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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봉투법' 앞두고…공기업 勞勞갈등 조짐

입력 2026-02-11 17:39   수정 2026-02-11 17:40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노란봉투법) 시행을 앞두고 공공부문을 중심으로 노노(勞勞) 갈등이 확산하고 있다. 일부 공기업이 소송 리스크 등을 우려해 하청 직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자 원청업체가 “공정하지 못한 채용 절차”라며 반대하고 있어서다. 경제계는 대기업 노사 관계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잇따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원청 노조 “떼쓰면 정규직 되나”

한전KPS 정규직 노조와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전력산업노동조합연맹은 11일 서울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사측의 비정규직 직원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지난 10일 한전KPS가 발전설비 정비 관련 하도급업체 근로자 6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내용의 노정 합의서를 공개하자 정규직 노조가 주축인 전력연맹이 공식 반대 입장을 밝힌 것이다.

전력연맹은 이날 “정부 관료들이 한전KPS 경영진을 강압적으로 압박해 사실상 ‘강제적인 정규직 전환’을 종용했다”며 “정부 스스로 공정 채용 원칙을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또 “떼를 써야 들어주는 정부라면 평범한 우리 공기업 직원들도 거리로 나서겠다”며 노정협의체 탈퇴를 선언했다.

전력연맹이 하청업체 비정규직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정규직이 늘어나면 성과급 등 배분 과정에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으로 분석됐다. 회사 측 관계자는 “공기업은 직원을 늘리더라도 수익을 확대하기가 쉽지 않다”며 “정규직이 늘어나면 1인당 성과급이 줄고 신규 채용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상급단체 노조 간 알력도 감지된다. 한전KPS가 속한 전력연맹은 한국노총 소속, 한전KPS 하청업체들은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다. 이날 전력연맹은 정부가 한국노총을 배제하고 민주노총과의 노정협의체를 통해 일방적으로 직고용 계획을 확정·발표한 점을 거론하며 “사업장 내 대표 노조의 헌법상 교섭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런 노노 갈등은 문재인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 정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와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당시 인천국제공항공사가 비정규직 보안 검색요원 등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과정에 공정성 논란이 불거지면서 노사·세대 간 갈등이 촉발됐다.
◇하청 노조 직고용 요구 잇달아

경제계는 노란봉투법이 시행되면 정규직 전환 요구가 잇따를 것으로 내다봤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상담센터 직원들로 이뤄진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건강보험고객센터지부는 외주업체 소속인 콜센터 상담 인력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라고 요구하며 이날부터 청와대 인근에서 단식 농성에 들어갔다.

원청업체를 상대로 하는 임금 인상 요구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여러 차례 공공기관 비정규직 근로자의 낮은 처우를 거론하며 “최저임금이 아니라 적정 임금을 줘야 한다”고 지시한 후 하청 노조의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는 전언이다. 이로 인한 인건비 부담은 고스란히 기업에 전가된다.

한국도로공사가 최근 외부 기관을 통해 분석한 보고서에 따르면 별정직 톨게이트 수납원 등 직접고용 전환과 비정규직 임금 상승 압력 등으로 인건비가 15%가량 오를 것으로 예상됐다. 24시간 운영되는 업무 특성상 교대제 개편이 동반되면 추가 인건비 부담이 발생한다. 공기업 인사담당 관계자는 “노란봉투법 시행 후 인건비가 오르고 내부 갈등이 확산할 것으로 우려되지만 뾰족한 대책이 없다”고 털어놨다.

곽용희 기자 ky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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