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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태섭 경영학 박사·성균관대 SKK GSB 교수
코스피지수 5000 시대를 맞이했다. 지난해 전세계 주요 주가 지수 중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올 들어서도 반도체 산업을 중심으로 한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 주도 테마도 반도체에 이어 로보틱스, 2차전지까지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 증시 역시 매주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인공지능(AI) 관련 대형 기술주에 몰렸던 수급이 소외받던 중소형주로 점차 퍼질 기세다.AI 관련 엄청난 투자 광풍이 미국의 주식시장 활황세뿐 아니라 경기 성장세를 이끌고 있다. 지난해 미국 3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이 4.4%를 기록한 것도 AI 관련해 기업들의 투자가 배경이 됐다. AI 관련 투자가 작년 상반기 미국 GDP 성장률의 1.1%포인트를 담당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기업들의 AI 관련 투자가 민간소비 증가율을 넘어서는 가장 중요한 성장 요인이 되고 있다.
AI 관련 투자 열기는 올해도 식을 줄 모르고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실적발표에서 마이크로소프트와 메타는 AI 관련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89%, 48% 증가했다. 올해도 기존의 예상을 가뿐히 초과할 것으로 예고했다.
미국 기술 대형 기업들이 AI 인프라 확장을 위해 올해 7000억달러에 육박하는 설비투자를 단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상 2022년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AI 관련 종목들이 S&P500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S&P500지수 수익률의 75%를 담당하면서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메타, 구글, 오라클 등 5대 하이퍼스케일러(초대형 클라우드 사업자) 업체들은 AI 관련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 등 막대한 투자 경쟁을 벌이자 고대역폭메모리(HBM)의 수급불균형이 발생했다. 더군다나 일반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까지 이어지고 있다. 반도체 산업은 초호황국면으로 진입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1000조원 이상의 대규모 설비투자를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이미 실행에 옮기고 있다.
조금씩 벌어지고 있는 틈
동시에 AI 버블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 버블은 19세기 철도에 의한 운송혁명이나 1990년대 말의 인터넷 버블과 비슷한 궤적을 보이고 있다. 철도의 발명으로 시작된 운송혁명은 투자 광풍을 일으켰고, 철도 노선의 급격한 증가로 이어졌다. 실제 초기 수요는 턱없이 부진하여 투자비 회수에는 수십 년이 소요됐다. 인터넷 혁명도 역시 광통신망의 급격한 확장으로 이어졌으나 기술의 발전으로 회선당 데이터 전송량이 급증하면서 초기 투자의 많은 부분이 활용되지 못하고 잉여 자산으로 남게 됐다.신기술 등장 초기에는 지나친 낙관론이 버블 생성의 토대가 된다. 이 버블은 현실과 지나치게 괴리가 벌어지면서 결국 붕괴하곤 했다. AI 관련 데이터센터 구축 역시 인터넷 관련 인프라 투자의 길을 걸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 대표 AI 관련주인 엔비디아는 매출 증가를 위해 매년 효율성이 개선된 새로운 칩을 출시할 수밖에 없다.
엔비디아의 그늘에서 벗어나기 위해 하이퍼스케일러들이나 경쟁 기업들은 보다 효율적 성능을 가진 칩이나 비용이 적게 드는 AI모델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고, AI 관련 반도체 수요도 역시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 새로운 칩이나 AI 모델은 효율적으로 학습과 추론 과정을 소화하게 되면서 궁극적으로 전체 데이터센터에 대한 수요 규모를 감소시킬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혁신적 기술의 출현은 초기 단계에 지나친 낙관론으로 이어지곤 한다. 대표적으로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2013년 이후 매년 자율주행이 곧 완벽히 구현될 것처럼 낙관론을 펼쳐왔으나 10년이 지난 현재도 그의 상상력을 완전히 구현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 머스크는 그의 테슬라 왕국을 로보틱스, 스페이스X 등 AI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재편하려 하고 있다. 이러한 낙관론은 초기 과잉 투자가 일어나는 토양이 된다. AI에 대한 지나친 낙관론과 기업들의 패닉에 가까운 투자 열풍은 과거의 패턴과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나치게 AI에 집중된 투자
AI 먹이사슬은 인터넷 버블의 중심 축인 공급자 금융의 순환투자와 매우 흡사하다. 그 중심에 오픈AI가 위치한다. 이 회사는 AMD의 10% 주주이며, 엔비디아는 오픈AI에 1000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오픈AI의 대주주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AI 관련 클라우드 컴퓨팅 회사인 코어위브(CoreWeave)의 주요 고객인데, 엔비디아가 주요주주인 회사이다. 복잡한 AI 관련 먹이사슬 속에서 오픈AI는 전세계 경제의 성장을 주도하고 있는 AI의 중심축에 위치하고 있다.빅테크들과 달리 오픈AI의 자금 조달 능력은 상당히 유동적이다. 이 회사는 오라클에 앞으로 5년간 3000억달러를 투자하기로 했다. 이는 오픈AI의 투자규모가 매년 약 600억 달러에 달한다는 것인데, 오픈AI는 이미 매년 수십억 달러의 적자를 내고 있을 뿐 아니라 작년에도 예상 매출 규모는 130억달러에 지나지 않는다.

따라서 오픈AI는 매년 수백억 달러의 신규 자금을 조달해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 오픈AI의 현재 기업가치는 5000억달러로 평가받는다. 올 하반기 상장을 목표로 둔 만큼 현재 가치보다 높게 평가받으면 자금 조달에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그러나 시간이 경과하면서 AI의 능력이 낙관론에 못 미치거나 투자회수가 요원해 보이기 시작하면 신규 자금 조달은 어려워질 수 있다. 복잡한 먹이사슬에 얽혀 있는 기업들도 연쇄적으로 타격받을 것이다. 나아가 이들 AI 기업들의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는 금융권 전반이 영향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피치북에 따르면 2025년 상반기 미국 내 벤처펀드의 투자 관련 금액 60% 이상이 AI와 머신러닝 관련 기업들이다. 하지만 대부분은 아직 아이디어 수준의 AI모델을 제시하고 있거나 개발 초기 단계에 있다. 언젠가 마주할 AI 먹이사슬의 붕괴는 벤처투자로도 급속히 전이될 가능성이 있다. 적어도 1990년대말의 IT버블 붕괴와 유사한 상황이 재현되거나 금융권에 대한 영향 정도에 따라서는 금융위기에 버금가는 혼란을 겪을 수도 있다.
쉽게 예측할 수 없는 붕괴 시점
코스피지수 역시 AI 버블 속에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다면 이 시점에 중요한 것은 언제 거품이 붕괴할지 여부다. 문제는 거품이 붕괴하더라도 정확한 상황 판단이 어렵다는 점이다.지난해 10월 이후 미국 시장에서 AI 관련주 투자 열기가 주춤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 순환매 장세가 그 이유다.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에도 불구하고 시장을 주도해왔던 AI 관련 대형 기술주 중심에서 가치주 등 방어적 섹터로 순환매가 이루어지고 있다. 실제로 이러한 순환매는 2000년 인터넷 버블이 붕괴되기 전까지 이뤄졌다.
다만 지금의 AI 관련 투자 열기는 인터넷 버블과는 다르다는 의견도 있다. AI 관련 투자 열기는 미래에 대한 공허한 꿈과 희망으로만 지탱됐던 인터넷 투자와는 달리 풍부한 현금 창출 능력이 있는 대형 기술주들에 의해 주도되고 있다. 단 대규모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결국 투자자들은 주식 밸류에이션이 높아질수록 언젠가는 마주할 버블 붕괴를 염두에 두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해야 한다. 거품이 붕괴돼도 영향이 크지 않을 포트폴리오는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개인투자자들에게 인기 높은 상장지수펀드(ETF)는 패시브와 액티브 모두 상당한 AI 관련 주식을 담고 있어 거품 붕괴 시 수익률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그렇다고 거품이 붕괴하길 마냥 기다리며 손 놓고 있거나 국채 투자만을 고집하기도 쉽지 않다.
투자자들은 거품 논쟁에도 불구하고 시장의 파도를 타면서 어떻게 될지 지켜볼 수밖에 없다. 결국 기댈 곳은 밸류에이션이다. 영원한 시장 비관론자인 GMO 창립자 제레미 그랜썸의 조언이 생각난다. 오랜 시간에 걸쳐 자본시장의 변곡점에서 몇 번이고 증명된 투자전략은, 결국 어떤 자산이든 쌀 때 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개별 주식과 시장의 밸류에이션이 궁극적인 투자의 안전장치로 작동한다는 의미이다. 포트폴리오 다변화 차원에서 AI 랠리 속에서 소외받은 섹터나 미국 외의 시장으로 무게 중심을 서서히 옮기는 것을 고려해볼 만 하다. 시장은 항상 적정의 밸류에이션으로 회귀하기 때문이다. 수익률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손실은 피하자는 원칙을 적용할 때다.
밸류에이션이 투자의 타이밍이나 시장의 변곡점을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러나 과거에도 시장은 항상 언젠가는 적정의 밸류에이션으로 회귀하곤 했으니 그나마 믿어볼 수밖에 없다. 전통적 포트폴리오의 위험 다변화 이론은 결국 수익률을 조금 희생하더라도 손실은 피하자는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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