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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하고 싶은 정책은 책임 있는 적극 재정이다.”
일본 집권 자민당이 총선에서 역사적 압승을 거둔 지난 8일,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는 ‘국론을 양분하는 대담한 정책’을 강조하며 이같이 말했다. 다카이치 총리는 이번 선거 기간 지금까지 재정 운영에 대해 “지나친 긴축 지향”이라고 공격했다. 그러나 시장에는 이런 인식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게 니혼게이자이신문 지적이다.
12일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의 재정은 장기간 확장적이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일본 명목 국내총생산(GDP) 대비 정부 부채 비율은 2025년 기준 229%로 추정된다. 주요 7개국(G7) 중 최악인 이탈리아조차 136%다. 일본 재정의 지속성에 대한 국제적 우려가 강한 이유다.
다카이치 총리는 GDP 대비 부채 비율이 코로나19 사태가 벌어진 2020년을 정점으로 개선된 것을 ‘긴축’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도 이 지표를 재정 건전화의 새로운 목표로 삼겠다고 밝힌 것은 모순이라는 게 니혼게이자이 지적이다.
다카이치 총리가 GDP 대비 부채 비율 개선을 목표로 잡은 것은 현재 일본 경제가 인플레이션으로 세수는 불어나지만 이자 지급 비용 상승분은 그게 못 미치는 ‘재정의 보너스 시기’에 있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과거 저금리 아래 발행한 국채가 남아 있는 동안은 인플레이션으로 2030년대 중반까지 GDP 대비 부채 비율을 개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노동인구 감소 등을 고려하면 결국 금리가 성장률을 웃돌 것이란 전망이다. 니혼게이자이는 “세수가 증가하는 보너스 시기에 부채를 꾸준히 줄이지 않으면 그 대가는 결국 향후 정권과 미래 세대가 짊어져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당장은 감세가 관건이다. 자민당은 압승을 계기로 식료품에 한해 2년간 소비세율을 현행 8%에서 0%로 낮추는 감세안 검토를 가속할 방침이다. 소비세는 연금, 의료, 요양, 육아 지원 등 사회보장제도를 지탱하는 안정적 재원이다. 인력 부족 등 공급 제약 아래 감세로 수요를 늘리면 물가 상승 압력이 높아질 우려도 크다.
금융시장 움직임에는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규율을 잃은 정부의 재정 운영에 대해 채권시장은 국채 가격 하락(국채 금리 상승)으로 경종을 울리는데, 이런 시장의 기능을 ‘채권자경단’이라 부른다. 이번 선거는 ‘제로 금리’로 오랫동안 ‘가사 상태’였던 일본의 자경단 부활을 알렸다.
일본의 자경단을 일본보다 더 경계한 것은 스콧 베선트 미국 재무장관이다. 일본 국채와 엔화 매도세가 미국 국채 매도로 파급되는 장면이 목격되면서다. 베선트 장관에게 미국 채권시장 안정은 금융과 경제의 핵심이다.
미국 통화당국은 지난달 23일 환율 개입 준비 단계인 ‘레이트 체크’로 엔저를 진정시키고 미·일 채권시장 안정을 노렸다. 야마모토 겐지 다이와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의 협력은 일본에 엔저와 금리 상승을 피할 명확한 정책 조정을 요구하는 압력일 뿐”이라며 “공짜 점심은 없다”고 분석했다.
도쿄=김일규 특파원 black04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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