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2월 12일 오후 2시 14분
오는 7월부터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가 상장폐지 대상에 오른다. 시가총액과 자본잠식 같은 퇴출 기준도 한층 강화된다. 이에 따라 올해 코스닥시장에서만 상장폐지 기업이 최대 220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는 12일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 방안’을 발표했다. 코스닥시장에서 지난 20년간 신규 상장한 기업은 1353곳에 달한 데 비해 상장폐지된 기업은 415곳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코스닥 시총은 8.6배 증가했지만 주가지수는 1.6배 상승하는 데 그쳤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장기간에 걸친 부실 상장기업 문제가 누적돼 있다”며 “투자자에게 신뢰받는 시장으로 대도약하기 위해서는 더 빠르고 더 엄정한 부실기업 퇴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주가 1000원 미만 동전주가 상장폐지 요건에 포함된다. 올해 하반기부터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미달하면 상장폐지한다. 주가가 낮고 거래량이 적은 종목이 주가 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조치다.
시가총액 기준 퇴출 적용 시점도 앞당기기로 했다. 올해 7월부터 코스닥시장의 상장폐지 시총 요건을 200억원 미만으로, 2027년 1월부터 300억원 미만으로 높여 적용한다. 원래 1년 주기로 단계적으로 올리기로 한 계획을 6개월 주기로 바꾼 것이다.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이어도 실질 심사 대상에 올린다. 거래소는 상장폐지집중관리단을 꾸려 상장폐지 위기 기업의 개선 이행 사항 등을 세밀하게 들여다볼 방침이다. 상장폐지 가처분 소송도 신속하고 효율적으로 진행되도록 조치한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사상 처음으로 5500을 넘어섰다. 코스피지수는 3.13% 급등한 5522.27에 거래를 마쳤다. D램 반도체 가격 급등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받자 삼성전자가 6% 넘게 뛰며 지수를 견인했다. 코스닥지수는 1.0% 오른 1125.99에 거래를 마감했다. 부실기업 퇴출 기대와 경계심이 혼조된 양상을 보였다.
내년부턴 시총 요건 300억 강화…동전주 요건 신설, 주가조작 차단

정부가 증시 상장폐지 기준을 대폭 강화한 건 코스닥시장의 구조적인 한계기업 문제를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단기 충격을 감수하더라도 시장 신뢰를 회복하고 혁신기업 중심 구조로 재편하겠다는 전략이다. 하반기 상장폐지 집행 강도와 퇴출 기업 수에 따라 코스닥시장의 체질 개선 여부가 판가름 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번 개편안에선 주가 1000원 미만인 이른바 ‘동전주’도 상장폐지 대상으로 올렸다. 액면병합을 하더라도 주가가 액면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대상이다. 유동성이 낮은 종목이 주가조작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오는 7월부터 30거래일 연속 기준에 미달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되고,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미달하면 퇴출된다.
이날 종가 기준 코스닥 상장사 가운데 주가가 1000원을 밑도는 기업은 168곳이다. 이들 가운데 투자환기종목 및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곳을 제외하면 130여 곳이 7월부터 당장 퇴출 위기에 놓인 셈이다. 동전주면서 시가총액이 200억원을 밑도는 기업은 삼진엘앤디, 판타지오, 지엔코, 케스피온 등 10여 곳으로 나타났다.
동전주지만 부실기업으로 보기 어려운 곳도 적지 않다. 국일제지(시총 3957억원), 한국캐피탈(2831억원), 아스트(2721억원) 등은 주가가 1000원 미만이지만, 시총이 2000억원을 넘을 뿐 아니라 지난해 3분기까지 수십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냈다.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은 “오랫동안 주가가 낮았다면 구조조정 등 밸류업 계획 등을 주주에게 설명하고 시장에서 평가받아야 한다”며 “주가는 낮더라도 시가총액이 큰 기업 등이 불필요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제도 운용 과정에서 섬세하게 설계할 것”이라고 말했다.
앞으로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일 때도 퇴출 대상이다. 기존에는 사업연도 말 기준 완전자본잠식일 때만 즉시 상장폐지 대상에 올랐다. 다만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 기업은 실질심사를 거쳐 상장폐지 여부를 결정한다.
공시 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도 기존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5점 누적’에서 ‘최근 1년간 공시벌점 10점 누적’으로 조정한다.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 위반은 한 번이라도 나오면 즉각 상폐 대상에 포함된다. 이번에 강화된 상장폐지 요건들은 코스닥시장은 물론 유가증권시장에도 동일하게 적용한다.
상장폐지 개편안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집중관리단’을 꾸려 내년 7월까지를 집중관리기간으로 운영한다. 상장폐지 절차에 소요되는 기간도 단축한다. 지난해 코스닥 실질심사 시 기업에 부여 가능한 개선기간을 2년에서 1년6개월로 줄였는데, 올해는 그 기간을 1년으로 추가 축소한다. 상장폐지 효력정지 가처분 소송이 장기화되지 않도록 법원과 협의할 계획이다.
거래소는 이번 개편안을 적용할 경우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이 150곳 내외(100~220개사)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예상치인 50곳의 2~4배 수준이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실제 퇴출 부실기업이 200곳을 넘으면 단기적으로 시장 충격이 나타날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 코스닥시장 구조에 상당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최석철/심성미 기자 dolso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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