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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탕 이어 밀가루·계란·돼지고기까지 '현미경 검증'…밥상 물가 잡힐까 [이슈+]

입력 2026-02-13 06:30  


공정거래위원회가 설탕 담합에 총 4083억원의 과징금을 내리면서 '민생 식자재 담합' 전방위 점검 포문을 열었다. 공정위는 밀가루·전분당·계란·돼지고기 등 주요 식자재도 살펴보고 있어 식품업계에 긴장감이 확산하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지난 12일 CJ제일제당, 삼양사, 대한제당 등 3개 제당사가 2021년부터 4년여간 설탕 판매가격 변동 폭과 시기를 사전에 합의한 사실을 적발해 4083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기로 했다. 담합 사건 과징금 총액 기준 역대 2위 규모다. 공정위는 설탕 시장이 고율 관세와 장치산업 특성상 신규 진입이 어려운 과점 구조라는 점에서 담합의 민생 파급력이 컸다고 판단했다.

이를 시작으로 공정위의 칼날은 여타 식자재까지 확산하는 모양새다. 공정위는 앞서 전분당 시장에서도 담합 혐의를 포착하고 대상·CJ제일제당·사조CPK·삼양사 등을 상대로 전담 조사팀을 꾸려 조사에 착수했다. 전분당은 물엿·포도당·과당 등으로 가공식품 전반에 사용되는 핵심 원료다.

계란 시장도 심판대에 올라 있다. 공정위는 대한산란계협회가 2023년부터 계란 가격 인상을 주도해 경쟁을 제한했는지 여부를 조사해 심사보고서를 전원회의에 상정했다. 계란 한 판(30구) 가격은 최근 9000원에 육박하는 등 급등세를 보였다.


계란 가격 상승에 대해 통계청은 최근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확산에 따른 출하량 감소를 원인으로 꼽았지만, 공정위는 AI 확산 이전부터 가격이 상승한 점에 주목했다. 협회의 인위적 개입 가능성이 있어보인다는 얘기다. 사업자단체가 구성원에게 가격 결정이나 유지·변경을 강요하면 공정거래법 위반에 해당한다.

돼지고기도 조사 대상. 목우촌·도드람·CJ피드앤케어 등 6개 육가공 업체는 대형마트와 식품회사에 납품하는 돼지고기 가공제품 가격을 동일하게 인상하고 납품 물량을 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가격조정 회의록 등 주요 증거를 확보해 심사보고서를 발송한 상태다.

공정위는 밥상 물가로 직결되는 분야 담합에 대해 강력 제재한다는 방침이다. 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은 앞선 11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장관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에서 "민생물가를 높이는 구조적인 근원 요인을 해결하는데 행정적 자원과 정책 수단을 동원해 총력 대응하겠다"며 "불공정한 거래와 독과점적 시장구조 때문에 비정상적으로 높은 가격이 형성되는 품목을 점검하고 필요시 관련 부처들이 합동 조사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적으로 공정위는 담합 등 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 수위를 대폭 높일 계획이다. 현재 1회 위반 시 과징금을 10%~20% 범위로 가중하지만, 앞으로는 이를 40~50% 범위로 강화하고 반복 위반에 대해서는 최대 100% 가중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담합 과징금 법정 상한을 매출액의 30%까지 상향하는 법 개정도 예고했다.


TF 의장을 맡은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민생 물가 안정을 위해 정부의 가용 역량을 모두 집중하기로 뜻을 모았다"며 독과점 구조를 악용한 담합, 사재기,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 등 불공정 행위와 비효율적 유통구조를 타파해 물가 상승을 막겠다는 뜻을 밝혔다.

공정위의 전방위 조사로 식자재 시장에 대한 감시망이 한층 촘촘해졌지만 제재 강화가 체감 물가 하락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급 구조의 과점화, 고환율, 국제 원자재 가격 변동 등 근본적인 요인이 남아 있는 이상 사후 제재인 대규모 과징금만으로는 밥상 물가를 잡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기업간거래(B2B) 거래 비중이 높은 품목은 국제 가격과 환율 영향을 크게 받기도 한다"며 "담합 행위 엄단과 더불어 비용 구조에 대한 종합적 접근과 시장 경쟁 촉진 방안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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