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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싸게 주고 호텔 갔는데…"돈 더 내면 청소해 줄게" 황당 [글로벌 머니 X파일]

입력 2026-02-16 07:00   수정 2026-02-16 09:10

이 기사는 국내 최대 해외 투자정보 플랫폼 한경 글로벌마켓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호텔과 비행기 등의 서비스 질과 빈도 등을 줄이는 이른바 '스킴플레이션' 확산하고 있다. 제품의 가격은 그대로 둔 채 용량을 줄이는 '슈링크플레이션'에 이어서다. 구조적인 노동력 부족과 비용 급증이 맞물리면서 일부 산업의 서비스 제공 방식이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호텔 만족도 하락
16일 글로벌 데이터 분석·소비자 인사이트·시장조사 전문 'J.D. Power'의 '2025 북미 호텔 게스트 만족도 조사(NAGSI)'에 따르면, 2024년 호텔의 평균 일일 요금(ADR)은 158.67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반면 같은 해 발표된 'J.D. Power 제3자 호텔 관리 만족도 벤치마크'에선 음식 품질, 식사 공간 청결도, 식음료 제공 방식 및 분위기에 대한 투숙객 만족도는 크게 하락했다.

이는 호텔 운영비 상승 압박 속에서 호텔 관리 기업들이 비용을 통제한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안드레아 스토크스 'J.D. Power' 호스피탈리티 부문 리더는 "게스트 만족도가 흔들리고 있다"며 "운영 비용 압박이 서비스 품질, 특히 식음료와 시설 관리 같은 노동 집약적 분야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 연방준비은행은 이를 두고 "제품이나 서비스의 품질을 '스킴(Skimp·인색하게 굴다)'하여 실질적인 가치를 떨어뜨리는 현상"이라고 정의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CPI)에는 포착되지 않는 '숨겨진 인플레이션'이기도 하다는 지적이다. 업체가 명목 가격을 유지해도 서비스의 빈도, 범위, 접근성이 줄어들면 소비자의 실질 구매력은 하락한 것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런 변화는 크게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빈도 축소. 매일 제공되던 정비 서비스를 '격일' 혹은 '3박당 1회' 등으로 물리적 횟수를 줄이는 방식이다. 힐튼 등 글로벌 체인은 일부 브랜드에서 장기 투숙 시 요청이 없으면 청소를 제공하지 않는다. 이는 호텔이 객실 점유율을 유지하면서 하우스키핑 인력의 업무량을 30~50%까지 감축할 수 있다.

범위 축소형 전략도 있다. 정비 횟수는 유지하면서 서비스 제공의 범위를 축소하는 방식이다. 호텔에선 이른바 '경량 청소'가 대표적이다. 객실에 직원이 진입하더라도 침대 시트 교체나 욕실 전체 청소와 같은 고강도 노동을 제외한다. 대신 휴지통 비우기와 타월 교체 등 간단한 정비만을 수행한다.

유료화 및 인센티브 방식도 확산 중이다. 기존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돈을 내게 하는 가격 구조의 변동이다. 침구 미교체에 동의하면 혜택을 준다. 대신 규정 외 정비를 요청하면 추가 요금을 부과하는 식이다. 이는 소비자가 서비스 삭감을 자발적 선택으로 인식하게 만드는 수익성 방어 수단이이라는 분석이다.

호텔뿐만 아니라 항공업계 역시 비슷한 경로로 가고 있다. 항공사는 티켓 가격을 유지하는 대신, 수하물, 좌석 지정, 기내식 등을 유료 옵션으로 분리했다. 미국 교통부(DOT) 데이터에 따르면, 미국 항공사들이 2024년 한 해 동안 수하물 요금으로 거둬들인 이익은 약 73억 달러에 달한다. 호텔이 청소를 옵션화하는 것과 정확히 같은 방식이다.


이들 업체가 '스킴플레이션'에 나선 원인은 복합적이다. 관련 인력이 부족하다. 미국 호텔업협회(AHLA)가 작년에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 대상 호텔의 65%가 인력 부족을 겪고 있다고 응답했다. 71%의 호텔이 적극적으로 채용 공고를 내고 있지만 공석을 채우지 못했다고 답했다. 가장 부족한 직무는 하우스키핑(38%)이었다.

환경 보호도 비용 절감의 이유다. 침구 미교체에 동의하면 기부하거나 포인트를 적립해주는 방식은 서비스 삭감을 '착한 소비'로 포장하는 고도의 마케팅 전략이라는 지적도 있다.

서비스 스킴플레이션은 '자동화 투자'를 가속하는 계기가 됐다. 서비스 공백을 메우기 위해 기업들은 키오스크, AI 컨시어지, 서빙 로봇 등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런 글로벌 트렌드는 한국 시장에도 침투했다. 국내에서도 한국 소비자들에게 익숙했던 '호텔=매일 청소'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예를 들어 '연박 시 2박까지는 객실 정비를 진행하지 않는다'고 명시하는 호텔이 늘고 있다. 대신 수건과 생수 등 필수품을 문 앞에 두는 '비대면 배급' 방식을 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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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완 기자 kjw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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