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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니퍼 린드 교수 "미·중 사이에 낀 한국, 헤징이 최선의 방패"

입력 2026-02-12 17:35   수정 2026-02-12 23:37

중국 문제 전문가인 제니퍼 린드 미국 다트머스대 국제정치학부 교수(사진)는 “중국은 권위주의적으로 권력을 유지하면서 혁신을 통한 성장 동인을 확보하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는 균형점을 찾아냈다”고 평가했다.

린드 교수는 최근 한국경제신문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중국의 경제성장은 민주주의를 택해야만 경제가 번영한다는 기존 서구 학자들의 인식을 깬 사례”라고 말했다. 린드 교수는 지난해 11월 <전제정치 2.0(Autocracy 2.0)>이란 책을 펴내 화제를 모았다.

린드 교수는 중국의 현 체제를 ‘스마트 권위주의’로 규정했다. 스마트 권위주의는 디지털 기술을 적극 활용해 시민을 감시하고, 감시와 억압의 수준을 역동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특징이다. 그는 “혁신을 위해 통제를 풀었다가도 자유가 정권을 위협한다고 느끼면 고삐를 다시 조이면서 최적점을 찾아왔고, 그 모델이 실제로 경제성장을 이뤄냈다는 증거가 중국”이라고 설명했다.

시진핑 치하 중국이 시민을 통제·억압하려는 성향이 강해진 점은 인정하면서도, 이것이 단순한 1인 독재로의 회귀이거나 권력 장악을 위해 경제적 대가를 치르는 것으로 해석돼서는 안 된다고 분석했다. 통제 강화와 약화를 오가는 것 자체는 스마트 권위주의의 본질적 속성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 같은 관점은 서구 주류 정치·경제학자들의 관점과 어긋난다. 린드 교수는 2024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대런 아제모을루 등이 <국가는 왜 실패하는가>에서 민주주의와 같은 ‘포용적 제도’ 없이는 지속적인 혁신과 성장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중국 사례에 대해서는 그들이 틀렸다”고 했다.

린드 교수는 한국과 중국이 서로 다른 정치체제를 갖게 된 근본적인 차이가 없었다고 봤다. 단지 “경제 성장 후 민주화 요구가 높아졌을 때 한국과 대만의 지도자들이 민주적 이양을 결단한 반면 중국 공산당은 천안문 사태 당시 탱크로 국민을 진압하는 길을 택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이 이런 모델을 통해 경제 성장을 이루면서 베트남, 사우디아라비아, 에티오피아 등 '정치적 통제와 경제적 혁신'을 동시에 원하는 글로벌 사우스 국가로 (이 모델이) 수출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중 경쟁에서 한국의 대응 방식에 대해 “가능한 한 오랫동안 헤징(hedging) 전략을 유지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미국과 중국 양쪽이 싫어하겠지만, 어느 한쪽이 양자택일을 강요하기 전까지는 균형을 잡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은 특파원 sele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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