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산 제품 관세를 15%에서 25%로 재인상하겠다는 미국 정부의 압박이 소강 상태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국회가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에 전격 합의하자 백악관이 ‘긍정적 진전’이라고 화답하면서다. 다만 비관세 장벽 문제가 변수로 남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쿠팡 사태 해결 방식과 농산물 검역 문제,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등 다양한 불만이 나오고 있어서다.
무엇보다 국회가 전날 여야 합의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를 위한 특별위원회 구성의 건’을 통과시킨 점이 결정적이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해당 이슈(대미투자특별법 입법)가 해소되면서 관세 인상이 유예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김 장관과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을 방문해 ‘1호 대미 투자’를 위한 구체적 협의를 시작한 것도 효과를 발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힘을 보탰다. 구 부총리는 이날 대외경제장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대미투자특별법 처리 전에라도 투자 후보 프로젝트를 미리 검토하는 추진체계를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특별법이 제정돼도 시행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만큼 대미 투자 이행 속도가 늦다는 미국 측의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겠다는 취지다.
구 부총리는 특별법 처리를 위한 국회 특위 구성을 환영하면서 “정부도 신속한 법안 처리를 위해 법안 심사 과정에서 최선을 다해 협조하겠다”고 말했다. 입법과 투자 실행에 속도를 내는 모습을 보여 미국 측의 압박을 최대한 누그러뜨린다는 취지다.
이런 가운데 릭 스위처 USTR 부대표가 한국을 방문해 11일 여 본부장과 만나기로 해 회의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여 본부장은 앞선 방미 기간 그리어 대표와 면담을 추진했으나 불발됐다. 이에 대해 ‘한국 길들이기’라는 분석이 많았다.
이후 이번 답방 형태의 면담은 한·미 정상회담 ‘조인트 팩트시트’(공동설명자료)에 명시된 비관세 분야 합의에 대한 한국의 ‘이행 성적표’를 꼼꼼하게 따지는 까다로운 면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구체적으로 원예작물 창구인 US데스크 설치 이후 상황, 온라인플랫폼법 입법 문제 등이 도마 위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한 통상 전문가는 “문제는 여 본부장이 위임받은 협상 카드가 부족하다는 점”이라며 “농산물 문제는 우리 정부의 ‘레드라인’을 넘어설 수 있고, 온플법과 플랫폼 문제는 산업부가 혼자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고 지적했다.
한편 김정관 장관은 이날 대정부질문에서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노력이 많이 있다고 알고 있다”고 답했다. 이어 “물론 비관세 장벽과 관련해 한·미 간 여러 이슈가 있기는 하지만 그것은 그 트랙을 통해 관리 가능하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비관세 장벽 문제는 관세 재인상과는 별도의 이슈라는 취지로 해석됐다.
김대훈/하지은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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