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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계 첫 英 왕립음대 교수' 에스더 유 "무게감 느껴, 끊임없이 진화할 것"

입력 2026-02-17 07:00  



“유럽 클래식 음악계에서 ‘젊은 아시아계 여성’을 대표하는 연주자 겸 교육자로서 활동하게 된 것에 큰 무게감을 느낍니다.”

지난해 한국계 음악가 최초로 영국의 왕립음악대학 교수로 임용된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32)의 말이다. 1883년 설립된 영국 왕립음악대학은 지휘자 네빌 마리너, 피아니스트 키트 암스트롱 등을 배출한 세계적인 명문 음대다. 에스더 유가 국제무대에 처음 이름을 알린 건 2010년 시벨리우스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에서 열여섯 나이로 최연소 입상 기록을 갈아치우면서다. 이후 영국 대표 음악 축제인 BBC 프롬스에 데뷔한 그는 고(故) 로린 마젤, 블라디미르 아슈케나지 등 명지휘자들에게 잇따라 발탁되면서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

지난 12일 명문 클래식 음반사 도이치그라모폰(DG)을 통해 네 번째 음반 ‘러브 심포지움’을 낸 한국계 미국인 바이올리니스트 에스더 유를 서면으로 만났다. 그가 2018년 최초의 상주 아티스트로 활동한 로열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작업한 이번 앨범엔 번스타인의 ‘세레나데’를 중심으로 구스타보 말러의 ‘아다지에토’, 본 윌리엄스의 ‘종달새의 비상’ 등이 담겼다. 번스타인의 ‘세레나데’는 그가 2024년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데뷔 무대에서 선보인 작품이기도 하다.

유는 “곡의 모티브가 된 플라톤의 <향연>이 사랑에 대한 철학적 분석이라면, 번스타인의 ‘세레나데’는 그 생각들에 대한 깊은 정서적 반응”이라며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언어인 사랑과 음악을 더 깊이 탐구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이 음반의 출발이었다”고 설명했다.



그가 표현하고자 하는 사랑은 온전치만은 않다. 유는 “흔히 음악 속의 사랑을 순수하고 낭만적이며 이상적인 것으로 여기곤 하지만, 전 현실에서 일어날 법한 ‘있는 그대로의 사랑’을 소리로 솔직하게 담아내고 싶었다”고 했다. “때로는 복잡하고 엉망진창이기도 하지만 그래서 더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진정한 사랑의 세계를요. 작곡가들이 남긴 내밀한 고백을 소리로 듣는 경험을 통해 많은 분이 저마다의 기억과 감정을 다시금 열어보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지난해 가을 학기부터 왕립음악대학에서 교육자로서 첫발을 뗀 그는 “사실 처음 학교로부터 제안을 받았을 땐 놀랍고 얼떨떨했지만, 학교에서 적임자로 판단한 이유가 있을 것이란 생각으로 교수직을 수락하게 됐다”고 했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아시아인들이 리더로 활동하는 건 매우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야 다음 세대에서도 사회적 한계를 뛰어넘을 수 있단 믿음을 가지고 끊임없이 꿈을 좇을 수 있을 테니까요.”



미국에서 태어나 독일·영국 등 유럽에서 공부한 음악가지만, 그에게 한국인 정체성은 깊이 뿌리내리고 있다. 유는 “해외에서 어디에서 왔냐고 물으면 제 대답은 항상 ‘전 한국인이다’였다”며 “매일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볼 때나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게 김치찌개일 때면 제가 한국인이라는 사실을 결코 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최근 전 세계에서 부는 ‘K-컬쳐 붐’을 볼 때면 너무 신기해요. 엄청난 자부심을 넘어 뭉클한 감동까지 느끼게 되죠.”

그의 일정은 올해도 빡빡하다. 4월 예술의전당 교향악축제, 11월 마린 알솝이 지휘하는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 협연 등이 예정돼 있다. 유는 “삶은 오르막과 내리막, 운이 좋은 날과 나쁜 날의 연속”이라며 “중요한 건 어떤 상황에서도 겸손하고, 끊임없이 진화하려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매일 발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어떤 사회적 한계에도 굴복하지 않고, 음악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며, 주변에 좋은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음악가로요. 그게 제가 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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