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미국 해운시장 분석회사인 베슨노티컬의 ‘2025년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수에즈막스급 원유운반선의 신규 발주량은 74척으로, 전년(50척)보다 48% 많아졌다. 같은 기간 VLCC 신규 발주량은 82척에서 75척으로 감소했으며, 수에즈막스급보다 더 작은 아프라막스, 파나막스 등 중소형 선종도 각각 59%, 71% 주문이 줄었다.
수에즈막스의 인기는 VLCC 초과 수요로 발생한 풍선효과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비(非)OPEC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 생산량을 일 평균 4170만배럴에서 지난해 4280만배럴로 늘렸고, 이에 따라 대형 조선사들의 VLCC 수주량도 이미 3~4년치씩 쌓인 상태다. 당장 배가 급한 선주들 입장에선 중소형 조선사의 독에서 건조할 수 있는 수에즈막스가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다.12만~16만DWT(재회중량톤) 규모의 수에즈막스는 VLCC(20만~32만DWT)보다 적재량이 적은 대신 몸집이 가볍다. 정박을 위해 최소 40m 깊이의 항만을 확보해야 하는 VLCC가 닿지 못하는 곳으로 원유를 조달할 수 있다는 의미다. 평균 수심이 20m대로 앝은 멕시코만 연안 미국 항구들이 대표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수심이 얕은 항구의 경우 수에즈막스는 소형 유조선 수십척을 동원해 원유를 날라야 하는 VLCC에 비해 효율적”이라며 “베네수엘라 원유 공급망을 틀어쥔 미국 지역 선주를 중심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세계 최대의 VLCC 선단을 보유한 영국 탱커스인터내셔널이 지난달 창사 이래 처음으로 수에즈막스 시장 진출을 선언한 이유다.
주문이 몰리다보니 조선사들이 물량을 소화하기 힘든 상황도 연출되고 있다. 국내 1위 중형 조선사인 대한조선은 수에즈막스급 선박을 주문을 받아도 2029년에나 인도할 수 있다고 선사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이렇다보니 중고선박의 몸값도 뛰고 있다. 중고선가는 지난 5일 기준 7721만달러(약 1120억원)로, 신조선가인 8336만달러(약 1210억원)의 93%까지 올라왔다. 선박연령 15년차의 16만DWT급 선박의 중고가격도 지난 1년 사이 4243만달러에서 4557만달러로 7.4% 비싸졌다.
업계에선 수에즈막스 선박의 인기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선종의 20년 이상 노후 선대 비중은 40%에 달한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 선박 주기 교체가 도래하고, 향후 베네수엘라 제재 완화 등도 수에즈막스 선박 수요를 끌어 올리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안시욱 기자 siook95@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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