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상속재산을 둘러싼 LG가 분쟁에서 법원이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손을 들어줬다.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연경·연수 씨가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은 모두 기각됐다.
서울서부지방법원 민사11부(부장판사 구광현)은 12일 오전 10시 김영식 여사와 구연경·구연수 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낸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1심 선고를 진행하고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2018년 가족들이 작성한 상속재산분할협의서가 유효하다고 판단했다.
구 선대회장은 2018년 5월 별세했다. 같은 해 11월 상속인들은 상속재산분할협의서를 작성해 재산을 나눴다. 그러나 2023년 2월 세 모녀는 "당시 협의가 무효이거나 기망에 의해 체결됐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상속 협의 과정에서 정확한 설명과 동의 없이 절차가 진행됐다고 주장하며, LG 지분을 포함한 상속 재산을 법정 상속비율인 '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로 재분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 선대회장이 남긴 ㈜LG 지분은 11.28%였다. 이 가운데 8.76%를 구 회장이 상속받았고, 구연경 씨와 구연수 씨는 각각 2.01%, 0.51%를 물려받았다. 김 여사는 주식을 상속받지 않았다. 다만 현재 ㈜LG 지분 4.2%를 보유하고 있어, 구 회장(15.95%), 구본식 LT그룹 회장(4.48%)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판에서 먼저 쟁점이 된 것은 소송 제기 기한이었다.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침해를 인지한 날로부터 3년 안에 소송을 내야 한다. 구 회장 측은 "이미 2018년에 상속이 마무리됐으므로 기한이 지났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단순히 상속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안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자신이 상속에서 부당하게 제외됐다는 점까지 인식해야 한다고 봤다. 이에 따라 이번 소송이 제척기간을 넘긴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핵심 쟁점이었던 협의서의 효력에 대해서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재무관리팀이 김 여사 등 상속인들의 위임을 받아 협의서에 인장을 날인한 것으로 판단했다. 또 김 여사와 구연경 씨가 상속 재산 내역과 분할 방식에 대해 여러 차례 보고를 받으며 협의에 참여했다고 봤다.
특히 최초 협의안에서 구 회장이 LG 주식을 전부 상속받는 것으로 돼 있던 내용을 김 여사의 요청에 따라 일부를 두 딸에게 분배하는 방향으로 수정한 점을 들어, 각자의 재산 몫에 대해 구체적인 의사 표시가 있었다고 판단했다.
세 모녀 측이 주장한 '기망 행위' 역시 인정되지 않았다. 김 여사 측은 재무관리팀이 "경영 재산은 모두 구 회장에게 상속해야 한다"는 취지의 유언장이나 유지 메모가 있다고 속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관련 증언과 자료를 종합할 때 구 선대회장이 그런 취지의 뜻을 남겼고 이를 기록한 메모가 존재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또 세 모녀는 재무관리팀이 LT그룹 주식이나 구 회장이 상속받은 예금 자산을 LG그룹 경영권 방어에 필요한 '경영 재산'이라고 속여 협의서에 날인하도록 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LT 주식과 예금 자산 역시 경영권 방어와 세금 납부 등을 위해 관리된 재산으로, 경영 재산에 포함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기망행위가 있었다고 하더라도 유지 메모의 존재와 무관하게 원고가 LG 주식을 분배받는 등 개별 상속재산에 대한 구체적인 의사표시에 따른 상속재산분할협의가 이뤄졌다"고 덧붙였다.
김다빈 기자 davinc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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