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건물을 짓기로 마음먹었다면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언제일까요?
바로 ‘건축설계’에서 ‘건축시공’으로 넘어가는 단계, 즉 건설사로부터 견적을 받는 시기입니다.
이 시기에 건축주가 어떤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향후 공사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수많은 리스크와 추가 공사비 분쟁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번 시간에는 단순히 “싸게 지어주세요”, “잘 부탁드립니다”가 아니라, 건설사(시공사)가 꼼짝 못 하면서도 공사는 매끄럽게 돌아가게 만드는 ‘견적 조건의 기술’에 대해 공유드리겠습니다.
“이 조건을 빼면 공사비가 튑니다”
건축주가 건설사 견적을 받을 때 반드시 명심해야 할 5가지
1. 공사비 지급 조건, 견적의 ‘원가’를 결정하는 보이지 않는 손
많은 건축주가 공사비 총액에만 매몰되곤 하지만, 실제로 견적서의 숫자를 바꾸는 결정적인 변수는 ‘대금 지급 조건’입니다.
이를 이해하려면 건설업의 구조적 특성을 알아야 합니다.
건설사는 자기 자본으로 건물을 짓는 자선사업가가 아닙니다.
건축주가 적기에 공급하는 자금(이하 기성금)으로 자재를 구매하고 인건비를 충당하는 도급 구조임을 명심해야 합니다.
(1) 선급금(계약금액의 10~20%)은 공사의 ‘마중물’입니다.
철골 등 초기에 막대한 자재비가 투입되는 현장일수록 적정한 선급금은 필수입니다.
건축주가 자금의 물꼬를 터주면, 건설사는 외상 거래에 따른 금융비용 리스크를 줄일 수 있고, 그만큼 더 낮은 견적가를 제시할 여지가 생깁니다.
(2) 기성금(월 1회, 검사 후 7일 이내 지급) ? 시장은 정직합니다.
대금 지급이 깔끔하고 빠른 현장에는 실력 있는 하도급 업체와 숙련된 기능공이 우선 배치됩니다.
반대로 지급이 지연되는 현장은, 그 리스크가 이미 견적 총액에 ‘보험료’처럼 포함됩니다.
결국 빠른 자금 회전력은 공사비 절감과 품질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핵심 요인입니다.
2. 보증 조건, ‘신뢰’의 실체는 말이 아닌 ‘증권’에 있습니다
건축주에게 보증서는 단순한 서류가 아니라 자산을 지키는 최후의 방어선입니다.
구두로 약속하는 신뢰는 위기의 순간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따라서 견적 요청 단계에서부터 다음 보증 조건을 명확히 제시하고, 이를 이행할 수 있는 업체만 선별해야 합니다.
(1) 계약이행보증(계약금액의 10%)
시공사의 귀책 사유로 공사가 중단되거나 계약이 해지될 경우, 건축주의 금전적 손실을 보전하는 핵심 장치입니다.
(2) 선급금보증(지급액 전액)
마중물로 지급한 선급금이 공사 외 목적으로 전용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반드시 보증서를 먼저 수령한 후 대금을 지급해야 보증 효력이 발생합니다.
(3) 하자이행보증(계약금액의 3%)
준공 후 발생하는 각종 하자 보수 책임을 담보합니다.
시공사가 도산하거나 연락이 두절되더라도, 보증기관을 통해 실질적인 수리 비용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핵심은 ‘필터링’입니다.
보증서를 발급하지 못하는 건설사는 이미 재무 상태가 임계치에 도달했거나, 과거 보증 사고 이력이 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협상을 모두 마친 뒤 “보증 발급이 어렵다”는 말을 듣는 순간, 건축주는 시간에 쫓겨 불리한 계약을 강행하게 됩니다.
보증서 발급 능력은 곧 건설사의 ‘생존 능력’입니다.
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업체는 처음부터 검토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리스크 관리입니다.
3. 설계도서에는 없는 복병, ‘행정 안내문’ 속 숨은 비용을 선제 차단하라
초보 건축주들이 흔히 하는 착각은 “설계도면과 내역서에 모든 공사비가 포함돼 있다”는 믿음입니다.
그러나 실제 공사비의 복병은 도면이 아니라 지자체의 ‘건축 허가 조건’, 즉 ‘행정 안내문’에 숨어 있습니다.
이는 도면에는 표시되지 않지만, 인허가를 받기 위해 반드시 이행해야 하는 법적·행정적 의무 비용입니다.
(1) 보이지 않는 지출의 실체
인접 도로 전면 재포장, 하수관로 CCTV 촬영 및 준설, 특정 구간 보도블록 교체 등이 대표적입니다.
(2) 추가 공사비 분쟁의 단골 메뉴
건설사는 이를 근거로 “도면과 내역서에 없는 항목이므로 추가 공사비가 필요하다”며 증액을 요구합니다.
공사 막바지에 발생하는 이러한 비용은 건축주의 자금 계획을 크게 흔드는 치명적 리스크가 됩니다.
해법은 견적 범위의 명확한 정의입니다.
견적 요청 시 설계도서뿐 아니라, 반드시 지자체의 ‘행정 안내문(허가 조건)’을 함께 전달하고 “해당 안내문에 명시된 모든 행정 이행 사항을 견적 금액에 포함할 것”을 명확히 요구해야 합니다.

4. ‘지정 공사’와 ‘지급 자재’의 전략적 분리
취향은 살리고, 하자는 방어하라
건축주의 취향이 강하게 반영되는 항목은 시공사 견적 범위에서 전략적으로 분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를 통해 자재 선택의 주도권과 비용의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다만 반드시 지켜야 할 철칙은 하자의 책임 소재입니다.
(1) 분리가 유리한 항목
벽지, 바닥재, 주방 가구, 붙박이장, 엘리베이터 등은 건축주가 직접 선택하기 유리한 항목입니다.
(2) 절대 분리하면 안 되는 항목
창호, 방수, 단열, 외벽 마감재는 반드시 시공사의 원 견적에 포함돼야 합니다.
(3) 책임 소재가 중요한 이유
누수 발생 시 책임 주체가 불명확해지면, 피해는 고스란히 건축주에게 돌아옵니다.
“하자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없는 구조”를 만들지 않는 것이 핵심입니다.
5. 민원 해결의 주체 설정, 건설사의 ‘방관’을 막는 유일한 장치
공사 현장은 분진, 소음, 진동으로 인한 민원이 필연적으로 발생합니다.
이때 민원 해결의 주체는 업무 분담이 아닌 비용 통제의 문제입니다.
(1) 건축주가 주체가 될 경우의 리스크
시공사는 민원 해결에 소극적이 되고, 합의 비용은 고스란히 건축주에게 전가됩니다.
(2) 공사상 민원은 시공사의 책임
시공 과정에서 발생하는 모든 민원은 시공사가 책임지고 해결하도록 견적 조건에 명시해야 합니다.

부동산 개발에서 건축주가 가장 강력한 협상력을 갖는 순간은, 역설적으로 계약서에 도장을 찍기 직전입니다.
견적 조건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공사 전 과정의 리스크를 막아주는 가장 견고한 방패입니다.
오늘 말씀드린 다섯 가지 조건 (1)공사비 지급 방식, (2)보증 조건, (3)행정 안내문 포함, (4)지정 공사 선별, (5)민원 주체 설정을 견적 단계에서 반드시 관철하시기 바랍니다.
준비된 건축주만이 공사를 ‘고행’이 아닌 ‘가치 상승(Value-up)’의 과정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건물이 계획된 예산 안에서, 설계한 모습 그대로 완성되기를 진심으로 응원합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디벨로퍼 & 공인중개사 & 법원경매 매수신청 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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