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보를 세계의 중심에 세운 인물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장마르크 루비에(71)다. 16년간 세계 최대 명품그룹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의 2인자로서 루이비통, 셀린느 등을 이끈 그는 2011년 로컬 브랜드인 델보를 알아보고 투자를 결정했다. 리치몬트그룹이 델보를 품는 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했고, 지금까지 델보를 이끌고 있다.지난 6일 델보의 코리아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13종을 최초 공개한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 팝업스토어 현장에서 루비에 CEO를 만났다. 한 시간이 넘는 인터뷰 내내 반짝이는 눈으로 델보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 대해 풀어놓는 그의 모습은 델보라는 예술작품을 설명하는 건축가와 닮아 있었다. 다음은 인터뷰 전문.
▷델보 팝업의 인기가 뜨겁습니다.“한국은 델보가 진출한 초기 해외 국가 중 하나입니다. 중국, 일본, 프랑스, 미국보다 일찍 진출했죠. 델보의 팝업 장소로 더현대서울을 선택한 건 서울 내에서도 여러 에너지가 섞여 있는 독특한 곳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컬렉션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부분은 무엇입니까.
“단연 콘셉트입니다. 젊은 벨기에 아티스트인 카스파르 보스만스와의 협업을 통해 ‘브리앙’ ‘탕페트’ 등 델보의 오랜 제품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아티스트가 가방 위에 페인팅을 했기 때문에 하나하나가 세계에서 유일한 작품이죠. 모두가 아는 가방이 ‘서프라이즈’가 된 겁니다. 클래식이라는 게 보수적이거나 그 자리에 멈춰 있는 게 아니라 새롭게 변화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델보에 한국은 어떤 시장입니까.
“저는 항상 시장보다는 한 나라(country), 소비자보다는 고객(client)으로 얘기합니다. 우리가 이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뜻이죠. 우리는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표준화된 핸드백이 아니라 고객이 기대하지 못한 놀라움을 선사하는 브랜드가 되고자 합니다. 그러려면 그 나라의 사람들과 계속해서 소통하고 관계를 쌓아야 하죠. 한국에서 독점 컬렉션을 내고 새로운 콘셉트의 팝업스토어를 연 것도 그걸 위해서입니다.”
“제가 델보를 처음 봤을 때 더 넓은 무대에서도 통할 만한 가치와 자산을 갖췄다고 생각했습니다. 브랜드를 키우는 건 한 인생을 키워나가는 것과 비슷하죠. 얼마나 빠르게 크느냐가 아니라 올바른 방향으로 가는 게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델보라는 브랜드를 모르더라도 클래식한 가방의 형태에 먼저 끌리고, 튼튼한 가죽 덕분에 오래 쓰게 되죠. 자연스럽게 사람들은 가방에 의미를 부여하고 애정을 갖게 되고요. 그게 델보가 지닌 강력한 힘입니다.”▷‘가죽의 건축가’라는 표현은 어떻게 고안했습니까.
“건축가는 건물을 어떻게 세울지, 어떤 기능을 갖출지, 주변 풍경과 어떻게 상호작용할지를 모두 생각합니다. 델보 핸드백도 마찬가지로 미적인 아름다움과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모두 갖추고 있죠. 장인이 가죽이라는 재료로 새로운 공간을 창조하고 예술성을 더하는 과정이 건축과 굉장히 비슷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듣다 보니 당신이야말로 델보라는 브랜드의 건축가라고 할 만하네요.
“어쩌면 그럴지도요(웃음). 저는 델보의 매장도 전부 다르게, 하지만 서로 이어진 형태로 설계했습니다. 홍콩 매장엔 17세기 벨기에산 태피스트리가 걸려 있는데, 이건 홍콩과 벨기에를 잇는 ‘포털’입니다. 중국 매장엔 19세기 프랑스에서 만들어진 거울이 걸려 있고요. 어느 델보 매장을 가더라도 다른 나라와 서로 이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번 팝업에서도 벨기에에 있는 델보의 아틀리에 ‘아스날’에서 영감받은 벽장 디자인을 볼 수 있습니다.”
“장인정신입니다. 델보는 오랫동안 많은 협업을 해왔고, 기술과 방식을 바꾸기도 했죠. 하지만 그 속에서도 장인정신만큼은 절대로 변하지 않습니다. 모든 가방이 벨기에 아스날 공방과 프랑스 아틀리에 두 곳에서 제작되죠. 외부와 협업할 때도 델보의 장인정신에 깊이를 더하지 못한다면 그 협업은 절대로 하지 않습니다.”▷럭셔리산업도 인공지능(AI)의 영향을 받고 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바뀔 것으로 전망합니까.
“AI는 도구입니다. 중요한 건 ‘그 도구로 무엇을 이루려는가’죠. 목표가 없다면 머리 없는 칠면조가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꼴이 됩니다. 과거에도 온라인 쇼핑의 확대로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질 것이라고 했지만 그렇지 않았죠. AI를 활용해 어떤 경험을 구현하는지가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이선아 기자 sun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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