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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에서 옷으로’ 재활용…패션 순환경제 신호탄 쐈다

입력 2026-03-04 06:01  

[한경ESG] 스페셜리포트 - 케이스스터디 - 블랙야크



옷은 보통 사용한 후 폐기물로 버려져 소각되거나 매립된다. 그런데 이 버려진 옷으로 다시 새 옷을 만든다면 지속 가능한 순환 체계를 만들 수 있다. 의류 폐기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섬유에서 섬유로의 재활용(Fiber to Fiber, F2F)’이 대두되는 이유다.

상품 설계에서부터 전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에코디자인(ESPR) 및 폐기물 규정(PPWR) 등 유럽발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심으로 패션 산업은 과거의 선형경제에서 순환경제로의 전환점에 서고 있다. 의류 중 많은 부분이 플라스틱이라는 점에서 플라스틱 재활용, 플라스틱 순환의 일환으로도 시사하는 부분이 크다.

그 와중에도 BYN블랙야크 그룹(이하 블랙야크)의 행보는 단연 눈에 띈다. 블랙야크는 국내 패션업계에서는 최초로 F2F 기술을 통한 제품화를 시도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2026 S/S 시즌부터 F2F 소재를 활용한 티셔츠를 내고 F/W 시즌에는 F2F 소재 다운패딩을 출시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패션업계에서 F2F를 상용화한 첫 사례가 된다. F2F 소재 다운패딩에는 책임 있는 다운 인증(RDS)을 받은 다운이나 리사이클 다운, 에코퍼 등을 사용할 예정이다.

서울 블랙야크 본사 양재사옥에서 S/S 시즌에 나오는 티셔츠 샘플을 만져보니 흔히 느끼는 기능성 원단과 크게 다르지 않은 촉감이었다. 일상에서나 운동할 때 입기 좋은 가볍고 산뜻한 소재다. 이 티셔츠에는 F2F 소재 70%에 냉감 소재 30%가 들어갔다. 일반 원료보다 F2F 소재가 약간 더 비싸지만 소비자를 위해 가격은 기존 블랙야크 대표 티셔츠와 같게 책정할 예정이다. 하반기 시즌 다운패딩에 쓰일 고어텍스 역시 기존 제품과 눈과 촉감, 기능성에서 일반 제품과 차이가 없다. 가격 역시 일반 제품과 비슷하게 출시된다.



폐페트병으로 옷 제작, 국내 1호 상용화 성공

지난해 블랙야크는 산업통상부의 ‘폴리에스터 혼방섬유의 F2F 리사이클 핵심기술 개발 사업’의 공동연구개발기관으로 선정된 바 있다. 이 사업은 폐기되는 섬유·의류의 약 40~50%를 차지하는 폴리에스터 계열의 순환 기술을 확보하고자 기획됐다. 블랙야크는 정부 시범 사업에 참여해 폐의류 원사로 만든 원단에 대한 다양한 성능테스트 등 평가를 거친 후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고 상품화까지 진행하게 됐다.

블랙야크는 지난 2023년 폐섬유를 파쇄한 원사로 만든 티셔츠를 시범 선보인 바 있다. 지난해에는 육군 군수사령부·효성TNC·테라사이클과 협력해 ‘육군 활동복의 화학적 재활용 및 재생산 R&D’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실제로 화학적 재활용을 거친 원사로 만든 활동복을 입은 이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다는 의견을 받았다.

특히 블랙야크는 폐페트병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해 폐페트병으로 옷을 만들어(bottle to fiber) 국내 1호로 상품화한 성공 이력을 갖고 있다. 티케이케미칼·먹는샘물 스파클·두산이엔티·효성티앤씨 등 기업과 정부, 환경단체, 서울시 9개 자치구 및 강릉, 삼척, 충청남도 등 다양한 파트너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며 배출-재활용-제품생산-소비까지 이어지는 국내 투명 페트병 자원 순환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블랙야크는 2020년 7월 국내 투명 페트병을 재활용한 패션 제품 시장화에 처음으로 성공하며 현재는 블랙야크·블랙야크 키즈·힐크릭·나우 등 자사 브랜드에서 해당 소재를 사용한 ‘플러스틱’ 제품을 생산 중이다. 플러스틱(PLUSTIC)은 플러스(plus)와 플라스틱(plastic)을 합친 말로 플라스틱을 재활용해 지구에 플러스가 된다는 의미다. 티셔츠를 시작으로 재킷, 패딩, 바지 등 의류부터 가방, 모자, 목도리, 신발 등에 이르기까지 전 품종으로 확대했다. 현재 전 제품의 30% 정도가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PET) 기반 소재를 사용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블랙야크그룹은 한국섬유산업연합회가 주관하는 ‘지속 가능한 순환 섬유 패션 생태계 지원사업’에 동참해 제품의 디지털제품여권(DPP)을 ‘2026년 FW 블랙야크 컨벤션’에서 시범 적용한 바 있다. DPP는 원료 및 제품을 만들어 낸 공급망의 정보를 담은 QR코드를 통해 원료와 공급망 정보를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제도다.



자원순환 가치 글로벌 시장으로 확대

이번 F2F 사업은 의미가 더 남다르다. 보통 폐페트병을 옷으로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폐페트병은 단일 PET 플라스틱 소재다. 옷은 여러 물질이 혼합되어 있어 재활용이 어려운 부분을 뜯어내고 만들어야 해 더 까다롭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는 섬유업계가 도달해야 할 궁극적 도달점이다. 국내 폐의류 수거 체계가 안정적으로 구축되고 규모의 경제가 형성된다면 폐의류 원사의 가격 경쟁력도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소비자 인식이 확산돼 재생 원단 수요가 증가한다면 순환경제 실현도 한층 가까워진다.

블랙야크가 특히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상업화다. 랩 규모의 실험이 아니라 실제 소비자에게 닿는 상업화까지 진전되어야 실제 임팩트 있는 순환경제의 실현이 가능해진다. 블랙야크는 이 같은 차원에서 지속적인 도전을 하고 있다. 페트병, 폐의류 상품화에 이어 블랙야크는 발수 처리에도 친환경 공법을 적용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친환경 비불소계 발수처리인 C0(씨제로) 수성함침공법으로 재활용 플라스틱 섬유(rPET) 원단을 더욱 친환경적인 방법으로 가공할 수 있다.

블랙야크가 자원순환 분야에 있어 ‘대한민국 최초’ 수식어를 써내려가는 배경에는 유럽 시장 진출 전략도 자리하고 있다. 블랙야크는 국내에서 아웃도어 산업의 기반을 다진 데 이어 글로벌 아웃도어 라이프스타일 넘버원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올해 F/W 시즌에는 재생 원사를 적용한 제품뿐만 아니라 주력 제품에 DPP를 적용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에코디자인 및 폐기물 규제에서 요구하는 재생원료 사용 확대, 폐기 및 매립 제한 등 주요 과제에 대해서도 상당 부분 준비를 마쳤다. 기술력에 환경 가치를 더해 전 세계 소비자의 신뢰를 얻겠다는 블랙야크의 도전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웃도어 활동 이뤄지는 자연의 보전이 우리 역할이죠”

[인터뷰] BYN블랙야크그룹 성호 의류기획팀장·정회욱 지속가능성 매니저

블랙야크가 산업통상부와 함께 Fiber to Fiber(F2F)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최근 현황은.

“산업통상부의 정부 과제는 총 5년(2025~2029) 동안 진행되며, 1단계(1, 2년 차), 2단계(3~5년 차)로 구분된다. 현재는 1단계 2년 차에 와 있으며, BYN블랙야크그룹이 속한 6세부는 앞의 세부에서 개발된 F2F 자재들을 상품화하는 실증 역할을 맡고 있다. 그렇기에 현재는 연구 단계에 맞춰 진행 중이다. 앞의 세부(1~5세부)에서는 혼방 섬유에서 재활용의 부가가치는 유지하면서 원자재를 추출하는 방식을 고도화하고 있으며, 6세부는 상용화에 보다 가까운 자재의 사양을 앞 세부에 전달하고, 선진 소재 및 유사 소재들을 활용하여 제품 샘플링, 필드 테스트 등을 진행하고 있다.”

블랙야크가 추진하는 F2F는 기계적·화학적 재활용 중 어디에 초점이 있나.

“물리적·화학적 재활용 모두에 관심이 있다. 우선 물리적 재활용은 반복적인 재활용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지만, 현시점에서 가장 ‘당장’ ‘실천 가능한’ 옵션이라고 생각한다. 화학적 재활용의 경우에는, 폴리에스터나 나일론과 같은 화학섬유의 사용 비중이 높은 의류 카테고리의 특성에 맞춰 순환경제 측면에서 장기적인 관점으로 접근하고 있다. 특히 F2F 과제 중 혼방섬유에서 폴리에스터를 분리하는 기술은 앞의 세부(1~5세부)에서 고도화하고 있으며, 해중합·표적 용해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재생원료 발생 시 가장 중요한 고려 사항에는 어떤 것이 있나.

“재생원료 사용의 가장 큰 어려움은 품질이나 내구성보다, 원자재의 가격이다. 품질과 내구성은 원단과 완제품 테스트를 통해서 확인하고 있으며, 블랙야크의 제품은 품질과 내구성 검증이 완료되어야 판매가 가능하다. 순환 경제적 관점으로는 F2F가 rPET 대비 환경에는 더 이로울 수 있겠지만, 아직은 폐페트병이 인프라나 에너지 사용, 가격적인 측면에서 훨씬 더 유리한 편이다. 그렇기에 F2F가 상용화되려면 이 장벽을 넘어야 하고, 확장된 생산자 책임(EPR) 등의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라고 생각한다. 폐페트병 제품은 원사(효성 Regen)의 LCA데이터 기준 기존 폴리에스터 원료보다 66.5% 탄소배출량 저감효과가 있다.”

시장성과 환경성 사이 블랙야크의 방향성은 어떠한가.

“블랙야크는 완제품을 제작하는 브랜드로서, 어떻게 해당 소재로 ‘기존과 동일한 제품력’을 ‘시장성’을 고려하여 구현하는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본사는 가장 기본적인 티셔츠부터 최고의 퍼포먼스 성능을 담아야 하는 고어텍스까지 확대한 바 있다. 현재 완제품의 탄소 저감량까지 면밀하게 산정하기 위하여 자재 및 생산 정보를 전산정보화하는 전환 과정에 있다. 향후에 이 같은 내용이 디지털 여권으로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의류 기획 측면에서는 지속가능 제품에 대한 기준과 연차별 목표를 점진적으로 키워 나가며, 사업의 지속가능성을 같이 고려하고 있다. 지속 가능한 자재의 가격이 더 비싸지만, 블랙야크는 그 상승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는다. 소비자를 배려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격 상승은 실제 판매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제품이 가격 외적인 이유까지 한 묶음이 되어 시장성이 낮은 것으로 오인될 수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을 늘 주의 깊게 생각하려고 한다.”

블랙야크가 순환경제 기술에 투자하는 배경에 유럽 시장 진출 전략도 연결돼 있나.

“그렇다. 유럽 시장에 유통하는 글로벌 표준에 적합한 제품을 개발하는 것이 우선 과제다. 실제로 블랙야크의 제품 개발 활동과 정책에 유럽의 ‘에코디자인규제(ESPR)’가 반영되고 있다. 그 예시로, 재생원료 사용확대, 내구성 및 수리권 강화, 디지털제품여권(DPP) 등이 있다. 브랜딩에서의 이미지 구축이 스토리나 아이덴티티에 접목되면서 프로세스, 노하우를 구축해 놓는 것도 자산이다. 내부에서의 인식 개선, 직원들의 역할과 책임(R&R) 등에 내재된 아카이브에 질적 재산으로 구축된다.”

블랙야크의 철학은 무엇인가.

“블랙야크의 제품은 ‘아웃도어 활동을 하는 사람’을 돕고 지원하는 역할이다. 그렇기에 아웃도어 활동이 이뤄지는 ‘자연(놀이터)’을 보전하고 가꾸는 것 또한 우리 회사와 제품의 역할이다. 우리의 고객 또한 내가 구매하는 제품이 나의 ‘놀이터’를 훼손하는 걸 원치 않는다. ‘자연과 아웃도어에 대한 책임감을 제품을 통해 발현할 수 있도록, 고객이 자연에게 미안함을 소비하지 않는 제품을 개발한다’는 철학으로 친환경 경영에 노력하고 있다. 재생 원자재의 가격은 구매자가 많아질 때, 시장 경쟁을 통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다. 국내와 해외를 떠나서 더 많은 기업이 지속 가능한 자재의 구매자가 될 수 있도록, 브랜드로서 고객 접점에서의 성공 사례를 지속 창출하고 업계에 긍정적인 영향력을 전달하고자 한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 │ 사진 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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