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세훈 서울시장이 핵심 사업으로 추진한 '한강 르네상스' 정책이 성수전략정비구역에서 이어지는 각종 논란과 사업 지연으로 추진 동력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관련 업계에서 나온다.
오 시장은 과거 규제가 사업 정체의 주요 원인이었다고 밝혀왔지만, 규제가 완화된 현재에도 성수 1·2·4지구에서는 조합 비리 의혹과 시공사 선정 갈등이 계속되며 정책 취지가 현장에서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오세훈 시장은 최근 간담회에서 성수전략정비구역이 전임 시기 적용된 '35층 룰' 등 각종 규제로 인해 10년 가까이 사업이 진척되지 못했다고 밝히며, 당초 계획대로 추진됐다면 이미 1만 가구 규모의 주택이 공급돼 시장 안정에 기여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다른 평가도 나온다. 규제 완화라는 정책적 여건이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조합 운영의 투명성 문제와 내부 갈등이 여전히 사업 추진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성수 1지구는 최근 시공사 유착 의혹이 제기되며 조합 사무실이 경찰의 압수수색을 받는 초유의 사태까지 이어졌다. 마감재 하향 변경 등의 과정에서 발생한 차액을 편취하려 했다는 배임 혐의와 특정 시공사와의 유착설이 불거지면서 현대건설과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건설사들이 입찰 공정성에 의문을 제기하며 참여를 거부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성수 2지구 역시 조합장이 특정 건설사 관계자와의 부적절한 관계 의혹에 휩싸이며 사퇴하는 상황이 벌어졌고, 이후 대형 건설사들이 입찰 참여를 보류하거나 불참하면서 시공사 선정 절차가 사실상 중단된 상태다.
성수 4지구는 시공사 선정 과정에서 조합과 건설사 간의 법정 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최근 조합은 대우건설이 대안설계의 상세 도면을 제출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입찰 무효 선언 후 즉시 재입찰공고를 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은 "입찰지침에 대안설계 관련 상세 도면 제출 규정은 전무하며, 조합이 이사회와 대의원회 의결 절차를 무시하고 유찰시키며 재입찰공고를 게시하는 등 특정 건설사에 유리하게 입찰을 진행하고 있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이후 재입찰 공고는 조합 측에 의해 취소된 상태이며, 향후 절차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성수동 일대 집값이 최근 12년 만에 최대 상승 폭을 기록하는 등 시장 열기는 높아지고 있지만, 실제 주택 공급으로 이어질 정비사업의 진행 속도는 여전히 더디다는 점을 지적한다. 오세훈 시장은 "시장이 바뀌면 인허가 절차가 중단될 수 있다"며 사업 추진의 속도를 강조하고 있지만, 현장에서는 공사비 상승과 고금리 등 외부 여건 악화에 더해 조합 내부 분쟁까지 겹치며 정책 효과가 상쇄되고 있는 셈이다.
또 사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사업 기간과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 도입된 공공관리자 제도 역시 자칫 '보여주기식 규제 완화'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현재의 혼선을 해소하고 사업을 정상 궤도에 올리기 위해서는 공공관리자의 보다 적극적인 관리와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슬기 한경닷컴 기자 seulk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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