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상의 속도를 늦추고 주변을 둘러보기에 주말은 늘 짧게만 느껴진다. 이번 설 연휴는 5일이라는 넉넉한 시간이 주어진 만큼 평소 보고 싶었던 작품에 온전히 몰입할 수 있는 더없이 좋은 기회다. 세대별 취향을 고려한 설 연휴 맞이 공연을 소개한다.
동화적 상상력을 품은 뮤지컬 ‘긴긴밤’은 아이들과 공연장을 찾는 가족 단위 관객에게 추천할 만한 작품이다. 원작은 50만 부 이상 판매된 루리 작가의 동명 동화다. 세상에 마지막으로 남은 흰바위코뿔소 ‘노든’과 버려진 알에서 태어난 ‘펭귄’ 등 외로운 존재들이 긴 밤을 지나며 서로를 이해하고 성장해 가는 이야기를 섬세하게 그렸다. 아이들에게는 상상력을, 어른들에게는 잔잔한 위로를 건네는 작품이다. 서울 종로구 링크아트센터드림에서 관객들을 만나고 있다.
서울 강남구 GS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라이프 오브 파이’는 뮤지컬보다 연극에 가깝다. 전 세계 독자들을 사로잡은 얀 마텔의 동명 소설이 원작으로,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소년 ‘파이’의 이야기를 무대 미술과 조명, 음악 등 생동감 넘치는 연출로 풀어냈다. 파이 역을 맡은 박정민과 박강현의 열연이 돋보인다. 벵골호랑이, 하이에나, 얼룩말 등 파이와 구명보트 위에서 함께하는 생명체를 퍼펫(인형)과 **퍼펫티어(인형 조종사)**의 움직임만으로 구현한 점은 경이로움을 자아낸다. 극한의 상황에서 역경을 이겨내는 태도와 신에 대한 믿음의 의미를 곱씹게 하는 작품이다.

부모님을 모시고 관람하기 좋은 연극도 눈에 띈다. 연극 ‘더 드레서’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의 한 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하는 노배우 ‘선생님’과 그의 곁에서 의상을 챙기는 드레서 ‘노먼’의 이야기를 다룬다. 선생님과 노먼의 관계를 중심으로 예술에 대한 열정과 무대 뒤 삶의 이면을 조명한다. 배우 박근형과 정동환이 선생님 역을 맡았고, 전 시즌에서 선생님을 연기했던 송승환이 후배 오만석과 함께 노먼 역으로 무대에 오른다. 공연은 서울 중구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열린다.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연극 ‘노인의 꿈’도 부모님과 함께 보기 좋은 작품이다. 작은 미술학원을 운영하는 봄희가 자신의 영정사진을 직접 그리고 싶다며 찾아온 할머니 춘애와 열 번의 특별한 수업을 함께하며 만들어가는 이야기다. 삶의 끝자락에서 꿈을 꾸는 노인의 모습은 웃음과 함께 잔잔한 감동을 남긴다. 김영옥, 김용림, 손숙 등 원로 배우들의 연기 투혼이 작품의 깊이를 더한다. 김영옥 배우는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개인적으로는 ‘마지막 작품’이라는 마음으로 붙들고 있는 작품”이라며 “열정을 가지고 시작했으니 끝까지 잘해서 여러분 마음에 꽉 차는 연극을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오직 설 연휴에만 만날 수 있는 특별한 무대도 펼쳐진다. 오는 13일부터 18일까지 서울 중구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열리는 국립무용단의 ‘2026 축제’다. ‘축제’ 시리즈는 평균 객석 점유율 99%에 달하는 국립무용단의 대표 신년 무대다. 올해는 정월대보름부터 동지에 이르기까지 한국인의 삶을 지탱해 온 여덟 가지 세시풍속을 우리 춤으로 풀어낸다. 강강술래, 살풀이춤, 승무 등 시대를 넘어 사랑받아온 명작 레퍼토리와 새롭게 창작된 작품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지며 한국 춤 특유의 아름다움과 흥을 한껏 발산한다. 남산 나들이 겸 온 가족이 흥겹게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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