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융감독원이 슈프리마에이치큐의 자사주 무상 출연에 재차 정정명령을 부과했다. 자사주 소각 대신 재단법인에 무상 출연을 선택한 근거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자사주 처분 공시 보고서에 세 차례 정정명령이 부과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슈프리마에이치큐의 대응에 관심이 쏠린다.
앞서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지난달 16일 자사주 52만3591주(4.99%)를 신생 재단인 숨마문화재단에 무상 출연했다고 공시했다. 당초 자사주 처분 목적은 'ESG 경영 및 사회공헌 활동을 위함'이라고 간단히 기재됐다. 구체적인 내용이나 배경은 포함되지 않았다.
금감원이 두 차례 정정공시를 요구하자 슈프리마에이치큐는 내용을 보강했다. 회사는 "상법 개정 논의 후 자사주 활용 방안을 검토했다"며 "자사주 무상 출연이 회사가 지속해 온 문화예술 분야 사회 공헌의 취지와 가장 부합한다고 판단해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자사주 소각을 선택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선 "(자사주를 소각하면) 의결권 있는 주식 수가 감소해 주주가치 제고 요인이 될 수 있다"면서도 "지속 가능한 사회공헌 활동을 통해 기업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향후 이익을 늘리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에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금감원은 슈프리마에이치큐의 설명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사주 무상 출연을 통한 사회공헌 활동이 기업가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기재되지 않았다는 취지다.
금감원 관계자는 "자사주 무상 출연의 효과로 브랜드 가치 제고를 언급했는데, 이사회가 브랜드 가치 제고 효과를 분석했는지 의문"이라며 "현금 유입이 없는 결정을 했기 때문에 주주가 납득할 만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추가 현금 유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신생 문화재단인 숨마문화재단은 슈프리마에이치큐로부터 받는 주식을 3년간 양도·교환·무상처분하지 않기로 확약했다. 이 때문에 운영자금은 따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앞선 공시를 통해 "사회공헌 목적에 따른 재단 운영자금 후원은 별도로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때문에 자사주를 숨마문화재단에 넘기는 배경에 '지배력 강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없지만, 처분 시 의결권이 되살아난다. 지난해 9월에도 슈프리마에이치큐는 계열사와 특수관계인에 자사주를 처분해 의결권을 되살렸고, 지배력을 강화했다.
당시 계열사 벵가디아는 61만1620주, 신동목 슈프리마 부사장은 4만5871주를 장외에서 인수했다. 이 대표 측의 지분율은 41.67%에서 47.95%로 6.28%포인트 높아졌다. 벵가디아의 대표 유모 씨는 숨마문화재단 유모 이사와 이름, 생년월일이 같다.
지배력 강화 주장에 대해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숨마문화재단 임원 중 슈프리마에이치큐 및 대주주와 특수관계에 해당하지 않는 임원으로부터 재단이 슈프리마에이치큐와 무관하게 독립적으로 운영된다는 확인서를 수령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슈프리마에이치큐 및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에 있는 이사는 슈프리마에이치큐와 이해관계가 있는 안건에 대해 재단의 심의·의결 과정에 참여하지 않겠다는 확약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회사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향후 법적 분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변호사는 "대표의 배우자가 이사로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회사와 재단은 이해관계자를 맺고 있다고 볼 수 있다. 독립성이 없기 때문"이라며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가 상충하면 지배주주는 거래의 공정성을 입증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슈프리마에이치큐는 자사주 출연 철회를 검토하고 있냐는 질문에 "정정공시를 준비하고 있다"고만 입장을 밝혔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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