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지난해 11월 17일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가 내부 시스템의 비정상적인 접근을 인지하면서 시작됐다. 쿠팡은 같은 달 19일에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했다.
사건 초기 국내 여론은 급격히 악화했다. 박대준 당시 쿠팡 대표는 국회 청문회에 출석해 고개를 숙였지만, 유출 규모와 초동 대처를 둘러싸고 질타가 쏟아졌다. 쿠팡은 전격적인 경영진 교체 카드를 꺼내 들었다. 미국 본사(쿠팡Inc)의 글로벌 법무 총괄인 해럴드 로저스가 임시 대표로 한국에 급파됐다. 로저스 대표는 이후 수차례 국회 청문회에 출석했으나 답변 과정에서 정색하는 표정과 태도가 논란이 됐다.
올해 초에는 사건의 불똥이 정치권 로비 의혹으로 튀었다. 김병기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쿠팡 측 인사들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고가의 식사를 한 사실이 알려지며 수사 무마를 위한 부적절한 접촉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미국 투자사와 정치권이 가세하며 사태는 통상 마찰로 비화했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일부 의원은 “한국 정부가 미국 기업을 부당하게 압박하고 있다”며 무역법 301조 조사 등 보복 가능성을 언급해 한국 정부를 압박했다.
과도한 조사에 반발하며 국제 소송까지 시사하던 쿠팡은 ‘99원 생리대’ 판매 등 정부의 물가 안정 정책에 적극 호응하는 유화적 제스처를 취하기 시작했다. 정부 정책에 발맞춰 규제 리스크를 관리하려는 전략적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과기정통부의 조사 결과 발표는 기술적 원인을 규명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지만 그 이면에는 한·미 통상 갈등과 복잡한 정치적 로비 의혹이 얽혀 있다”며 “이를 원만하게 헤쳐나가는 것이 쿠팡의 과제”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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