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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위조로 계좌 잔고 '23원→9억원'…판사까지 속인 사기꾼

입력 2026-02-11 10:14   수정 2026-02-11 10:17



인공지능(AI)으로 계좌 잔고를 위조해 구속을 피한 20대 남성이 검찰의 보완 수사로 적발돼 구속 기소됐다. 이 남성은 계좌에 9억원이 있다고 주장했지만, 실제 잔고는 23원에 불과했다.

부산지검 동부지청 형사3부(부장검사 김건)는 사기, 사문서위조 및 행사, 위계공무집행방해 혐의로 A씨(27)를 지난 6일 구속 기소했다고 11일 밝혔다. A씨는 3억2000만 원 상당을 가로챈 사기 혐의와 위조된 잔고증명서를 수사기관과 법원에 제출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AI로 의사 국가시험 합격 내역과 암호화폐·예금 거래 내역을 조작해 자신을 수십억 원대 자산을 보유한 의사 겸 사업가로 꾸몄다. 그는 피해자들에게 암호화폐나 크루즈 선박 사업에 투자하라고 권유하거나 메디컬센터 설립 자금을 대달라고 해 3억2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사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지난해 12월 법원에 구속영장이 청구됐으나 기각됐다. 그는 9억원이 찍힌 잔고증명서를 제출하며 "피해자들에게 변제하겠다"고 약속했다. 경찰은 이 증명서의 진위를 확인하지 않은 채 A씨를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했다.



하지만 A씨는 변제 약속 시한인 지난해 12월 30일까지 피해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를 수상하게 여긴 검찰은 직접 보완 수사에 나섰고, 잔고증명서의 내용이 실제 계좌정보와 다르다는 점을 확인한 뒤 계좌영장을 청구했다. 계좌를 확인한 결과 A씨의 실제 잔고는 23원에 불과했다. 잔고증명서도 위조된 것이다.

검찰은 지난달 A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법원은 지난 2일 발부했다. A씨는 검찰 수사 과정에서 범행을 자백했고, 검찰은 그가 위조 행위를 포함해 모두 4건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재판에 넘겼다. 기존 사기 혐의에 더해, 법원에 위조 문서를 제출하고 판사의 영장 심사 업무를 방해한 혐의도 추가됐다.

AI가 고도화되며 법원까지 속이는 사례까지 발생한 만큼, AI의 범죄 악용 가능성이 다시 주목받을 전망이다. 최근 시행된 인공지능 기본법은 생성형 인공지능이 만든 결과물에 AI 생성물임을 표시하는 'AI 생성물 표시제'를 도입했지만, 실제 대중적으로 사용되는 AI 중 해당 표시가 있는 경우는 드물다.

검찰은 "AI의 이미지 생성 기능으로 육안 식별이 어려울 정도로 정밀한 문서를 위조해 판사까지 속였다"며 "금융서류처럼 악용 가능성이 큰 생성물은 AI가 자체적으로 생성을 제한하거나, 생성물임을 식별할 수 있도록 표시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시온 기자 ushire908@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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