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직하지 않은 다주택 보유가 이익 아닌 부담이 되게 해야 할 정치 인들이 특혜를 방치한다.”
“양도세까지 깎아주며 수년간 기회를 줬는데도 버틴 다주택자들에게 대출 만 기 시 연장 혜택을 추가로 주는 것이 공정한가.”(이재명 대통령 X 게시글 일부)
파느냐 버티느냐. 다가오는 5월 9일 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가 만료되는 시기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이 기로에 섰다. 대통령의 연이은 발언으로 위기감 이 고조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곧 전통적인 봄 이사철이자 신혼부부, 새 학기, 직장인 수요가 집중되는 3월이지만 다주택자들의 고민이 정점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피치 못한 사정으로 급하게 집을 팔게 되면 원하는 만큼의 가격을 받지 못하는 상황들이 종종 생긴다. 그러나 이 날짜를 넘긴 상태에서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 중과, 팔지 않고 갖고 있으면 보유세 중과라는 ‘샌드위치’ 속에 끼게 되는 상황이다. 14조원 에 달하는 주택 임대사업 대출에 대해서도 만기 연장 시 RTI(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을 적 용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정부는 퇴로를 열어주는 한편, 보유세 압박을 가하는 등 ‘당근과 채찍’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지난 2월 10일 정부는 5월 9일 전 계약한 사례에 대해 잔금·등기 날짜를 최대 6개월(강남3구·용산은 4개월)까지 미룰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세를 낀’ 집을 산 경우에는 실거주 의무가 유예된다.
급하게 ‘던지는’ 소유주들로 인해 ‘강남 불패론’은 당분간 주춤할 전망이다. 강남 등 세금 부담이 큰 고가주택 밀집 지역에선 아파트 매매 매물이 늘고 호가는 떨어지고 있다. 시장은 당장 이들 매물을 받아줄 여력이 없는 상태다.
반면 젊은 실수요자들은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대의 아파트는 거래가 일어나며 매물이 줄고 있다. 특히 올해는 서울은 물론 수도권 입주 물량까지 감소함에 따라 지금처럼 전월세 가격이 오른다면 ‘내 집 마련’ 수요가 늘면서 이 같은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수 있다. ‘15억원 이하 실거주 1주택’은 대출규제와 취득세 중과 등 규제를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파트 실거래가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2월 10일 기준 연초 대비 서울 아파트 매매 매물 건수는 5만7001건에서 6만417건으로 5.9% 늘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송파구, 광진구, 성동구, 서초구, 강남구 등 지난해 집값 상승을 이끌던 소위 ‘한강벨트’ 지역의 매물이 크게 증가했다. 집을 내놓고 있는 것이다.
매물 증가는 집주인들이 주택을 매도하려 내놓는데 그만큼 집을 사려는 매수인이 생기지 않아 시장에서 신속하게 거래되지 않을 때 발생한다. 결국 가격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한국부동산원이 집계한 2월 첫째주 서울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101.9로 21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매매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100보다 높으면 매수세가 높은 ‘매도자 우위시장’, 낮으면 매도하려는 집주인이 많은 ‘매수자 우위시장’인 것으로 본다. 동남권 매매수급지수는 2월 초까지 100을 근소하게 웃돌고 있지만 2주 연속 하락을 이어가고 있어 매도인 우위가 유지될 것으로 예상하기 어렵다.
동남권은 강남·서초·송파와 강동구를 포함한 ‘강남4구’ 지역으로 서울 평균에 비해 높은 매매수급지수를 유지했다. 일자리와 교통, 학군을 두루 갖춘 주거선호지역으로 통하기 때문이다. 그러다 지난해 말부터 서울 평균에 추월당하기 시작한 이후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실제로 올해 매물 증가폭이 가장 높았던 송파구 잠실동에서는 급매가 늘고 있다. 급매물 호가는 최근 실거래 가격보다 2억~3억원가량 저렴하다.
잠실에서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진 ‘리센츠’ 아파트에도 최근 급매물이 다수 올라오면서 매물 수가 급격히 늘었다. 리센츠 아파트는 ‘초품아’이면서 롯데마트, 롯데백화점, 롯데몰 등이 가깝다. 올해 들어 갭투자 가구가 많은 전용면적 27㎡ 초소형 세대가 최고가 대비 저렴하게 실거래된 뒤 전용면적 59~98㎡도 호가가 낮아졌다. 좀처럼 급매를 찾아 보기 어렵던 강남구 압구정과 서초구 반포동 등에도 최근 급매물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러나 쉽사리 계약하려는 매수인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송파구 소재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요즘에는 집을 팔고 갈아타려는 매도인보다 세금 문제로 집을 정리하려는 집주인이 많아 급매가 나오는데 호가를 내려도 대출규제가 강화돼 실거주 목적의 매수인도 집을 사기가 어려운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해 10·15 대책 시행 이후 현재 25억원 초과 아파트에 대해서는 주택담보대출 한도가 2억원으로 제한된다. 15억원 이하 주택까지는 6억원, 15억원 초과~25억원 미만에 대해서는 4억원까지 대출이 나온다.

그에 비해 성북구, 강북구, 구로구, 노원구 등에선 연초 대비 매물이 줄었다. 이들 지역은 아파트 매매 매물이 늘었다가도 다시 감소하는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부동산에 나오는 아파트가 속속 거래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인기인 곳은 이들 지역 내 신축이나 준신축 아파트이다. 실거주 만족도가 높은 한편, 가격은 합리적이다.
성북구는 길음뉴타운, 장위뉴타운과 보문동 인근에서, 그와 인접한 강북구는 미아뉴타운에서 저가 매물이 여러 건 소진된 뒤 상승거래가 일어났다. 지난해 부동산 시장을 휩쓸었던 상승장에서 다소 소외됐던 지역에서 오히려 강한 오름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저렴한 소형 타입 인기가 높은 편이다.
2017년 입주한 ‘보문 파크뷰 자이’ 전용면적 45㎡는 지난 1월 24일 10억원에 거래됐다. 2021년 9월 9억원에 기록한 전고점을 4년이 훌쩍 지나 넘기게 된 것이다. 전용면적 59㎡도 지난해 12월 11억3800만원에 손바뀜되며 2021년 9월 기록한 최고가를 돌파했다.
한국부동산원이 매주 발표하는 아파트 매매가격지수에 따르면 2월 첫째 주 기준 올해 들어 서울에서 아파트 가격이 가장 많이 오른 지역은 관악구로 나타났다. 그 뒤를 동작과 성동, 영등포, 강동, 양천, 성북 등이 이었다. 관악과 동작, 강동, 성북의 경우 지난해 같은 시기에는 아파트 가격이 하락했었으나 1년 만에 상황이 반전된 것이다.
다만 급격히 오른 호가로 인해 일부 단지에서는 다시 매물이 쌓이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한 젊은 실수요자는 “성북구가 현재 거주지와는 거리가 있지만 지금 사는 동네 집값이 너무 올라 대안으로 찾게 됐다”며 “막상 와보니 예상보다 호가가 높아 ‘영끌’을 해야 할지 다른 곳을 또 알아봐야 할지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노원구 부동산 관계자도 “집주인들이 ‘기회는 지금’이라는 생각에 호가를 올리면서 매수세가 주춤한 상태”라며 “다주택자도 당장은 호가를 내리지 않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여전히 상승 여력이 일부 존재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올해에도 전월세 가격이 상승할 것으로 점쳐지면서 임차 수요가 매매 수요로 전환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전월세 상승이 결과적으로 저렴한 아파트 가격을 밀어 올릴 수 있다.
서울에서 아파트 매매 매물이 쌓이고 있지만 전월세 매물은 감소추세를 보이고 있다. 원인은 두 가지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입주 물량 부족이 전월세 가격의 불안 요소로 꼽힌다. 직방에 따르면 2026년 수도권 입주 가구수는 8만1534세대로 지난해 대비 약 27% 감소할 전망이다. 서울에선 지난해보다 48%나 적은 1만6412세대가 입주할 예정이다.
정부는 주택공급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용산, 과천 등 주요 도심에 총 6만 호를 공급한다는 1·29 공급대책을 통해 내놨다. 이들 물량의 가장 빠른 착공시기는 2027년(용산국제업무지구 등)이다. 매매 시장은 분양물량에 대한 기대감으로 잡을 수 있지만 임대차 시장은 당장 입주할 수 있는 주택 물량이 결정한다.
아파트 매매 시장이 일명 ‘실수요장’으로 바뀌면서 상대적으로 전월세 공급은 줄게 되는 효과도 생긴다. 아파트가 손바뀜될수록 새 매수인은 자기 집에 실거주하게 되므로 전월세 매물이 적어진다는 것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이슈인 양도세 중과 유예는 ‘다주택자 매물 출회 및 부동산 시세차익에 대한 공공환수’만으로 그치지 않고 가족 단위로 거주가능한 전세 매물이 줄어드는 등 임대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며 “이는 공공임대나 기업형 임대로 모두 대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민보름 기자 br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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