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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수 출신의 기적…'3관왕' 폰 알멘 "꿈에서 깨고 싶지 않아" [2026 밀라노올림픽]

입력 2026-02-12 13:42   수정 2026-02-12 13:47



여름철 뜨거운 볕 아래서 나무를 정교하게 깎던 목수의 감각은 겨울의 은빛 설원을 날카롭게 파고드는 엣징으로 이어졌다. 꿈을 포기하지 않기 위해 다져진 불굴의 의지가 최고의 무대에서 새로운 ‘스키 황제’의 탄생을 알렸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1호 금메달’의 주인공 프란요 폰 알멘(25·스위스)이 마침내 대회 첫 3관왕의 고지에 올랐다. 그는 지난 11일 이탈리아 보르미오의 스텔비오 스키 센터에서 열린 알파인 스키 남자 슈퍼대회전 결승에서 1분25초32의 기록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지난 7일 남자 활강과 9일 팀 복합 우승에 이은 세 번째 금빛 질주다.

폰 알멘은 세 번째 금메달을 목에 건 직후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세 번이나 섰지만, 여전히 내 이름 옆에 붙은 ‘3관왕’이라는 글자가 낯설기만 하다”며 “지금 이 순간이 너무나 완벽해서, 제발 이 꿈에서 영영 깨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목수 출신 폰 알멘의 행보는 매 순간이 기적의 연속이었다. 그는 정통 스키 트레이닝 스쿨 대신 목수 견습 과정을 밟았다. 17세 때 부친상을 당한 뒤 생계를 책임져야 했던 그는 선수 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여름마다 건설 현장에서 목수로 일하며 돈을 벌었다. 부족한 훈련비와 장비 구매비는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시민들의 소액 후원을 받아 충당했다.

역경 속에서도 굴하지 않은 폰 알멘은 2022년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 은메달 3개를 목에 걸며 차세대 유망주로 우뚝 섰다. 2023년부터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 무대에서 본격적인 기량을 뽐낸 그는 최근 두 시즌간 월드컵에서 5승을 몰아치며 세계 최정상에 올라섰다.

이번 대회 첫 3관왕과 함께 단일 올림픽 남자 선수 최초로 활강과 슈퍼대회전을 동시에 석권한 폰 알멘은 “크라우드펀딩으로 훈련비를 모으던 시절, 저를 믿어준 이름 모를 후원자들께 이 메달을 바치고 싶다”며 “환경이 재능을 방해할 수는 있어도, 꿈을 향한 간절함만큼은 절대 꺾을 수 없다는 사실을 증명해 기쁘다”고 말했다.

서재원 기자 jwse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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