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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한 가상자산거래소의 비트코인 오지급 사태는 단순한 해프닝이 아니다. 몇 분 사이에 수십조 원 규모의 ‘가짜 잔고’가 찍혔고, 거래소 내부 시세가 크게 출렁였다. 세간에서는 “역시 실체가 없는 비트코인을 거래소가 무단으로 발행했다”는 비난이 줄을 잇는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러나 모든 비판이 올바른 것은 아니다. 사건의 본질을 이해하고 유사 사례를 방지하려면, 무엇이 실제로 일어났고 무엇이 오해인지를 명확히 구분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비트코인을 무단 발행했다는 의심은 설계 원리를 오해한 데서 출발한다. 비트코인은 총발행량이 2100만 개로 고정돼 있으며, 채굴을 통해서만 생성된다. 개별 거래소가 마음대로 찍어낼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이번 사건에서 잘못 발행된 것은 비트코인이 아니라 비트코인을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 즉 ‘인출권’이었다. 거래소 화면의 잔고는 블록체인상의 실물 코인 개수가 아니라, 거래소에 청구할 수 있는 일종의 채권이다. 고객이 10BTC를 입금하면 거래소는 이를 자체 지갑에 보관하고 장부에 ‘이 고객에게 10BTC를 지급할 의무가 있다’고 기록할 뿐이다. 즉, 직원의 실수로 찍힌 것은 비트코인 그 자체가 아니라 거래소의 지급 약속 증서였다.
다만 과거 일부 거래소가 실물 코인 없이 가짜 차트를 만들어 시세를 조작한 소위 ‘B북 거래’는 명백한 범죄다. 그러나 2026년 현재 국내 주요 거래소는 이런 식의 인위적 시세 조작을 하지 않고 있다. 이번 사태는 전산 오류로 인출권을 과다 지급한 것이지, 의도적으로 없는 코인을 팔아치운 자기매매와는 결이 다르다.
결정적 차이는 파급 경로에 있다. 2018년에는 유령주식이 공적 시장(KRX)으로 흘러나가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줬지만, 이번 사태의 가짜 인출권은 거래소 내부에서만 거래됐다. 외부 유출이 없었기에 ‘유령 비트코인’이 생태계 전체로 퍼지지는 않았다. 거래소가 피해 보전과 손실 보상 방침을 세운 만큼, 약속이 이행된다면 확정적 손실을 안고 끝나는 사용자는 없게 된다.
그렇다고 가볍게 넘길 문제는 결코 아니다. 시세 급변 과정에서 공포 매도에 나선 고객들은 큰 위험에 노출됐고, 렌딩 서비스 이용자들의 손실 분석도 이어지고 있다.
가장 우려스러운 점은 만약 이 가짜 인출권이 ‘외부 출금’으로 이어졌을 경우다. 거래소가 보유한 실물 비트코인은 수천 개 수준인데, 잘못 지급된 인출권이 출금됐다면 거래소는 다른 고객의 자산을 대신 내줬을 것이다. 단 몇 명만 출금에 성공했어도 수조원이 유출돼 지급 불능과 파산으로 이어졌을 터다. FTX 파산 사태가 바로 이런 자산 유출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상기하면, 이번 사건은 아슬아슬하게 파국 직전에서 멈춘 셈이다.
비행기 추락 사고 직후 조종사의 배경을 들춰내며 비난하는 것은 쉽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다음 사고를 막을 수 없다. 기계적 결함, 관제 시스템, 기상 상황, 그리고 의도적 항로 이탈을 차단할 장치가 있었는지를 해부해야 한다.
이번 사태는 국가적 혼란으로 번지지는 않았으나 사회 전반에 강력한 경고를 던졌다. 가상자산이 제도권 금융에 완전히 편입되기 전에 부실한 내부 통제와 허술한 투자자 보호 체계를 시급히 손보라는 신호다. 이를 단순한 흥밋거리로 소비할지, 아니면 시스템 개선의 예방주사로 삼을지, 답은 명확하다.

김민승 코빗 리서치센터장은...
코빗 리서치센터 설립 멤버이자 센터장이다. 블록체인과 가상자산 생태계에서 벌어지는 복잡한 사건과 개념을 쉽게 풀어 알리고, 다른 관점을 가진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도록 돕는 일을 한다. 블록체인 프로젝트 전략 기획, 소프트웨어 개발 등의 경력을 가지고 있다.
▶이 글은 암호화폐 투자 뉴스레터 구독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관점을 제공하기 위해 소개한 외부 필진 칼럼이며 한국경제신문의 입장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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