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돼왔던 네덜란드 작가 세스 노터봄이 별세했다. 시, 희곡, 여행기, 에세이, 시사 평론을 쓰고 번역하는 건 물론 샹송을 작사하는 등 여러 분야의 글을 두루 써온 작가다.
12일 가디언은 네덜란드 출판사 더 베이지허 비의 발표를 인용해 노터봄이 92세의 나이로 "그가 사랑하던 스페인 메노르카섬에서 평화롭게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출판사 측은 "우리는 세계적으로 호평받는 작가의 우정, 학식, 열정, 개성을 그리워할 것"이라며 애도를 표했다. 네덜란드와 메노르카섬을 오가며 지냈던 노터봄은 메노르카섬에서의 일상을 책으로 내기도 했는데, 국내에는 <정원 일상 - 메노르카섬에서 쓴 533일의 노트>라는 제목으로 출간돼 있다.
1933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난 노터봄은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데뷔작 <필립과 다른 사람들>로 일약 스타 작가가 됐다.
그는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보냈다. 가출한 아버지가 제2차 세계 대전 중 헤이그 시내에 집중 투하된 폭탄에 맞아 사망하자 재혼한 어머니와 함께 살았는데, 의붓아버지에 의해 가톨릭 수도원에서 운영하는 기숙사 학교로 보내졌다. 곧 학교를 그만두고 가출을 일삼았지만 이때부터 문학의 꿈을 키웠다. 여러 나라를 떠돌며 겪은 체험, 죽음과 내면에 대한 성찰 등이 작품 세계를 이뤘다. <브뤼에에서의 어느 오후> <베를린 수기> <산티아고 가는 길> 등 여러 편의 여행기를 내며 여행작가로 활동하기도 했다.
대표작은 1980년에 발표한 소설 <의식>이다. 노터봄이 첫 소설 이후 기자와 여행 작가로 활동하다가 20여년 만에 발표한 소설이다. 출간 이후 유럽 문단에서 호평을 받으며 그를 거장의 반열에 올려놓았다. 가톨릭의 미사 전례 의식과 다도를 소재로 현대 사회의 정신적 결핍과 공허를 다뤘다.
유럽 문학상(1993), 독일의 괴테 상(1992), 네덜란드의 페이 세이 호프트 상(2004) 등 여러 나라의 문학상을 여럿 수상했다. 프랑스의 레지옹 도뇌르 훈장(1991), 문학예술훈장(2003) 등을 받았다. 베를린 예술 아카데미, 미국 현대 어문협회의 회원으로 임명됐다. 노벨문학상 후보로 자주 거론돼온 작가이기도 했다.
구은서 기자 ko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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