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증시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한 건 코스닥시장의 구조적인 한계기업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기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기업 중심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 상장폐지 집행 강도와 퇴출 기업 수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체질 개선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12일 내놓은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의 핵심은 상장 유지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퇴출 속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이번 개편안에선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도 상장폐지 대상으로 올렸다. 액면병합을 하더라도 주가가 액면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대상이다. 유동성이 낮은 종목이 주가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오는 7월부터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미달하면 퇴출된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기업은 168곳이다. 이들 가운데 투자환기종목 및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곳을 제외하면 130여 곳이 7월부터 당장 퇴출 위기에 놓인 셈이다. 동전주면서 시가총액이 200억원을 밑도는 기업은 삼진엘앤디, 판타지오, 지엔코, 케스피온 등 10여 곳으로 나타났다.
동전주지만 부실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국일제지(시총 3957억원), 한국캐피탈(2831억원), 아스트(2721억원) 등은 주가가 1000원 미만이지만, 시총이 2000억원을 넘을 뿐 아니라 지난해 3분기까지 수십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오랫동안 주가가 낮았다면 구조조정 등 밸류업 계획 등을 주주에게 설명하고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주가는 낮더라도 시가총액이 큰 기업 등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운용 과정에서 섬세하게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일 때도 퇴출 대상이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일 때만 즉시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 다만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공시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기존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에서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0점 누적’으로 조정한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 위반은 한 번이라도 나오면 즉각 상폐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에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들은 코스닥시장은 물론 유가증권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상장폐지 개편안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꾸려 내년 7월까지를 집중관리기간으로 운영한다.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도 단축한다. 지난해 코스닥 실질심사 시 기업에 부여 가능한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6개월로 줄였는데, 올해는 그 기간을 1년으로 추가 축소한다.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법원과 협의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이번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150곳 내외(100~220개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예상치인 50곳의 2~4배 수준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제 퇴출 부실기업이 200곳을 넘으면 단기적으로 시장 충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시장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석철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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