크 피스’도 많고요.

하이 주얼리 업계에는 ‘빅4’가 있습니다. ‘왕의 보석상’으로 불리는 까르띠에, ‘알함브라’ 시리즈로 유명한 반클리프아펠, 화려한 색감이 특징인 불가리, 미국 럭셔리의 상징 티파니입니다. 또 ‘다이아몬드의 왕’ 그라프나 요즘 웨딩 밴드로 인기 있는 부쉐론 등도 위상이 높습니다.

그럼 하이 주얼리는 왜 잘 팔리는 것일까요. 가장 중요한 이유는 소비자들이 하이 주얼리를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원자재 가격이 치솟으면서 사람들이 주얼리를 단순히 사치재로 여기는 게 아니라 투자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기 시작했어요. 예컨대 지난해 은 가격은 167%나 폭등했습니다. 백금 가격은 149%, 금 가격도 57%나 올랐죠.

당연히 하이 주얼리 가격도 치솟았습니다. 까르띠에의 경우 평소 연간 1~2회 인상했던 가격을 작년에는 3회 넘게 올렸고 올 1월에도 또 한 차례 인상했습니다. 1월 27일 가격 인상 전에는 주요 매장마다 사람들이 긴 줄을 서는 진풍경이 벌어지기도 했는데요. 인기 모델 ‘다무르’의 경우 가격이 크게 올랐는데도 재고가 없어서 당분간 구매조차 어렵다고 합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인플레이션 시대에 자산 가치를 잘 보존할 수 있는 수단으로 하이 주얼리를 선호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핸드백이나 의류 같은 패션 제품은 중고 가격 프리미엄이 크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에르메스가 대표적이죠. 에르메스는 돈이 있어도 사기 어려운 것으로 유명해 중고나 경매 거래가 활발합니다. 그런데 에르메스 대표 모델인 버킨·켈리백의 평균 재판매 프리미엄은 2022년 2.2배에서 작년 11월 1.4배까지 떨어졌습니다. 1.4배는 1만 달러짜리 백이 중고 시장에서 1만4000달러에 팔린다는 의미인데 이 백의 과거 10년치 평균 프리미엄인 1.69배보다 낮습니다. 특히 버킨 토고 30의 경우 현재 프리미엄이 거의 없는 수준입니다. 버버리 역시 중고 시장가가 작년에 12~18%가량 하락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이 주얼리로 수요가 이동한 또 다른 이유는 ‘희소성’ 때문입니다. 코로나 사태 직후 명품 브랜드는 해외 여행길이 막힌 소비자들이 몰리며 호황을 맞았지만 그만큼 명품이 흔해졌습니다. ‘3초 백’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중산층, 즉 ‘어스파이러셔널(Aspirational) 구매자’들이 많아진 영향입니다.

이렇게 중산층이 대거 명품 구매에 나서자 ‘찐부자’들은 더 이상 명품백을 들고 싶어 하지 않게 된 겁니다. 백화점 매출 상위 5% 이내 VIP일수록 이런 경향이 강한데요. 한 백화점 명품 MD는 “부자들은 본인의 경제력을 드러내는 데 관심이 많은데 명품백은 더 이상 차별화된 수단이 되지 못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건 명품 브랜드의 전략 실패이기도 합니다. 명품 지위를 유지하려면 매출보다 브랜드 관리가 우선인데 매출을 늘리려 너무 많이 찍어내면서 희소성이 떨어졌어요. 그러면서 가격만 올리니 수요와 공급의 균형이 깨진 것이죠.

◆“하이 주얼리 열풍 당분간 이어질 듯”

가격 전략도 한몫했습니다. 샤넬 대표 백 가격이 2000만원을 넘어가면서 이 돈이면 반클리프아펠의 알함브라 중상위급 목걸이를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선 똑같은 2000만원이라면 소가죽 핸드백보다는 다이아몬드나 금으로 만든 주얼리가 더 낫겠다고 판단한 것이죠.

마지막으로 ‘부의 효과’입니다. 코스피 지수가 5000을 넘어서고 서울 강남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자산가들은 더 큰 부자가 됐습니다. 최근에는 자산 부자뿐만 아니라 ‘월급쟁이 부자’도 늘고 있죠. 예컨대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최대 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직원 한 명당 연봉의 평균 1.5배를 지급했습니다. 연봉 1억원이면 성과급만 1억5000만원을 받은 셈입니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도 연봉의 50%에 육박하는 성과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유동성이 하이 주얼리 시장으로 흘러들고 있는 겁니다.

하이 주얼리 열풍은 얼마나 갈까요. 전문가들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봅니다. 인더스트리 리서치에 따르면 하이 주얼리 시장 규모는 올해 1808억 달러 수준에서 연평균 7.8%씩 성장해 2035년에는 3556억 달러에 이를 전망입니다. 하이 주얼리 구매자의 약 60%가 초고액 자산가인데 부의 집중 현상이 강해지면서 이들의 구매력도 커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계적으로 투자 가능 자산이 100만 달러를 넘는 개인은 2200만 명을 넘어섰고, 특히 아시아와 북미 지역에서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이 주얼리를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장기적인 가치 보존’입니다. 하이 주얼리는 명품백처럼 마구 찍어낼 수 없어 희소성이 높습니다. 결국 명품 업계도 중산층 타깃의 ‘매스티지’ 시장은 쪼그라들고 초고액 자산가 위주로 판이 바뀌고 있는듯 합니다.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

관련뉴스

    top
    • 마이핀
    • 와우캐시
    • 고객센터
    • 페이스 북
    • 유튜브
    • 카카오페이지

    마이핀

    와우캐시

    와우넷에서 실제 현금과
    동일하게 사용되는 사이버머니
    캐시충전
    서비스 상품
    월정액 서비스
    GOLD 한국경제 TV 실시간 방송
    GOLD PLUS 골드서비스 + VOD 주식강좌
    파트너 방송 파트너방송 + 녹화방송 + 회원전용게시판
    +SMS증권정보 + 골드플러스 서비스

    고객센터

    강연회·행사 더보기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이벤트

    7일간 등록된 일정이 없습니다.

    공지사항 더보기

    open
    핀(구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