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호 레인보우로보틱스 대표는 최근 대구테크노파크 성서캠퍼스에서 기자와 만나 “(로봇 산업에서) 미리 겁먹고 좌절하기보다 혁신이 이뤄질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가는 게 중요하다“며 이렇게 말했다. 국내 최초의 2족 보행 로봇 ‘휴보(HUBO)’를 개발한 KAIST 연구팀이 2011년 창업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2024년 말 삼성전자에 인수되며 주목받았다. 창업 멤버인 이 대표는 2013년부터 레인보우로보틱스 경영을 맡았다.

레인보우로보틱스가 삼성 계열사로 편입된 뒤 첫 인터뷰에 나선 이 대표는 ‘중국이 로봇 산업을 주도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과도한 우려보다 자신감이 필요하다”고 선을 그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6이 ‘중국 로봇의 경연장’으로 불릴 만큼 중국 업체들이 대거 참가해 기술력을 과시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를 곧바로 격차 확대나 패배로 해석할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챗GPT가 등장했을 때 모두가 충격을 받았지만, 지금은 제미나이가 더 낫다는 평가도 나온다”며 “(레인보우로보틱스를 포함한) 선도 기업은 항상 앞선 기술을 준비하고 있고, 그 격차는 종이 한 장 차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한국 로봇산업이 지속 성장하려면 가장 시급한 과제로 양극화 해소를 꼽았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대·중소기업 간 임금 격차는 30% 수준이었는데 지금은 60%까지 벌어졌다”며 “청년들이 중소기업 취업을 ‘실패’로 인식하는 사회가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내 로봇산업은 중소·벤처기업과 스타트업이 이끌고 있는데, 이 구조적 문제를 풀지 않으면 어떤 산업 정책도 밑 빠진 독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재들이 대기업이 아닌 곳에서도 큰 성공을 이룰 수 있다는 믿음을 주는 사회적 전환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정부의 산업 지원 방식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대표는 “정책이 개별 기업에 대한 직접 지원에 치우치면서 부작용이 생겼다”며 “기업들이 스스로 연구개발(R&D)하기보다 지원 사업을 기다리는 구조가 고착화됐다”고 비판했다. 그는 “기업은 투자 대비 보상이 명확하면 스스로 투자한다”며 “대출 지원이나 국민성장펀드처럼 기업이 자율적으로 판단해 투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낫다”고 덧붙였다. 특정 기업이 아니라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원천기술과 공용 인프라에 자원을 집중해야 한다는 제안이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인간 노동을 단기간에 대체할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이 대표는 “사회적 파급력이 큰 기술은 단일 요소로 설명할 수 없다”며 “휴머노이드는 아직 기술적 병목이 많고, 제도와 문화 등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고 말했다.
국내 휴머노이드의 상징인 휴보를 개발한 레인보우로보틱스는 로봇의 핵심 제어 기술과 감속기 등 핵심 부품의 90% 이상을 내재화한 기술력을 보유했다. 삼성과 협력해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하고 있다.
대구=황정환 기자 jung@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