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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보다 유가가 美 소비에 더 큰 영향…인플레 3.4%까지 반등" [박신영이 만난 월가 사람들]

입력 2026-02-12 14:26   수정 2026-02-12 14:36


미국 소비자들 간 ‘K자형’ 패턴이 심화하는 가운데 관세보다 유가가 저소득층 소비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올해 인플레이션이 3.4%까지 반등할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됐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인스티튜트의 데이비드 틴슬리 시니어 이코노미스트는 11일(현지시간) 줌 인터뷰에서 이처럼 밝혔다. 그는 인공지능(AI) 주가의 거품이 꺼질 때 고소득 가계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 순 있지만 조정 수준으로는 소비 흐름을 바꾸진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BofA 인스티튜트는 자체적인 독점 데이터를 분석해 소비자 행동과 경제 현황을 실시간에 가깝게 파악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곳의 분석 결과는 정부 및 기업의 리더, 소상공인, 그리고 투자자들이 주요 지표로 참고한다. 미국 국내총생산(GDP)의 70%를 소비가 차지하는 만큼 뱅크오브아메리카 인스티튜트의 분석 결과도 그만큼 주목받는다. 다음은 일문일답.

▶미국에선 최근 소비 양극화를 뜻하는 ‘K자형’ 소비 패턴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현재 데이터상으로도 뚜렷한 K자형 흐름이 관찰됩니다. 고소득층 소비는 전년 대비 약 2.4% 성장한 반면, 저소득층은 0.4% 성장에 그치고 있죠. 1500억달러 규모의 세금 환급과 관련해선 저소득 가구는 환급액을 즉시 지출하려는 성향이 매우 강하기 때문에 단기적으로는 K자형 격차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입니다. 다만, 고소득층과 저소득층 간의 임금 격차가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에 이 효과가 장기적으로 지속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금리가 소비자 지출에 어느 정도 압박을 가하고 있나요.
“생각보다 압박이 아주 심각하지는 않습니다. 많은 미국인이 현재 금리보다 훨씬 낮은 고정 금리 모기지를 유지하고 있어, 연준의 긴축에 따른 직접적인 타격이 상대적으로 약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고금리가 기업의 성장을 늦추고 고용을 둔화시키는 '기업 경로'를 통한 간접적인 영향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

▶노동 시장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십니까.
“현재 지표들은 다소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BofA 자체 내부 급여 데이터를 보면 1월에 오히려 반등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습니다. 기업들의 해고 발표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는 글로벌 단위의 해고인 경우가 많아 미국 내 고용 시장의 급격한 악화로 바로 연결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노동 시장이 둔화된 것은 맞지만, 이번 주 데이터만 보고 지나치게 비관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관세 정책에 대한 법원 판결이 소비나 인플레이션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만약 판결 결과로 관세가 낮아진다면 소비자에게는 실질 임금 상승 효과를 주어 긍정적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소비 시장에서 더 큰 변수는 세금 환급과 전반적인 노동 시장 상황입니다. 또한 유가 추이 역시 저소득층의 가처분 소득에 관세보다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핵심 요소입니다.”

▶ AI 주식 시장의 거품 우려가 고소득층 소비의 리스크가 될 수 있을까요.
“타당한 지적입니다. 현재 고소득층 소비는 긍정적인 임금 성장과 주식 시장 상승에 따른 ‘자산 효과’가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만약 주식 시장에서 매우 큰 폭의 조정이 일어난다면 고소득층의 지출이 위축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간 쌓아온 수익이 상당하기 때문에, 소폭의 조정만으로는 이들의 소비 흐름을 완전히 꺾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신용카드 연체율 상승도 눈여겨봐야 할 대목인가요
“일부 압박은 있지만 전체적인 재무 상태는 상대적으로 건강합니다. 매달 카드 대금을 전액 상환하는 비율은 2019년보다 높습니다. 물론 최소 금액만 결제하는 가구가 소폭 늘어나는 등 고통을 겪는 지점이 있긴 하지만, 연체율 자체는 지난 18개월 동안 비교적 평탄한 흐름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미국 소비 시장에서 가장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할 리스크는 무엇입니까
“결국 ‘고용 시장’입니다. 세금 환급 효과 덕분에 올해 상반기까지는 소비 흐름이 꽤 괜찮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효과가 사라진 뒤에 고용과 임금 성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또한 앞서 언급한 주식 시장의 급락에 따른 자산 효과 감소 역시 고소득층 소비를 위축시킬 수 있는 주요 리스크입니다.”

▶올해 인플레이션 전망은 어떻게 보십니까.
“저희 이코노미스트들은 2분기쯤 인플레이션이 약 3.4%까지 반등하며 다소 ‘끈적한(sticky)’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저희는 미국 중앙은행(Fed)이 시장의 기대만큼 빠르게, 혹은 많이 금리를 내리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습니다.”

뉴욕=박신영 특파원 nyuso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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