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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다수 물량, 공급불안 해소 기대감…주거 입지 좋지만 주민 반발 등 변수 많아

입력 2026-02-11 16:01   수정 2026-02-11 16:02

정부의 대규모 주택공급 대책이 베일을 벗었다. 유휴 국공유지와 공공기관 부지 등을 활용해 수도권에서 약 6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도심 주택공급 확대 및 신속화 방안’(1·29 대책)을 지난달 내놨다. 서울 용산과 경기 과천, 성남 등 수요자 선호가 높은 지역에서 다수의 물량을 확보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공급 불안 심리를 누그러뜨릴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그러나 주민 반발, 지방자치단체 협의 등 거쳐야 할 과제가 많은 만큼 실제 착공 물량이 얼마나 나올지를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 용산·과천에 각 1만여가구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29 대책’의 핵심은 수도권의 빈 땅을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해 2030년까지 6만여 가구를 공급(착공)하는 것이다. 서울이 약 3만2000가구(53.3%)로 가장 많다. 이어 경기(2만8000여가구, 46.5%) 인천(1000여가구, 0.2%) 순서다. 서울 용산구 일대에 1만3501가구를 선보이겠다는 내용이 눈길을 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주택 규모를 기존 6000가구에서 1만가구로 4000가구 늘려 2028년 첫 삽을 뜰 예정이다.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고밀 개발을 추진한다.

지하철 남영역(1호선)과 삼각지역(4·6호선) 사이 캠프킴 부지 물량도 1400가구에서 2500가구로 늘릴 계획이다. 녹지 공간 효율화를 통해서다. 서빙고역(경의중앙선) 인접 주한미군 반환 부지(501 정보대)엔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소형주택 150가구를 짓는다. 용산에선 이외에도 용산 유수지(480가구), 용산 도시재생 혁신지구(324가구), 용산우체국(47가구) 등이 주택공급 후보지로 제시됐다.

군 골프장인 노원구 태릉CC 부지엔 6800가구를 공급하기로 했다.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과 강릉이 가까이에 있어 세계유산영향평가를 거쳐야 한다. 정부는 이 평가를 조속히 마무리한 뒤 공공주택 지구 지정·지구계획 수립 등을 병행해 2030년 착공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중저층 주택 단지를 계획 중이다. 동대문구와 은평구에선 각각 국방연구원·한국경제발전전시관 및 한국행정연구원·환경산업기술원 등 4개 연구기관을 이전해 1500가구와 1300가구를 공급할 예정이다.

강서구 군부지와 금천구 독산 공군부대엔 각각 918가구, 2900가구를 짓는다. 총 1만가구 규모의 노후청사 활용 방안에도 서울 내 후보지가 다수 포함돼 있다. 강남구 서울의료원 남측부지(518가구), 성동구 옛 경찰청 기마대 부지(260가구), 도봉구 쌍문동 교육연구시설(1171가구) 등이 대표적이다. 25가구 규모 관악구 관악세무서 등 소규모 단지 부지까지 모두 끌어모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도 공급 물량도 서울 인접 지역 위주로 배치돼 관심을 끈다. ‘준강남’이라 불리는 과천에 9800가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경마장과 국군방첩사사령부를 이전한 뒤, 부지를 통합 개발한다는 구상이다. 경기 성남에선 금토2지구와 여수2지구를 합쳐 6300가구를 공급한다. 판교테크노밸리와 성남시청이 가까워 입지 경쟁력을 갖춘 곳이다. 광명 광명경찰서 부지(550가구), 하남 신장 테니스장 부지(300가구), 남양주 군부대(4180가구), 고양 옛 국방대 부지(2570가구) 등도 주목받고 있다.
◇ 주민 반발·지자체 협의 변수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수요자들이 원하는 곳에 주택을 공급한다’는 시그널을 시장에 준 것은 긍정적”이라며 “후보지 대다수가 교통·업무 등 기능이 갖춰진 자족 도시로 거듭날 수 있다는 점도 기대를 모은다”고 말했다. 예컨대 과천 경마장·방첩사 부지는 인근 과천지식정보타운·주암지구 등과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업무와 여가 기능이 한 곳에 갖춰지는 구역이다. ‘허허벌판’에 지어지는 3기 신도시 등 신규 택지지구 사업과 비교할 때, 1·29 대책으로 공급되는 단지는 초기 단계부터 주거 편리성을 갖추게 된다는 취지다.

하지만 정부가 공언한 6만 가구 공급이 실제로 이어질지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용산국제업무지구와 태릉CC, 용산 캠프킴 등 1만9300여가구는 2020년 문재인 정부의 ‘8·4 공급대책’ 때도 이름을 올렸던 사업장이다. 태릉CC는 교통 혼잡 등을 우려한 주민 반발과 문화재·환경 보호 등 문제 때문에 사실상 사업이 좌초됐다. 이번에 재추진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용산국제업무지구는 적정 주택 공급 규모를 두고 국토부와 서울시가 대립하고 있다. 국토부는 1만 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는데, 서울시는 최대 8000가구가 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과천시의 반발도 거세다. 이미 포화 상태인 도로나 상하수도 등 기반 시설이 더욱 부족해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경마장 이전 시 지방세 수입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유휴 국공유지 주택 공급을 천명했던 과거 8·4 대책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았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시장 수요자가 ‘1·29 대책’의 현실 가능성에 신뢰를 갖지 않을 공산이 크다”고 분석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신규 가구 증가분과 멸실 대체 수요를 합쳐 서울의 연간 주택 수요가 약 8만 가구인 것을 고려하면 구조적 공급 부족을 해소하기엔 역부족”이라고 진단했다.

이인혁 기자 twopeopl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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