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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인간을 심판할 수 있는가...뮤지컬 '안나 카레니나'

입력 2026-02-12 15:58   수정 2026-02-12 15:59

“사실 톨스토이 원작 소설을 처음 읽었을 땐 주인공 ‘안나’ 때문에 화가 많이 났어요. 읽으면 읽을수록 그녀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는데, 한번 다른 시점에서 바라보려고 했어요. 사랑 없는, 원치 않는 결혼을 한 여자. 그러다 ‘브론스키’라는 남자와 사랑에 빠져버린 인물이요. 그렇게 이해하려다 보니 어느 순간 그녀와 사랑에 빠져버렸어요.”



러시아 오리지널 뮤지컬 ‘안나 카레니나’의 알리나 체비크 연출은 12일 서울 종로구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작 소설을 처음 접했을 당시를 이렇게 떠올렸다. 그는 오는 20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개막하는 ‘안나 카레니나’ 연습에 참여하기 위해 한국을 찾았다.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안나 카레니나’는 19세기 후반 러시아 고위 관료 ‘?알렉세이 카레닌’의 부인 ‘안나 카레니나’가 젊은 장교 ‘알렉세이 브론스키’와 사랑에 빠지며 돌이킬 수 없는 비극으로 치닫는 이야기를 그린다.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는 ‘불륜’이라는 소재가 전면에 등장한다.

체비크 연출 역시 처음에는 안나의 입장에 공감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한 개인의 실수에 대해 과연 내가 비난할 자격이 있는지 스스로 묻게 됐다”며 안나를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은 사람을 심판할 수 없다. 그것은 오직 신만이 할 수 있다’는 성경 구절을 작품에 인용했어요. 오늘날에도 개인의 잘못을 집단으로 비난하는 현상이 있는데, 함께 이야기해볼 만한 뜨거운 주제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안나 카레니나’는 마냥 사랑 이야기라고 볼 수 없어요.”



작품은 성별에 따른 사회의 이중잣대 문제도 담고 있다. 체비크 연출은 “요즘 사회가 옛날보다 나아졌다고 해도 여전히 남성 중심적인 오래된 인식이 남아 있는 것 같다”며 “남자가 저질렀다면 용서할 수 있는 일을, 여자가 했다는 이유만으로 용서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안나도 이런 이유로 자신의 행복과 사랑을 위해 저항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8년 초연, 2019년 재연에 이어 7년 만에 세 번째 시즌으로 돌아오는 이번 무대에선 배우 옥주현과 이지혜, 김소향이 안나 역을 맡는다. 다음 달 29일까지 5주간 38회 공연이 열리는데, 이 중 23회를 옥주현이 맡아 캐스팅 독식 논란이 불거졌다.

체비크 연출은 이와 관련해 “개인이 모든 것을 결정한 게 아니라 배우들과도 사전 협의가 된 부분이라고 알고 있다”며 “다 함께 결정하는 만큼 큰 문제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옥주현에 대해선 “프로페셔널하고 제가 가장 중요시하는 큰 에너지와 성량을 가지고 있어 작품에 합당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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