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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회계사 구직난 지켜본 변호사들…"30% 줄여 뽑자"

입력 2026-02-12 18:29  



최근 공급 과잉에 회계사가 구직난에 시달리는 상황과 맞물려 법조계에서도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축소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현재 연간 1700명 수준인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수준으로 떨어트려야 한다는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정욱)는 12일 서울 서초구 서초동 대한변협회관에서 '적정 변호사 수 관련 심포지엄'을 열었다. 이날 '적정 변호사 수는 몇 명인가' 주제 발제를 맡은 김종호 경희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인구와 경제 규모, 소송 건수가 모두 정체하거나 감소세에 접어들었다"며 "현재의 변호사 배출 규모는 시장이 수용할 수 있는 한계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김 교수가 제시한 데이터에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2~3%대에 머무는 사이, 변호사 수는 지난 10년 사이 1만 명에서 3만 명으로 3배 폭증했다. 반면 수요 지표인 민사본안 사건은 8.8%, 형사사건은 23.8% 급감하며 '공급 과잉'의 엇박자가 심화됐다.

김 교수는 "경제 성장률과 자연 감소분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적정 변호사 공급 규모는 연간 약 1200명 수준"이라며 "정부가 인구 대비 법조인 수로 공급 부족을 주장하는 것은 법무사·노무사 등 한국 특유의 '인접 직역' 구조를 반영하지 못한 왜곡된 통계"라고 주장했다.

한국 법조 시장의 과잉 공급은 이웃 나라 일본과 비교하면 더욱 두드러진다. 허중혁 변협 제1국제이사는 "일본은 우리보다 경제 규모가 3배 크지만 사법시험 합격자는 연간 1500명 안팎으로 우리보다 적다"며 "일본 정부는 이미 2016년부터 변협의 제안을 수용해 합격자 수를 조절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과잉은 예비 법조인인 로스쿨 재학생들에게도 구직난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왔다. 마태영 변호사(전 전국법학전문대학원학생협의회 의장)는 "AI 법률 서비스 확산으로 저연차 변호사들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며 "무리한 양적 확대는 결국 청년 변호사들의 피해로 귀결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실제 '2026 법학협 로스쿨 제도 개선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90%가 '단계적 정원 축소'에 찬성했다. 현행 입학정원(2000명)이 부적절하다는 응답도 74%에 달해, 로스쿨 내부에서도 증원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심포지엄에 참석한 황병찬 한국공인회계사회 부회장은 "지난해(2025년) 공인회계사 합격자 1200명 중 850명이 실무 수습처를 구하지 못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며 "기득권 지키기가 아니라 시장 신뢰를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수습 기관을 찾지 못한 청년 회계사들이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선발 인원 정상화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최근 업황 악화와 생성형 인공지능(AI) 도입 확산으로 회계사 시험에 합격하고도 일자리를 구하지 못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유사한 일이 변호사 업계에도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대한변협은 이번 심포지엄에서 논의된 내용을 바탕으로 법무부 등 관계 기관에 변호사 수급 정책의 전면 재검토를 강력히 촉구할 방침이다.

박상경 한경닷컴 기자 highseou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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