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해로 연간 세 명 이상 근로자가 사망한 기업에 영업이익의 최대 5%에 달하는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한 법안이 12일 국회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한 건설사는 정부가 등록을 말소할 수 있는 근거 조항도 신설됐다.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의 산업안전보건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국민의힘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고 퇴장했다. 산업재해 감축은 이재명 대통령이 중점 추진하는 사안인 만큼 더불어민주당은 이르면 이달, 늦어도 상반기까지는 이 법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이날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이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번 개정 법안을 2022년 1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22개 기업에 적용할 경우 최근 3년간 약 6900억원, 연평균 23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이 부과될 것으로 계산됐다. 소급 적용되는 것은 아니지만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이후로도 산재 사고가 줄지 않고 있어 법안이 그대로 시행되면 제조·건설업의 과징금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경제계는 우려하고 있다.특히 건설 분야가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근로자 5명이 사망한 A건설사는 당시 영업이익이 4000억원에 달해 201억원의 과징금을 물게 되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듬해에도 3명이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난 점을 감안하면 2년 동안 과징금 규모가 312억원에 달한다.
B건설사도 2022년 217억원, 2024년 55억원 등 3년간 272억원을 과징금으로 내야 한다. 비(非)건설사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한 차례 불의의 사고로 근로자 3명이 숨진 대기업 제조업체 C사의 경우 해당 연도 영업이익이 6조6000억원이어서 과징금으로만 3300억원을 부담할 수 있다.
특히 2022년부터 3년 연속 중대재해가 발생한 모 건설사는 과징금 총 373억원에 등록 말소 대상이 될 수 있다. 이 회사는 직접 고용 인원만 7000명에 이르고 수만 명의 협력사 인력이 얽혀 있다. 경제계 관계자는 “고용 규모가 큰 대형 건설사일수록 타격이 커 자칫 고용 한파가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말했다. 대기업들이 수익성이 낮은 공공사업 수주를 꺼리면 건설경기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회사의 과징금이 회계연도에 따라 달리 적용되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D공기업은 영업적자를 기록한 2023년에 발생한 중대재해에 대해선 과징금이 최소 30억원에 그치는데, 흑자를 기록한 2024년에는 53배인 160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으로 추산됐다.
정부에 과도한 재량권을 부여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법안은 고용노동부 장관이 영업이익의 최대 5% 내에서 과징금을 정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회 기후노동위는 검토보고서에서 “현행법이 ‘1억원 이하의 벌금 또는 7년 이하의 징역’이라는 벌칙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과징금까지 추가해 하나의 법률 위반에 형사처벌과 행정제재를 동시에 부과하도록 규정하는 것에 대해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처벌 만능주의로는 효과를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도입 전인 2021년 12만2000명이던 재해자 수는 시행 후인 2022년 13만 명, 2024년 14만 명으로 오히려 증가세다. 산재 사고 사망자는 2021년 828명에서 2024년 827명으로 제자리걸음이다. 김 의원은 “과도한 과징금은 정책 효과도 미지수인데 결국 소비자,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주영 기후노동위 여당 간사는 “시간이 오래 걸리는 형사처벌 대신 경제적 제재로 실효성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개정법에서는 사업주의 작업 중지 의무가 강화되고 노동자의 작업 중지요구권이 확대됐다. 아울러 고용노동부 장관의 작업중지명령 요건을 완화했다. 근로자대표와 명예산업안전감독관이 급박한 위험이 있을 경우 작업 중지를 요청할 수 있으며, 하청 노동자도 원청을 상대로 작업 중지를 요구할 수 있게 된다.
곽용희/강현우/박시온 기자 kyh@hankyung.com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