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적 궤도 대신 예측 불가능한 삶을 살았다는 점에서 주식시장과 꼭 닮았다. 공학을 전공해 석사까지 밟았지만 우연한 계기로 증권사 애널리스트가 됐다. 대형 증권사 최고 레벨 임원까지 올랐다가 불현듯 퇴사 후 스타트업을 차렸다. 커리어 정점 때마다 불확실성에 베팅했다.투자 의사결정을 돕는 인공지능(AI) 기반 핀테크 스타트업 ‘코어16’을 창업한 조윤남 대표(사진)는 지난 10일 “국내 투자자들이 데이터에 기반한 체계적인 의사결정이 약한 것이 현실”이라며 “시장에 매수 관련 정보는 많지만 매도는 정말 어려워 불모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현명하게 잘 파는 ‘셀 스마트(sell smart)’ 개념을 제시, 후회를 줄이는 의사결정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다.
조 대표는 한양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하고 KAIST 화학공학 석사를 밟았다. 삼성엔지니어링(현 삼성E&A)에서 6년간 일했다. 대기업에서 안정적인 삶을 살 것으로 예상했지만 1999년 맞이한 주식시장 버블이 그의 삶을 바꿨다. 삼성엔지니어링이 상장하면서 직원들에게 판 주식이 크게 폭락한 것. “가장 최저점일 때 전세자금을 마련하느라 급히 팔았죠. 그야말로 주린이(주식 투자 초보자)였습니다.”
이후 주식시장을 제대로 파보자는 생각으로 한빛증권(현 NH투자증권)과 대신증권에서 애널리스트로 일했다. ‘공대 출신 증권맨’이란 독특한 이력이 여의도 증권가에 알려졌다. 대신경제연구소 대표를 4년 간 맡으며 증권맨 커리어의 정점을 찍었다. 하지만 2024년 초 핀테크 창업으로 발길을 돌렸다. 차량, 기사, 법인카드 같은 각종 임원 예우들이 도전정신을 파먹을 것 같다는 불안감이 들었다고.
주식 시장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사건과 주가 사이의 상관관계를 분석해 투자 전략을 도출하는 ‘이벤톨로지(Eventology)’ 라는 개념을 창안했고, 스타트업을 통해 그 이론을 실현해보고 싶었다.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지난해 미국의 관세폭탄 등 위기의 이름은 다르지만 그 속에서 자산 가격이 춤추는 모습은 닮았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조 대표는 최근 그의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창업가 경험을 살린 책 <주식시장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는 실전 매매법, 사이클 투자 법칙> 을 출간했다. 그는 “현대전 승패가 무기의 차이로 갈리듯 투자도 개인 역량으로만 밀어붙이면 안된다는 점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가 강조하는 건 ‘사이클’이다. 수요의 충격과 공급의 대응 간 시간차가 만드는 리듬을 읽을 줄 알아야 한다는 것.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같은 반도체 대형주들을 예로 들었다. 조 대표는 “메모리 반도체는 경기 순환산업의 교과서와 같다”며 “공급의 지연과 신규 설비 증설까지의 긴 시간이 수요와 공급의 시간차를 생성하고 사이클을 만든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두 대형주에 투자하는 다수의 투자자들을 향해 “4·7월 분기 실적 시즌에는 주가의 고점 부근일 가능성을 냉정하게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조 대표는 널뛰는 시장을 미리 예측하려는 시도가 헛되지 않을 것이라 했다. “AI도 못따라가는 인간의 역량이 바로 책임감과 집념입니다. 투자 결정을 돕는 시스템을 완성하고 주요 금융회사 중 한 곳이 이를 도입하게 하겠다는 목표를 올해 꼭 이루겠습니다.”
박종필 기자/사진=최혁 기자 j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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