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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줄 사라졌다"…'어중간한 가격'에 직격탄 맞은 브랜드

입력 2026-02-11 18:00   수정 2026-02-12 01:21


지난 6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문이 열리자 사람들이 뛰기 시작했다. 이들이 주로 향한 곳은 1층 주얼리 매장. 까르띠에 앞에는 개점 직후 세 팀이 잇따라 대기했다. 지난달 27일 주요 제품 가격을 인상한 직후인데도 대기 줄이 생겼다. 인기 모델인 ‘다무르’ 목걸이는 가격이 20%가량 올랐지만, 제품을 볼 수조차 없었다.

소비심리가 위축된 가운데서도 최소 수백만원 하는 하이 주얼리 시장은 이례적으로 초호황을 누리고 있다. 11일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백화점의 해외 유명 브랜드(명품) 매출은 전년 대비 10.2% 늘었다. 명품 소비를 이끈 상품군은 하이 주얼리다.

국내 주요 백화점 3곳의 하이 주얼리 매출은 일제히 급증했다. 롯데백화점의 지난 1월 1~25일 주얼리·시계 부문 매출 증가율은 55%에 달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백화점의 럭셔리 주얼리 부문 매출도 60% 폭증했다. 주식, 부동산 등 자산 가격 상승에 따른 ‘부(富)의 효과’를 크게 본 소득 상위 계층이 주요 소비자다.
구찌·버버리 매스티지 브랜드 '혹한기'
백화점 컨템퍼러리 매장도 썰렁
축제 분위기인 하이 주얼리 매장과 달리 ‘대중 명품’은 혹한기를 맞고 있다.

구찌, 지방시, 버버리 등 중산층이 선호하던 ‘매스티지 브랜드’ 매장에는 대기 줄이 완전히 사라졌다. 중산층이 부자의 소비를 따라 하는 ‘애스퍼레이셔널(aspirational) 소비’를 확 줄인 여파다. 인근 신세계백화점 본점도 마찬가지였다. 하이 주얼리 매장에만 사람이 몰릴 뿐 일반 여성 패션, 남성 패션, 스포츠 매장은 한산했다. 4층 컨템퍼러리 매장은 둘러보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메종키츠네, A.P.C., 구호, 타임 등 명품만큼 비싸진 않지만 일반 패션 브랜드에 비해선 다소 비싼 ‘어중간한 가격대’ 브랜드 매장이 몰려 있는 곳이다.

반면 유니클로, 다이소, 무신사, 올리브영 등 극강의 가성비를 앞세운 브랜드는 역대 최대 호황을 누리고 있다. 한국 유니클로를 운영하는 에프알엘코리아는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25회계연도(2024년 9월~2025년 8월) 매출은 1조3423억원으로 전년 대비 27.5% 늘었다.

백화점은 이런 트렌드에 맞춰 초고가 브랜드 중심으로 매장을 재단장하고, 연간 최소 수천만원씩 돈을 쓰는 VIP 영업 위주로 전략을 새로 세우고 있다. 고객 수 기준 5% 미만인 VIP가 백화점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40%대 중반에 달했다. 올해는 처음으로 50%를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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