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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극화 빌라 시장…'재개발 사다리' 타기 위한 조건

입력 2026-02-11 16:01   수정 2026-02-11 16:02

지난해 서울 아파트 가격은 역대 최대 수준으로 뛰었다. 치솟는 아파트값과 매물 부족 현상에 내 집 마련을 꿈꾸는 수요자가 최근 빌라(연립·다세대) 시장으로 눈길을 돌리는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로 침체했던 빌라 시장이 최근 서울시 정비사업 활성화 정책과 맞물려 반등 신호를 보내고 있다. 하지만 과거와 양상은 다르다. 모든 빌라가 오르는 것이 아니라 ‘재개발’이라는 명확한 호재가 뒷받침되는 지역을 중심으로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서울시 재개발 시장을 견인하는 양대 축은 ‘신속통합기획’과 ‘모아타운’이다. 서울시 정비사업 정책은 행정 절차를 획기적으로 단축해 재개발 사업에 속도감을 불어넣고 있다. 한강 변과 뉴타운(재정비촉진사업) 등 대규모 재개발 사업은 신통기획으로, 소규모 노후 저층 주거지는 모아타운으로 지정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있다.

시장은 사업 ‘속도’와 ‘가능성’에 즉각 반응한다. 데이터에서도 드러난다. 지난해 11월 시공사 선정까지 마쳐 사업성을 확보한 마포구의 한 모아타운 구역을 예로 들어보자. 해당 구역의 전용면적 3.3㎡당 평균 거래가는 2022년부터 2024년까지 2487만원(총 9건 거래) 수준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나 지난해 4월 관리계획 승인이 이뤄지자 시장은 달아올랐다. 2025년 한 해에만 이 구역에서 10건의 거래가 집중됐다. 3.3㎡당 평균 거래가는 3220만원으로 뛰었다. 이는 2024년 평균 거래가(5건·2445만원)와 비교했을 때 30% 넘는 상승률이다.

재개발 예정지 빌라 투자가 장밋빛 미래만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권리산정 기준일’은 입주권을 받기 위한 최소한의 법적 요건일 뿐이다. 정작 투자자가 주목해야 할 본질은 따로 있다. 바로 사업성, 추진 가능성, 그리고 추가 분담금이다. 최근 아파트 공사비가 3.3㎡당 1000만원 시대에 접어들며 ‘재개발은 곧 대박’이라는 공식이 깨지고 있다. 아무리 입지가 좋아도 일반분양 물량이 적어 사업성이 떨어지면 조합원이 부담해야 할 분담금이 수억원에 달할 수 있다. 이는 자칫 ‘배보다 배꼽이 더 큰’ 결과를 초래한다. 또 모아타운이나 신통기획 대상지로 선정됐다고 하더라도 주민 동의율이 낮거나 이해관계가 복잡한 지역은 사업이 장기간 표류하거나 무산될 수 있다.

지역별로도 시장의 명암은 갈린다. 마포구, 성동구 등 사업성이 검증된 곳은 매수 문의가 이어지며 신고가를 경신하고 있다. 그러나 정책적 기대만 있고 실질적 사업 구조가 취약한 지역은 외면받고 있다. 투자자들이 빌라라는 건축물이 아니라 그 땅 위에 세워질 ‘미래의 아파트 가치’를 냉정하게 따지고 있다는 증거다.

그럼에도 지금의 시장 변화는 특정 투자자에게 기회가 될 수 있다. 먼저 아파트값이 너무 올라 원하는 지역에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3040세대’다. 이들에게 입지 좋은 재개발 빌라는 이른바 ‘몸테크’를 감수하더라도 상급지로 진입할 수 있는 현실적 통로다. 둘째 수도권 부동산에 자산 일부를 투자하려는 중장기적 수요자다. 실거주 의무 없이 주택에 투자할 수 있는 선택지가 재개발 빌라이기 때문이다. 다만 막연한 기대보다는 가격 변화와 사업 진행 속도를 비교하며 냉정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다.

윤수민 농협은행 All100자문센터 부동산수석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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