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를 낮은 가격에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기저 전원’ 역할을 해온 원자력 발전이 수요에 따라 출력을 손쉽게 조정할 수 있는 ‘유연성 전원’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원전 유연성 기술이 해외 시장에서 수주 성과를 가르는 핵심 경쟁력이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11일 산업통상부 등에 따르면 체코 국영 전력회사 제츠는 두코바니 원전 입찰 시 하루 중 출력을 100%에서 50%로 낮추고, 다시 최대 출력으로 높일 수 있는 탄력운전 기능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수력원자력 컨소시엄은 2034년인 완공 시점까지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는 연구개발(R&D) 계획을 제시해 원전 수주에 성공했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의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해 원전 유연성이 중요해졌다”며 “체코 당국도 재생에너지 비중이 높아지자 전력망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최고 수준의 기술을 요구한 셈”이라고 말했다.
전력망 특성상 수요량과 공급량이 일치하지 않으면 ‘블랙아웃’(대정전)이 올 수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는 수요와 상관없이 기상 상황에 따라 생산량이 들쑥날쑥하다. 이때 원전 출력을 줄이거나 높이면 전력망 붕괴를 막을 수 있다.
원전 유연성 운전에 가장 앞선 곳은 프랑스전력공사(EDF)다. 원전이 전력 공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0%를 넘는 프랑스는 1970년대부터 관련 기술을 개발해 ‘50% 수준’ 출력 제어가 상용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은 기술 수준이 낮았으나 2000년대 초반 개발한 AP1000부터 혁신적인 제어봉을 넣는 방식으로 출력 제어를 하고 있다. 한국형 APR1400 노형은 현재 80% 수준의 출력 제어가 가능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와 한수원은 2029년 70%, 2032년 50%의 원전 출력 제어 기술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이후 새울 1호기를 시작으로 신한울 3·4호기, 두코바니 원전에 이 기술을 적용하기로 했다.
안전성이 과제라는 지적도 있다. 출력을 자주 조절하면 원전 주요 기기에 열 피로가 누적되고 유지보수 비용이 늘어날 수 있어서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에너지믹스가 중요해지면서 원전 출력 제어가 불가피해졌다”며 “물리적 설계뿐 아니라 정밀한 노심 제어 소프트웨어, 전력계통운영시스템(EMS)과의 연계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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