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가 캄보디아 취업 사기처럼 취업을 미끼로 동남아시아 빈곤층 청년들을 유인한 다음 전선에 투입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왔다. 이들은 지뢰밭을 앞장서서 통과하는 등 '인간 지뢰 탐지기'로 이용됐다.
외교 전문지 더디플로맷은 지난 10일(현지시각) 러시아가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온라인 사기 조직의 수법을 이용해 전투원을 모으고 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군과 연결된 브로커들은 경제적 이유로 러시아 이주를 원하는 동남아 청년들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채팅방을 이용해 유인했다. 월급 2000~2300달러(약 290만~330만원)와 러시아 시민권을 제공하겠다고 제안하는 식이다. 러시아는 오랜 전쟁으로 인구 감소와 노동력 부족을 겪고 있어 현재 외국인 취업 문턱이 낮은 편이다.
동남아시아 청년들은 러시아에 입국할 때부터 여권과 휴대전화를 압수당한다. 이후 러시아어로 된 문서에 서명을 강요당한다. "청소 업무 계약서"라고 설명되지만 군 입대 지원서다. 피해자가 러시아어를 모른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다.
동남아시아 청년들은 일주일가량 기초 훈련만 받고 최전방에 배치된다. 이들은 주로 적의 사격 위치를 파악하기 위해 앞장서거나 지뢰밭을 먼저 통과한다. 러시아군 내부에서는 이들을 ‘마야치키(작은 신호등)’라고 부른다. 전선에 투입된 외국인 신병의 평균 생존 시간은 72시간, 사흘에 불과하다. '고기 분쇄기 전술'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러시아의 군사 문화에 동남아시아 빈곤층 청년들이 이용되는 것이다.
실제로 필리핀 출신 외국인 신병이 러시아 전선에 투입돼 사망하기도 했다. 지난달 26일 우크라이나 영문 매체 유나이티드24 미디어에 따르면 필리핀 국적의 존 패트릭은 우크라이나 도네츠크 전선에서 전사했다. 그의 유품으로는 부대 번호와 지휘관 이름이 적힌 메모지만 남았다. 시신은 아직 필리핀으로 송환되지 않은 상태로 전해졌다.

러시아는 현재 병력이 부족한 상황이다. 2022년 당시 러시아가 예비군 30만명을 소집했으나 러시아 남성 20만명 이상이 해외로 도피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보도하기도 했다. 우크라이나 측 집계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128국 1만8000명 이상이 러시아군에 복무했거나 복무 중이다. 이 중 확인된 전사자만 3000명이다.
동남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군으로 입대하는 청년들을 대상으로 각각 다른 조치를 취하고 있다. 필리핀은 공항에서 러시아행을 차단하는 동시에 이들을 인신매매 피해자로 간주해 보호 조치하는 중이다. 인도네시아는 러시아군에 입대한 자국민의 시민권을 박탈했다. 베트남과 싱가포르도 용병 입대를 강하게 제재하고 있다. 반면 라오스는 정부 차원에서 공병대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 파견하려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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