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공지능(AI)으로 한복 입혀서 설날에 엄마, 아빠한테 보여주려고요."
만 2세 아이를 둔 30대 직장인 A씨는 설날에 아기 한복을 구매할 생각이 없다고 털어놨다. 아기 한복은 들어가는 비용에 비해 실용성이 떨어져 선뜻 구매하기가 꺼려진다는 것. A씨는 "둘째 생각이 없기도 하고, 한복 맞춰도 내년에 안 맞아서 못 입힌다"며 "명절에 한복 입는 경우도 이젠 많이 없으니까 AI지만 기념 삼아 사진으로 남겨두는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다"고 부연했다.

통상 아기 한복 수요가 정점을 찍는 설날 한 주 전, 지난 11일 오후 방문한 서울 종로구 예지동 광장시장 내 한복거리는 생각보다 한산한 모습이었다. 몇몇 가게에서 아기 한복을 맞추거나 기성 한복을 구매하는 부모들이 포착됐으나 손님이 아예 없는 가게들도 있었다. 아기 한복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B씨는 "점점 (매출이) 안 좋아진다"며 "체감상 지난해보다 (손님이) 절반 이상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복거리에는 아기·어린이 한복이 가게 전면에 걸려있었다. 주로 현금가 5만원대 상품으로 '파격 세일', '파격 현금가' 표시가 붙어있었으나 이를 살펴보는 사람도 없었다.
8개월 아기를 업고 아기 한복을 맞추러 온 남궁모(41) 씨는 "기성 제품 말고 아기 한복을 다 맞추면 20만원이 넘어가더라"라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예쁜 저고리를 발견해서 이걸 먼저 구매하고 이에 맞는 바지를 구매하려고 이리저리 돌아다니고 있다. 이번 설에 부모님을 봬 아기가 한복 입은 모습을 직접 보여드리려고 한다"고 이야기했다.

어른 한복만을 취급하는 가게는 더욱더 한산했다. 60대 한복 가게 점주 C씨는 "코로나 때인 4~5년 전부터 줄었다"며 "요새는 대여도 많이 해서 설날은 물론이고 결혼식 때도 안 맞춘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국내 한복 업체는 급감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한복 업체는 지난 2010년 3737개였다 지난 2024년 1668개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55.37% 감소한 것이다. 같은 기간 종사자 규모도 5253명에서 2239명으로 57.38% 쪼그라들었다.
광장시장 내 한복거리 규모도 축소됐다. 광장시장 별관한복부는 문을 닫았다. 별관에 들어서면 텅텅 빈 한복 가게들을 볼 수 있었다.

어린이 한복을 직접 구매하는 경우는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서 한복 행사가 있을 때가 많았다. 한복거리에서 노란 유치원 가방을 맨 만 6세 남자아이와 함께 어린이 한복을 알아보던 40대 D씨는 "유치원에서 한복 의무 행사가 있어서 구매하려고 왔다. 이 행사로 2년마다 애기 한복을 사고 있다"며 "맞춤 한복까진 아니고 기성 한복을 구매한다. 2~3년 전에는 5만~6만원 대가 많았는데 지금은 7만원대가 가장 많더라"라고 전했다.
온라인이나 마트 등에서 어린이 한복을 구매하는 경우도 있었다. 남자아이 둘을 둔 40대 직장인 E씨는 "첫째가 못 입는 한복을 둘째가 입을 순 있지만 그러면 첫째 거를 또다시 사야 해서 편하게 쿠팡이나 이마트에서 샀다"며 "직접 한복을 맞추는 것보다 싸기도 하고 어른들께 보여드리기 민망한 품질도 아니었다. 똑딱이로 편하게 입을 수 있게 나와서 구매하는 데 별 망설임은 없었다"고 밝혔다.

이어 이 교수는 "명절에는 반드시 한복을 입어야 한다는 사회적 규범이 약해졌고, 합리적 소비 관점에서 한복은 1년에 한두 번 입는 비효율적인 소비로 인식될 수도 있다"며 "경복궁 근처에서 한복을 대여해 입는 경우도 많아지면서 한복에 대한 인식 변화에도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부연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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