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설 연휴는 주말을 포함해 5일간입니다. 일주일에 달했던 지난해 추석 연휴에 비하면 길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일상에서 빠져나와 기분을 새롭게 하기엔 충분한 기간입니다. 새해에 다짐했던 마음을 지키기에도 좋죠. 세상 소음에서 멀어져 예술을 음미하다 보면 올 한 해를 힘차게 헤쳐 나갈 마음의 에너지를 얻기 마련입니다. 명절을 맞아 귀성객을 기다리고 있는 문화 행사가 많습니다. 가족과 함께 즐기는 문화와 예술은 그 자체로도 부담 없이 나눌 만한 이야깃거리입니다. ‘붉은 말’의 해를 맞아 곳곳을 누비며 예술을 탐닉하는 것도 좋습니다. 날마다 영화, 연극, 전시 등 장르를 바꿔 가며 연휴를 채워 가는 건 어떨까요. 영하의 추운 날씨에 마음을 따뜻하게 데워 줄 수 있는 문화 행사를 모아 소개합니다.

극장가에선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영화가 관객들을 맞을 준비를 마쳤습니다. 조선의 왕 단종의 마지막을 그린 영화 ‘왕과 사는 남자’는 개봉 5일 만에 전국 관객 수 100만 명을 넘겨 설 연휴의 흥행 기대작으로 떠올랐습니다. 유배된 왕의 이야기를 유배지 촌장과의 서사로 풀어나가는 과정에 주목할 만합니다. 긴박감이 넘치는 액션물을 보고 싶다면 류승완 감독의 신작 ‘휴민트’를 추천합니다. 기발한 상상으로 가족의 소중함을 깨닫게 해주는 영화 ‘넘버원’은 온 가족이 따뜻한 마음으로 설 연휴를 보내기에 안성맞춤인 작품입니다.
영화관에 마음이 닿지 않는다면 가족과 옹기종기 모여 거실에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를 봐도 좋습니다.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를 재밌게 본 사람이라면 요리 대가인 선재 스님과 정관 스님이 출연하는 웨이브의 ‘공양간의 셰프들’을 볼 만합니다. 넷플릭스는 오는 13일 미스터리 스릴러 드라마인 ‘레이디 두아’, 오르한 파묵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순수 박물관’ 등을 내놓습니다. 최근 공개한 영화 ‘어쩔수가없다’를 OTT로 보며 박찬욱 감독의 연출과 상상력에 빠져 보는 것도 가능합니다. 실황의 감동을 느끼고 싶다면 공연장에 직접 가 보는 걸 추천합니다.
GS아트센터의 ‘라이프 오브 파이’는 동명의 소설을 보지 않은 이들도 부담 없이 관람할 수 있는 연극입니다. 배우 박정민, 박강현의 출연으로 개막 전부터 세간의 이목을 끈 작품이죠. 배우 김영옥의 열연을 볼 수 있는 ‘노인의 꿈’은 잔잔한 감동을 전한다는 점에서 설 연휴의 정취와 잘 어울립니다. 전통 명절 분위기에 심취하고 싶다면 국립무용단이 세시풍속을 춤으로 풀어낸 공연인 ‘2026 축제’에 갈 만합니다. 찬바람에 움츠러든 몸을 깨우고 싶다면 걸으며 노닐 수 있는 미술관이 최적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은 이건희 컬렉션 중 하나인 모네의 ‘수련이 있는 연못’을 전시하며 관객들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르누아르, 달리, 피카소 등 굵직한 명성을 남긴 다른 대가들의 작품도 함께 전시하고 있습니다. 층층이 쌓인 시공간에서 생명과 자연의 관계를 탐구했던 작가 최재은은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전시회를 열고 있습니다. 유구한 시간 속에 얽혀 있는 존재들을 보면서 삶의 의미를 되새길 기회죠. 설날 하면 우리보다 하루 전에 설날을 맞는다는 까치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울 한남동 리움미술관에선 까치와 호랑이를 담은 민화인 호작도를 전시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호작도를 처음으로 공개하는 전시회입니다. ‘K팝 데몬 헌터스’ 속 까치 호랑이의 기원을 직접 볼 수 있는 자리죠. 리움미술관뿐 아니라 갤러리현대, 전남도립미술관, 부산현대미술관,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등 전국 곳곳에 있는 미술관들도 다채로운 전시로 귀성객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미술관에 가는 길엔 한 번쯤 대중교통에서 책 한 권을 읽으며 겨울 햇살의 따사로움을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독자 여러분의 따뜻하고 건강한 설 연휴를 기원합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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