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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의 소변 주기가 달라졌다면 '위험 신호'입니다" [황궁남의 반려동물백서]

입력 2026-02-10 14:26   수정 2026-02-10 14:27



갑자기 기력이 떨어져 내원한 미르는 6살 페르시안 고양이다. 몇 주 전부터 발생했던 작은 변화가 어느 순간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 된 케이스이다.

2~3주 전부터 미르의 화장실 사용 패턴이 조금 달라졌다. 한참을 웅크리고 힘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막상 나와 보면 소변은 거의 없었다. 처음에는 이렇게 생각했다.

“기분 탓인가?”
“잠깐 배가 불편한 것 같아.”
“조금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하지만 고양이의 비뇨기 질환은 대부분 이렇게 조용히 시작된다. 그리고 어느 순간, 갑자기 심각해진다.
고양이 비뇨기계 질환이란?
고양이 비뇨기 질환은 대부분 하부요로기계질환(LUTD)에 해당한다. 병원에 내원하는 4~5세 이상의 고양이에서 치과질환과 함께 가장 흔하게 진단되는 증상 중 하나이기도 하다.

특히 수컷 고양이의 요도는 매우 좁고 길어 조금만 막혀도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요도 폐색이 지속되면 신장 기능이 손상되고, 전해질 불균형으로 인해 심장 이상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급사의 위험으로 이어질 수 있어 하루 이상 방치할 경우 사망 위험은 급격히 증가한다.

대표적인 원인은 다음과 같다.

특발성 방광염
가장 흔한 형태지만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스트레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며, 재발률이 매우 높다. 쉽게 말해, 언제 왜 생기는지 명확하지 않지만 자주 발생하고, 치료 후에도 재발이 흔한 질환이다.

“저번에 치료했는데 왜 또 재발했나요?” 라는 질문을 가장 많이 받게 만드는 질환이기도 하다. 그래서 방광염 환자를 치료할 때는 항상 재발 가능성을 충분히 설명하고 치료에 들어간다.

방광·요도 결석
소변 속 미네랄이 굳어 돌처럼 형성된 것이다. 이 결석이 요도를 막으면 소변이 나오지 않게 되고, 심한 경우 응급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요도 폐색
소변길이 막힌 상태를 말한다. 수컷 고양이에게 특히 많이 발생하며,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매우 위험한 질환이다.

세균성 방광염
비교적 드물지만, 노령묘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 발생할 수 있다.

이 질환들은 증상이 거의 비슷하다. 집에서 보호자가 정확히 구분하기는 어렵다. 특히 대부분의 고양이는 자신의 약한 모습을 숨기려는 본능이 강하기 때문에 더욱이 눈에 띄기 어려운 질병이다. 초기에는 특별한 행동 변화가 없다가, 점차 화장실 사용 패턴이 변하고 혈뇨, 핍뇨, 무뇨 등의 증상이 나타난 뒤에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
화장실을 자주 가거나 소변을 힘들어한다면?
비뇨기계질환을 겪는 고양이들은 생활 속 크고 작은 신호들을 보내게 된다. 보호자들이 알아야 할 상황들을 짚어보자.

화장실을 평소보다 자주 간다
하루에도 여러 번 화장실을 들락거리거나, 모래만 파고 나오거나, 오래 앉아 있다면 방광염이나 초기 요도 폐색이 의심된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 내원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소변을 볼 때 힘들어한다
배에 힘을 주거나 소리를 내고, 웅크린 자세를 오래 유지한다면 이미 통증이 시작된 단계이다.

혈뇨가 보인다
모래에 붉은 자국이 남거나 소변 색이 분홍색, 갈색이라면 방광 점막 손상으로 혈액이 섞여 나온 것이다. 이미 상당히 진행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엉뚱한 장소에 소변을 본다
침대, 소파, 바닥 등에 소변을 본다면 단순한 습관 문제로만 생각해서는 안 된다. 통증이나 스트레스 신호일 수 있다. 고양이는 ‘화장실에 가면 아프다’고 인식하게 되면서 다른 장소를 선택하기도 한다.

소변이 전혀 나오지 않는다 (응급상황)
계속 힘을 주지만 소변이 나오지 않고, 기운이 없거나 구토, 식욕 부진이 동반된다면 즉시 병원에 와야 한다. 요도 폐색이 강하게 의심되는 상황이며, 골든타임을 놓치면 신장이 비가역적으로 손상되어 평생 신부전을 안고 살아가게 될 수 있다.
충분한 수분 섭취, 배변 환경 관리해야
고양이의 비뇨기 질환 재발 예방과 관리를 위해 가장 중요한 요소는 충분한 수분 섭취다. 하지만 고양이에게 억지로 물을 많이 마시게 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기 때문에, 환경을 통해 자연스럽게 음수량을 늘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우선, 건사료 위주의 식단보다는 습식캔을 병행하여 수분 섭취를 보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또한 물이 떨어져 제때 마시지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자동급수기 사용을 고려해볼 수 있다. 집 안 곳곳에 물그릇을 추가로 배치하는 것도 음수량을 늘리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배변, 배뇨 환경 관리 역시 매우 중요하다. 화장실 개수는 고양이 수 + 1개를 기준으로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아울러 디퓨저, 방향제, 가구 배치 변경 등 사소해 보이는 환경 변화도 고양이에게는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으므로 보호자의 세심한 관찰이 필요하다.

특히 요로결석이나 방광염 병력이 있는 경우에는 처방식 사료를 꾸준히 급여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증상이 호전된 것처럼 보이더라도, 수의사의 확인 없이 임의로 처방식을 중단할 경우 재발 위험이 크게 높아질 수 있다.

정기적인 건강검진도 예방 관리의 핵심이다. 매년 실시하는 건강검진에는 소변 검사를 반드시 포함시키거나, 추가로 연 1회 이상 소변 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권장된다. 재발 경험이 있는 고양이라면 검사 주기를 더 짧게 가져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고양이의 비뇨기 질환은 생활 관리만으로도 재발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작은 습관의 변화와 꾸준한 관심이 반려묘의 건강한 삶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황궁남 원장은 서울 강서구 마곡 인근에서 '동물병원숲'을 운영 중인 17년차 수의사다. 동물들의 아픔을 덜고 보호자와의 소통을 중시하는 진료에 누구보다 진심을 다하고 있다.

강홍민 기자 kh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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